트럼프의 정신분석-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망치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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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나 독재자의 내면 풍경은 내 오랜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그들의 권력이 한 국가의 역사나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고, 무수히 많은 보통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접근이 역사를 개인의 변덕으로 환원시키는 단순논리로 오해돼선 안 된다. 역사는 사회구조와 개인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트럼프라는 최고 권력자가 지난 4년 미국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사실 트럼프는 미국사회가 만든 산물이기도 하다.
재선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트럼프의 최근 언행은 상궤(常軌)에서 더욱 벗어나고 있는데, 이는 정신분석학과 임상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심리전문가들은 이미 4년 전에 그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소시오패스)와 자기애적 인격장애 등의 복합증상을 보이는 '위험인물'로 분석했다.
트럼프의 친조카(트럼프 친형의 딸)이자 임상심리학 박사인 메리 트럼프의 폭로는, 오직 간접자료만을 분석한 전문가들과는 달리, 트럼프 가문의 내밀한 초상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돈과 권력만을 삶의 문법으로 삼아 집에서도 폭군으로 군림하며 가족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던 트럼프의 아버지(메리의 할아버지)는 트럼프라는 '몬스터'의 심리적 원형이었다.
트럼프가 날마다 실전하는 강박적 거짓말,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기, 끝없는 견강부회, 자아도취, 타인의 고통에 대한 전적인 무감각, 공감능력 부재, 병적인 책임회피, 약자에 대한 경멸과 혐오, 다른 사람 괴롭히기, 강자 숭배 등은 트럼프라는 한 인간의 어두운 심연(深淵)을 증명한다.
트럼프 가문의 황태자였던 도날드 트럼프는 이미 10대 초반에 ‘통제 불능’이었다. 제어되지 않은 권력이 어떻게 인간의 영혼을 뿌리까지 부패시키는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어린 도날드 트럼프는 어떤 비행(非行)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트럼프의 이런 특성이 공인(公人)다움의 규준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혼란에 빠트렸지만 결국은 트럼프를 낳은 것도 미국이다.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기도 했지만, 이미 망가진 미국 민주주의가 트럼프 현상을 생산한 것이다.
트럼프의 손상된 자아(自我)는 자신의 공허함과 무력감을 감추기 위해 거대한 성공이라는 허구의 탑 위에 일군 트럼프 왕국 건설을 위해 질주해 왔고 그는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었다. 이제 그 거짓의 왕국이 트럼프 자신의 성격적 결함과,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붕괴되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패배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대선 후 미국사회 전체를 미증유의 혼란과 분열로 몰아갈 것이다. 트럼프의 후과는 오랫동안 미국사회를 괴롭힐 게 분명하다. 미국인들은 한때 트럼프에 열광했던 자신들의 판단이 몰고온 총체적 재앙을 온몸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너무나 변수가 많은 선거결과를, 그것도 타국의 선거를 예단하는 건 너무나 무모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미국 민심이 트럼프를 떠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물론 이런 내 판단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
미국이 '트럼프 이후'를 준비하고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는 회복탄력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역사는 미국이라는 공화국이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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