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사회 한국-장시간 근로에서 벗어난 삶은 가능할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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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사회, 한국
‘크런치 모드’.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위생 등을 포기하고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넷마블에서 일하던 20대 개발자는 하루 평균 13시간 근무를 하다가 돌연사했다. ‘크런치 모드’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은 비단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70명의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사망했고, 이 중 1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 아이를 둔 워킹맘 복지부 공무원은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과로사 산재 보험을 신청한 사람을 577명으로, 이중 150명이 과로로 인한 산재로 인정받았다. 실제 과로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크런치 모드에 빠진, ‘과로 사회’다.
최장근로시간 주 68→52시간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근로시간 단축’에 의지를 보였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1주일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 50조). 다만 노사가 합의했을 경우, 1주에 12시간 연장근로(근로기준법 제 53조)와 휴일근로(제56조)가 가능하다.
정부의 행정해석에 따르면, 연장근로 12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1주 12시간’이라는 연장근로 기준에서 1주를 주말을 뺀 5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법과 행정해석에 따르면, 최장 ‘주 68시간’*의 근로가 가능하다. (* 법정근로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요일8시간+일요일8시간)
행정해석을 바로잡겠다는 것은 1주의 개념을 다시 정립한다는 것과 같다. 즉, 1주를 주말을 포함해 7일로 본다면, 최대 ‘주 52시간’**의 근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법정 근로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낮은 생산성’우려
시간당 생산성 향상시키고, 질 높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해야
재계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추가로 연간 12조가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산을 근거로 들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없다는 ‘낮은 생산량’에 대한 우려다. 그러나, 장시간의 근로시간이 높은 생산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113시간’. 2015년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다.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OECD회원국 평균 1764시간보다 305시간 더 많이 일한다. 사람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장시간의 근로는 집중력을 떨어뜨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주고, 이는 생산량 저하의 결과를 가져온다. 이에 더해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의 위험이 높아지며,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게 되면 가족의 붕괴, 결과적으로 사회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의미 없이’ 일하는 시간을 줄여, 시간 당 근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을 말했다. 일자리 개수의 증가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정책이 있다면 마련하고, 노사 양측 모두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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