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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일본은행 구로다 총재 10년의 결과와 신임총재의 고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4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4월13일 09시34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본문

구로다 시대 10년간에 일본경제의 위상 약화

 

지난 4월 8일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퇴임하고 9일에 우에다 가즈오 신임총재가 임명되었다. 구로다 전 총재는 지난 2013년에 총재직에 취임, 2018년에 재임되고 10년이라는 역대 최장기로 총재직을 역임하였다. 

작년의 극심한 엔저 과정에서 일본은행의 초금융완화 및 엔저 유도 정책이 서민층의 물가부담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고조되었으나 구로다 총재는 4월 7일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은 여러 가지 효과가 있었으며, 정책은 적절했다"고 과거 10년간의 정책을 자체 평가했다(黒田総裁「緩和、様々な効果」 退任会見で成果強調 「日本の金融、頑健で安定」 物価2%安定は道半ば, 일본경제신문, 2023. 4.8.). 

 

그러나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과거 10년 간 일본경제의 경제성장세는 거의 회복되지 않았으며, 엔저도 겹쳐 달러화로 환산한 일본경제의 규모는 2013년의 5조 2,123억 달러에서 2022년 4조 2,316억 달러로 오히려 감소해 일본경제의 국제적인 위상이 급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수년 내에 일본경제가 인도에 추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독일 경제에도 추월당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금융시장의 양적완화 의존성이 강해지면서 일본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본은행의통화 증발로 뒷받침하는 구조(일본은행이 일본 국채의 50% 이상 보유)의 정상화가 단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졌으며, 이대로 가면 어느 시점에서는 일본경제의 재정위기와 경제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를 회복하고 일본경제가 지속적인 물가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기조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초 2년 정도만 실시할 것으로 계획했던 초금융완화 정책을 10년 정도 계속해도 2%(신선식품, 에너지 등 일시적 요인 제외 기준)의 물가상승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일본은행은 현재 3% 수준으로 급등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2%의 물가목표를 제시해서 일본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효과도 크게 미진했다. 

 

한편, 완만한 물가상승세 속에서도 일본 근로자의 임금이 부진을 보이면서 실질임금이 감소 경향을 보인 것도 소비확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임금부진 현상은 작년 이후의 엔저 심화,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서민층의 생활고 문제를 악화시켜서 일본은행의 고집스러운 금융완화, 엔저유도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다만, 수출형 대기업의 수익은 엔저 효과에도 힘입어서 크게 확대되고 이로 인해 일본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이 수익 확대와 엔저에도 불구하고 해외투자를 확대하여 일본내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진을 보였다. 이로 인해 아베노믹스가 의도했던 서민층의 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서민층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초금융완화 정책의 만성화로 인해 기업과 산업의 신진대사,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 효과가 미진했다. 그 결과 여성,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2013년의 0.82%에서 최근에는 0.32%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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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신임 총재, 금융정책의 정상화를 신중하게 모색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총재는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이 되어도 마이너스 금리, 대규모 양적완화, 장기 및 단기시장 금리 조작이라는 비정상적인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지속되고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경제의 활성화에 주력해야 할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급격한 금융긴축에 나서기가 어려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시장에 맡기고 있는 장기금리를 중앙은행이 조작하고 단기금리도 마이너스로 유도하겠다는 일본은행의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금융시장의 자유로운 조절 기능이 약해지고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 등도 우려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금융완화 정책으로 재정규율이 약해지는 한편 일본은행이 기업 주식에도 간접투자 하여 사실상 수많은 일본기업의 대주주가 된 비정상적인 상황의 수정도 과제이다. 구로다 10년 동안의 교훈은 금융정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 

다만,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미국 및 스위스 등에서 발생한 은행 예금 대량 인출 사태의 여진도 남아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에다 신임총재로서는 신중하게 시간을 두고 금융정책의 정상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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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4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4월13일 09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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