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Watch] 일본경제, 생활물가 급등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충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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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와 함께 국제원자재 가격급등으로 가계의 부담 가중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어 왔던 일본에서도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엔저의 영향으로 연료비, 식료품, 외식 서비스 등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세부 품목별로 지난 1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비)을 보면 일본인이 즐겨 소비하는 해산물(참치 16.5%, 문어 22.5% 상승)이나, 축산물(수입 쇠고기 10% 상승), 에너지(등유 33.4%, 전기료 15.9%) 등에서 크게 상승한 품목이 나오고 있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생필품의 상승이 심해지면서 저소득층일수록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일본 물가 향방에 관해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에서 일본의 엔저 기조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고유가 지속 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인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에도 0.5%에 그치고 있지만 작년에 있었던 통신요금 인하에 따른 물가 억제 효과가 없어지는 금년 봄에는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물가상승 기조의 향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대체적으로 일본의 물가 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는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 경기가 일본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 등의 물가 상승세와 일본의 물가 동향에는 차이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 등과 달리 일본에서는 기시다 내각의 임금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 압력이 크지 않으며, 물가와 임금의 동반상승으로 일본의 구조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환되는 힘이 강하지 않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성장세가 미국 등과 비교해서 여전히 부진하고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일본의 GDP Gap[(실제GDP-잠재GDP)/잠재GDPX100)]으로 측정되는 수요부족 및 과잉공급은 -4.8%에 달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행이 본원통화의 공급량을 그동안 실질적으로 줄이면서 코로나19 위기로 일시적으로 급팽장한 양적금융완화의 폐해를 어느 정도 시정해 온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세와 국제유가의 향방이 변수
다만, 일본의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유가의 상승세가 우크라이나 정세의 긴장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인지, 아니면, 정세가 안정화될 것인지, 혹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급등으로 세계경제 및 일본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인지에 따라 일본 물가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도 있다.
우선 국제석유 시장은 코로나19 위기 직후의 급락세가 산유국의 감산으로 회복, 그 후 세계경제의 회복세로 인해 산유국이 증산에 나선 이후에도 강세 기조를 보여 왔다. 작년 말(12월 1일)에는 오미크론의 확산 우려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WTI(서부텍서스산 중질유) 기준으로 배럴당 65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오미크론의 중증화 비율이 낮아 세계경제의 성장세 유지가 확인되면서 금년 들어서 유가는 다시 상승 기조를 보이다가 우크라이나 정세의 영향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각국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의 풍력 발전의 차질 등 에너지 수급 위기 심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의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석유시장의 수급 상황은 수요 초과, 공급 부족 경향이 금년도에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선진국의 재고수준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재고수요도 큰 상황이다. 또한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의 증산 합의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산유국이 나오는 등 그동안의 석유 부문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인해 각 산유국들의 석유공급 능력의 확장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 석유수출 확대가 수급 완화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제석유시장의 수급은 타이트한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석유생산의 12.1%(2020년 기준,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1, 70th edition), 유럽 가스 소비량의 40%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출을 제한하는 경제제재 조치가 가해지거나 러시아의 역 경제제재로서 단행될 경우 국제유가의 추가적인 급등과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실, 러시아는 작년부터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량을 줄여서 독일 등의 가스 재고량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기도 한다. 다만,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유가 급등과 유럽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경우 물가상승과 금리상승 우려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 등 세계경제의 추락도 예상되기 때문에 위기 발생시의 유가 급등세 자체는 수개월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향후의 불확실성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의 규모와 이에 대한 미국 및 유럽의 경제 제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2개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러시아가 이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는 수준의 군사행동에 머물고 미국 및 유럽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자제할 경우 국제유가의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이란의 석유수출의 재개로 인해 다소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과거 그루지야에서 ‘남오세치아 공화국’과 ‘압하지아 공화국’을 분리한 전례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이 경고하고 있는 바와 같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에프로 침공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난민을 발생하면서 우크라이나 전토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행동을 가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 경우 10만명 정도에 달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으로 인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장악은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며, 미국 및 유럽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극심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는 국제유가의 급등과 함께 유럽의 에너지 위기, 미국 경제성장세의 추락,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2022년 세계경제 전망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2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전면전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물론 일본경제도 에너지 불안 속에서 물가급등 현상이 나타난 후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오히려 디플레이션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물론,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국익을 신중하게 생각하면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은 한정되어 전면전은 피할 것으로 보이나 그 경우에도 러시아군이 계속 우크라이나를 위협할 가능성은 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억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핵 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긴장을 유지해서 이 지역을 분쟁 지역화 할 필요를 느끼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NATO는 회원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가해질 경우 곧 바로 반격하는 자동전쟁 가담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핵 전쟁 위협을 포함한 분쟁 지역으로서 남을 경우 유럽 각국 국민들이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인 것이다. 이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장기화는 원유 및 가스 가격에 대한 상승압력으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 세계경제와 국제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본경제의 향방에도 불안감은 남아 있으나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정 수준에서 억제될 경우 일본경제는 미약한 성장 기조와 함께 물가상승세도 금년 하반기에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경제 및 일본경제의 성장전망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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