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Watch]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을 되돌아보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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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의 부동산 버블의 유사성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12월 23일에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취약성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높은 부동산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로 인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잠재 취약성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2021년 3분기에 부동산 부문 금융취약성지수(FVI·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등 3개 지표로 산출)는 100을 기록했다. 전 분기(97.23)보다 2.77포인트 상승한 것은 물론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6년 1분기 후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만큼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평균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 : Price to Income Ratio)은 KB국민은행의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2014년 3분기의 8.8배에서 2021년 2분기에는 18.5배로 급상승했다. 이는 일본이 경험했던 부동산 버블의 절정기인 199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도쿄지역의 맨션아파트의 PIR(도쿄칸테이-일본 최대급의 부동산 데이터 기업-기준)이 1985년의 8.08배에서 급상승해 1990년에는 18.12배를 기록한 바 있다. 도쿄지역의 장기평균 PIR은 8배 정도로 평가되기 때문에 1987~1993년 동안은 평균선에서 이탈했던 버블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1990년 이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으나 가격이 한꺼번에 급락했다기보다도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가 수년 동안 지속되면서 도쿄 지역의 맨션아파트의 PIR이 1990년대 중반에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도쿄 지역의 맨션아파트의 가격(70평방미터 기준)의 경우 1990년 1억 766만엔에서 1991년 1억 591만엔(전년비 -1.6%), 1992년 8,373만엔(-20.9%), 1993년 6,511만엔(-21.6%), 1994년 5796만엔(-11.7%)으로 떨어졌으며, 1994년의 PIR은 8.9배로 정상적인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부동산의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진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었으며, 2001년에는 도쿄지역의 맨션아파트 가격은 4,720만엔까지 하락했다(PIR의 최저점은 2000년의 7.13). 1990년의 최고점 대비로 2001년의 도쿄지역의 맨션아파트 가격은 무려 -56.1%의 하락율을 기록한 셈이다.
일본의 경험으로 봐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확대를 통해 PIR을 정상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큰 폭의 부동산 가격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버블이 형성된 후 이것이 붕괴되는 과정에서의 가격 하락세에는 일본의 경우와 같이 가속도와 관성이 붙으면서 오버슈팅 할 위험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대출팽창 사이클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과 대출회수 사이클로
일본의 버블 붕괴 과정에서는 부동산 투자 관련 기업의 경영악화와 부도가 잇따랐으며 개인도 누적된 부채를 갚지 못하여 담보 부동산의 압류 및 경매가 속출했다. 은행들은 앞 다투어 부동산 관련 융자의 축소에 주력한 것이다. 이는 버블 경제기에 심화된 부동산 가격상승과 각 경제주체들의 밸런스시트의 팽창 사이클이 부동산 가격 하락과 밸런스시트의 위축 사이클로 급 반전하면서 발생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버블기에는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 → 재무구조 개선 → 채무를 늘려 자산 추가 매입 → 자산 가격 상승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일본 버블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의 담보를 100%까지 인정하는 사례도 확대했다.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융자를 확대해 자산 가격의 상승세가 과열된 것이다. 각 은행의 지점이 대출경쟁에 승리하기 위해 대출기준을 낮추는 일이 빈발하였다.
한편, 버블 붕괴기에는 자산가격의 하락 → 순자산이 감소하고 부채 부담 확대 → 자산 매각 확대 → 자산 가격 하락이라는 반대 방향으로 밸런스시트의 급격한 축소 압력이 발생했다. 이 단계에서는 막상 부동산을 매각하려 해도 매입자가 소멸해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된 것이며, 은행 부실채권이 누적적으로 급증해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이 되었다.
버블기에는 앞 다투어 대출을 권했던 금융회사들이 버블 붕괴기에는 하루아침에 대출 억제(가시 시부리)나 대출 회수(가시 하가시)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금융회사로서는 이에 상응하는 규모로 대출 잔액 축소에 주력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부동산 버블의 팽창과 붕괴 과정을 우리나라와 비교할 경우 가계 채무의 급증세와 서울 및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의 버블 현상 심화는 상당히 유사성이 있고 경계가 필요한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경계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측면이 있다. 이제, 부동산 버블 문제가 단순히 주택 구입난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금융위기와 장기불황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한국의 경우 LTV·DTI 규제를 통해 일본과 같이 부동산 가격의 100% 정도에 달하는 담보가치 인정 융자가 확대되는 극단적인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고 은행의 편법 융자 등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같은 밸런스시트의 급격한 축소 압력이 당장 발생할 것인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 신화에 대한 기대가 지속되고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을 중심으로 PIR이 일본의 버블 경제기 이상으로 지속 상승할 경우 극심한 후유증과 함께 어느 시점에서 밸런스시트의 위축, 부실채권 누적이라는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함께 금융권 전체 차원에서의 부동산 대출 총량에 대한 관리 및 회수 조정을 통해 가계 등 주택 부문의 밸런스시트의 축소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험으로 보면 부동산 융자 관련 분야의 밸런스시트 축소 조정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 및 하락에 강력한 효과가 있으며, 이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면서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주택 담보 대출총량의 단계적 축소 속에서 수년에 걸쳐 부동산 시장의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서울 지역 등에서의 PIR이 정상화되고 거품이 안정적으로 빠지도록 하는 소프트랜딩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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