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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바이든-스가 정상회담의 '숙제'에 고민하는 일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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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4월22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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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의 대(對)중국 견제 강화

 

지난 4월 16일에 개최된 미일정상회담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명기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미국측은 대만의 안보를 보장하는 미일협력이라는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문구를 희망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측이 부담을 느끼고 ‘대만해협’이라고 언급하는 선에서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트럼프 시대에 무역전쟁에서 기술봉쇄 전략으로 심화되다가 최근에는 민주주의 진영 수호라는 안전보장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일간의 안보협력의 범위가 대만해협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됨으로써 일본이 미국의 입장에 명백하게 동조한 셈이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에서는 ‘일본은 스스로의 방위력 강화를 결의했다’고도 언급되었다. 일본으로서는 대만해협을 염두에 두면서 중국과의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뎌오위다오)의 방위력 강화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 일본을 능가할 속도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공동성명으로 일본으로서는 육해공 모든 영역에서 방위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며, 국방 예산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만이나 일본을 사정권에 든 미사일을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춘 이지스함선의 확대,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운 스텔스 전투기 확충, 극초음속 미사일, 적대하는 함선의 사정권을 벗어날 정도의 사정거리를 갖춘 미사일의 개발 등이 거론되고 있다(일본경제신문, 2021.4.19.). 

 

일본정부는 그동안 방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로 억제해 왔으며, 이는 2.7%(2020년 기준)인 한국 등의 동맹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인 것은 사실이며, 이번 공동성명의 결과, 이러한 제한이 상향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트럼프 정권에서도 일본 방위비의 GDP 비중을 2% 수준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2020년 기준으로 국가채무가 경상GDP의 256%(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2021.4)에 달하는 일본으로서는 적지 않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군사력을 크게 확충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대만해협까지 염두에 두고 미일 방위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데에 대한 일본 국민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사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은 미군을 능가하는 규모로 확대 중이며, 주력 전투기 분야에서는 중국군이 2025년에 미군의 7.8배, 항공모함 3배, 주력전투함 9배, 잠수함 6.4배로 확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일본경제신문, 2021.3.16.). 

 

이에 따라 미국의 인도태평양군의 데빗슨 사령관은 지난 3월에 미국 상원에서 ‘6년 이내에 중국이 대만에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한 사실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러한 위험도 고려할 경우 대만 유사시에 일본정부가 이를 집단적자위권 발동 사항이라고 판단하여 자위대가 출동해 미군을 지원하는 결단을 내리는 데에는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러한 일본의 결정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이 미국에 맞서서 독일, 이탈리아와 동맹한 오류를 거론하기도 했으며, 일본 내에서도 강대해지고 있는 중국과 대만해협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 확충, 6G 연구개발 확대

 

한편, 미일 양국은 반도체 등 전략물자의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안정화할 것, 차세대통신규격인 6G의 연구개발 및 5G 보급을 위해 45억 달러(공동성명 부속문서에 미국 25억 달러, 일본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였다. 5G에서 앞서게 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일 양국이 협력하는 한편 안보위협이 고조된 대만 등에게 반도체를 지나치게 의존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 일본에서의 자체생산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 수탁생산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인 대만계 TSMC의 공장을 유치하기로 하고 일본도 TSMC의 개발거점을 이바라기현 츠쿠바시에 유치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다만, 일본정부는 그동안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 대규모 산업지원책을 시도했으나 메모리 반도체의 엘피다메모리가 경영 파탄 하여 외국기업에게 매각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반도체 산업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정책의 실패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일본은 반도체 관련 소재, 장비 등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대만, 중국 반도체 산업과 협력해서 비즈니스를 확대 중이다.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서는 중요한 고객인 중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사업에서 제약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중 간의 마찰 심화와 함께 일본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 및 생산체제를 재편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보면 일본기업은 중국 사업에서 대거 철수하는 징후는 없으나 미중 마찰로 인해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일부 동남아 등으로 이전하면서 전반적으로는 소비지에서의 생산을 확대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이지평·이인숙, 바이든 시대의 미중 서플라이체인 분단 압력에 대응하는 일본기업, KJ Japan Insight 2021.5, 한일기업연구소). 

 

또한 일본기업은 중국과의 안보 마찰 고조로 인해 ESG 경영 차원에서도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는 중국의 신장위글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사용하는 의류 관련 일본기업에 대한 투자가들의 비판이 고조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면화 사용을 중단한 글로벌 의류 기업인 H&M이 중국에서 불매운동에 직면하기도 했기 때문에 일본기업으로서는 더욱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미일 정상 회담 결과, 중국 정부가 핵심적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는 대만의 안전보장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군사적 차원의 개입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힘으로써 일본기업으로서는 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중장기적인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에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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