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Watch] 바이든의 인프라 플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논의 가속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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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 십년 간 이어져 온 선진국들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이 반전(反轉)의 계기를 맞고 있다. G20 차원에서 국제적 최저세율 룰을 설정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된 Covid-19 사태로 각국 정부가 급증하는 재정 지출 수요를 충당할 재원을 확보하고, 일부 대기업에 쏠리는 부(富)의 편재로 심화되는 격차를 시정하고자 하는 요구가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제적 논의에 선두에 미국이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2조 달러 인프라 재건 계획 ‘미국일자리플랜(AJP; American Jobs Plan)’의 소요되는 재원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마침, 다른 나라들도 장기화된 Covid-19 사태 대응으로 엄청난 재정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정부 채무가 급증하는 등, 거의 예외없이 극심한 재정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1970년대에 영국이 기업 유치를 위해 당시 50%에 달하던 법인세율을 전격 인하한 이후, 선진 각국은 자국 기업들을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 세율 인하 경쟁을 벌여온 것이다. 법인세율이 높으면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갈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각국은 급증하는 재정 수요를 보전(補塡)하기 위해 이제는 법인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增稅)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미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할 계획을 공표했고, 영국도 50년 만에 대기업 법인세율을 2023년부터 현행 19%에서 25%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여온 각국은 법인세율 ‘인상’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동 대응할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Covid-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그 동안 각국이 벌여왔던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급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아래에 ‘최저 법인세율 글로벌 룰’ 도입 논의와 관련한 동향을 살펴본다.
▷ 바이든 ”타협할 용의, 그러나 현 상황에서 수수방관은 불가” 강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통상 헤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이 집무하는 백악관 옆에 있는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행정 빌딩’에서 연설하고, 최근 자신이 제안한 2.3조 달러 규모 인프라 재건 및 일자리 플랜(‘AJP’)을 지원할 재원(財源)을 주로 기업에 대한 증세로 충당할 방침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바이든 정권은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의 감축 및 법인세율 인상 등을 통한 증세를 통해 향후 15년 간 2.5조 달러 규모의 세수(稅收)를 조달할 계획으로 있다.
CNN 방송 등 미국 주요 미디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을 통해, 자신의 인프라 재건을 통한 일자리 창출 플랜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현재 미국이 처한 Covid-19 위기 상황에서 ‘아무 대책없이 수수방관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지가 아니라(not be open to doing nothing)’고 단호하게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참전용사 병원 시설 개선, 브로드밴드 인터넷 확장, 반(反) 빈곤 프로그램 등이 정통 인프라 개념에 합당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견해에 대해 “단순히게 말해서, 도로, 교량 등 시설만을 인프라라고 고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고 반론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 근로자들이 보다 나은 삶과 보다 맑은 공기에서 숨쉬기 위해 어떤 인프라를 원하는지를 반문해 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제안한 인프라 재건 플랜에 대해 야당 측과 ‘성실한 협상(good faith negotiations)’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해서 타협할 용의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물론 협상할 용의가 있고, 아주 넓게 열려 있다. 아마 25% 정도로(‘perhaps to 25%’)” 라고 대답했다. 그는 공화당 측은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다양한 견해를 들을 의향임을 피력하면서 “논의를 환영하고, 타협은 불가피할 것, 변경은 확실하다” 고 강조했다.
사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업 증세(增稅)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프라 재건 플랜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투자 대상을 조정하거나 정해진 투자 항목들에 대해서도 투자 금액 규모를 1/3로 축소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 IMF ”2021년 세계 재정적자 8.6조 달러 전망, 미국이 40% 차지”
한편, Covid-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각국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지출 부담 증가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7일 발표한 각국 정부의 재정 모니터링(fiscal Monitor Report, April 07, 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각국의 재정 적자가 8.6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20년 대비 5% 감소한 것이나 2019년 대비로는 약 2.7배에 상당하는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해당한다. 이는 세계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미국 경제에 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가치 상승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1.9조 달러 규모 긴급 구제 플랜을 성립시킨 데 이어, 2조 달러 규모의 경제 회생 및 인프라 재건 플랜(AJP)을 제안했다. 이런 일련의 담대한 재정 지출 계획을 감안하면 2021년 재정 적자는 무려 3조4,000억 달러에 달해 GDP 대비 1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미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 3.3%에서 6.4%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상향했다.
앞서 소개한 IMF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개스퍼(Vitor Gaspar) 재정문제국장은 “지금까지 1년 넘게 지속되는 Covid-19 팬데믹 영향으로 저소득 근로자들의 타격이 더욱 심대하다” 고 지적하고, ”각국 정부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왔다” 고 총평했다. 개스퍼(Gaspar) 국장은 지난 1년 간 선진 주요국들은 16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 지출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히며, 경기 위축과 재정 지출 급증을 반영해 정부 부채도 16%나 증가, GDP의 120%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2021년 정부 부채 잔액도 GDP 대비 98.9%로 증가, 2차 세계 대전 무렵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아직은 금융 완화로 국채 금리가 저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자 부담이 급증하지 않으나, 향후 금융정책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도 우려되고 있다. IMF는 지금 재정 출동은 위기 대응에 필요하고 유효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운용의 틀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 OECD “최저 법인세율 및 디지털 과세로 세수 증대 가능” 시산 제시
한편,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기업 활동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여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경제 성장을 획기적으로 촉진할 목적으로 기업 증세를 통한 재원 조달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재건 플랜을 추진하려는 자세를 굳히자 이러한 글로벌 법인세율 인하 추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래, 이렇게 글로벌 차원에서 최저 법인세율을 룰로 설정하려는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어 오던 것이다. OECD는 이미 작년 10월에, 최저세율의 설정 및 디지털 기업에 대한 세수(稅收) 재분배 등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표준의 초안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아울러, 이런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전세계 법인세 세수는 800억 달러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산도 내놓았다.
이렇게, 법인세와 관련해서 새로운 글로벌 룰을 도입하는 문제는 OECD가 주축이 되어 140개국이 논의를 이어왔으나, 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자 논의가 지연됐고 합의 목표 시점도 당초의 2020년 말에서 2021년 중반으로 연기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법인세율 인상을 본격화함에 따라 이러한 글로벌 룰 도입 논의는 다시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논의의 핵심은 각국의 무익한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설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의 12.5%를 논의의 기준으로 삼아 글로벌 룰을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준으로 국제 룰이 설정되는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700억 달러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세수(稅收)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IT 기업들은 전세계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종전에 국별 법인세 과세의 근거가 되는 점포 혹은 공장은 보유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새로운 법인세율 글로벌 룰을 도입하게 되면 각국이 거대 디지털 기업들로부터의 세수를 광범위하게 분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흥국들에게도 100억 달러에 달하는 세수 증가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시산도 나오고 있다. 한편, OECD는 협상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무산되는 경우에는, 각국의 독자적 과세에 따른 이중과세가 확산되고, 기업 활동이 제약되고 투자가 억제될 가능성도 상정되어, 결국, 전세계 GDP를 최대 1.2% 위축시킬 것이라는 시산도 제시했다.
▷ 옐런 재무장관 “종전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종식시킬 필요” 강조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운용 책임자인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지난 5일 행한 연설에서 “G20 회원국들과 기업들에 적용할 법인세율과 관련해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룰을 도입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고 밝혔다. 4월 7일 열릴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을 앞두고 글로벌 협조를 촉구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미국일자리플랜(AJP)’을 제안하면서 소요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을 현 21%에서 28%로 인상할 방침을 천명했다. 그러나, 그렇게 인상해도 전임 트럼프 정권이 2017년 35%에서 21%로 인하하기 이전 수준에는 못미친다.
옐런(Yellen) 재무장관은 취임 후 가진 첫 주요 연설에서 각국이 기업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여왔다고 지적하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법인세율 인하 경쟁이 각국 정부의 세수 기반을 축소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이제 이러한 경쟁은 종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쟁력이란 국경을 넘은 인수 합병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필요한 공공재에 투자하고, 위기 대처에 필요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안정된 세제(稅制)를 유지하고, 구성원들이 정부 유지 비용을 공정하게 부담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 주장했다.
동 장관은 지난 30년 간 이어져 온 ‘바닥을 향한 경쟁’을 종식시켜야 하며 글로벌 차원의 최저 법인세율을 설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최저 법인세율의 도입을 둘러싼 글로벌 룰 설정 노력은 미국의 IT 대기업들에 대한 과세를 개선하려는 디지털 과세 방안과 맏물려 진행되고 있다. 오는 7월에 열릴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합의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OECD가 140개국의 찬성을 얻어내는 것이 필요해 실제로 성사될 지는 예단을 불허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그간 추세를 형성해 온 법인세율 ‘인하’ 경쟁이 사회에 왜곡을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사회주의 경제학자인 피케티(Thomas Piketty) 교수는 각국이 유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기업들을 위한 법인세율 인하로 빈부 격치기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 세수 증가도 기업들의 이익 증가 추세에 비해 뒤쳐진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18년 기준으로 전세계 상장기업들 순이익은 약 4.2조 달러로, 2010년 대비 38% 증가했다. 이에 비해 OECD 가맹국들의 평균 법인 세수는 GDP 대비 3%에 불과해 횡보하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 트럼프 정권의 대형 감세로 인해 법인세 세수가 급감했다.
▷ 영국도 50년만에 법인세율 인상, 글로벌 감세 경쟁에 반전 계기
이러한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이미 반전의 계기를 제공한 것이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1974년 이후 거의 50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업들에 적용할 법인세율을 2023년 4월부터 현행 19%에서 25%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공표하고 실제로 예산에 반영한 바 있다. Covid-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경제를 재건하고, 팽창된 재정 지출로 인해 피폐해진 재정 상태를 재건하려는 노력을 예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영국 정부는 자국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급속하게 ‘인하’해 왔다. 2016년 국민투표로 Brexit(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뒤에는 더욱 인하함으로써 EU와 경쟁에 대비할 자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Covid-19 사태로 재정이 급속하게 악화되자 이번에 방침을 전환해서 법인세율 ‘인상’으로 돌아선 것이다.
영국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법인세율 ‘인상’ 대상은 주로 대기업들로, 연간 이익 규모가 25만 파운드 이상인 기업의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되, 이익 규모가 5만 파운드 이하 기업들에 대해서는 현행 19% 세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 중간에 위치한 기업들에는 19%~25% 사이의 세율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가 위기 대응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법인세율 인상 방안을 선택한 것은 “이익을 향유한 대기업들이 공헌해야 할 것” 이라는 원칙이 배경이다. Covid-19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극단적으로 양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정부는 Covid-19 사태로 침체되고 있는 경제를 유지, 재건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출동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휴업하는 기업들 종업원들에 대한 소득 보장을 오는 9월 말까지 유지하는 한편, 사업을 재개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일시 보조금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도 영국 정부의 순채무는 GDP의 100%를 넘어섰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수 년 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정이다. 영국 정부는 “위기 극복 후에 차입을 통제하지 않으면 다음 위기에 담대하게 대응할 수 없게 될것” 이라며 법인세율 ‘인상’ 배경을 설명한다.
▷ 미국 기대대로 글로벌 법인세율 기준이 마련될지가 초미의 관심
미국 CNN 방송은 최근,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지난 수년 동안 글로벌 대기업들이 향유해 오던 세제(稅制)의 틈새를 보완하고 글로벌 기준을 마련하는 등, 역사적인 개선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될 것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바이든 정권이 2조 달러 규모의 야심찬 인프라 재건 계획 발표와 동시에 법인세율 인상을 제시하면서 그간 지지해온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설정 논의를 촉발한 것으로, 이를 계기로 협상을 적극 진전시켜 가면 오랜 동안 기대해 오던 최종 합의를 오는 여름까지는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글로벌 법인세 기준 마련을 위한 협상에 참가하는 각국 재무장관들은 미국의 자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숄츠(Olaf Scholz)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화요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피력한 바가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미 12.5%의 낮은 법인세율을 유인으로 대형 미국 첨단 기술 기업들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참여하고는 있으나, 별다른 의견을 내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랑코(Daniele Franco)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지난 수요일 열렸던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을 마치고 난 뒤 “금년 들어 협상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관련 작업팀은 오는 7월까지는 합의를 이룰 것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 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초에는 르 마레(Bruno Le Maire) 프랑스 재무장관이 국제 세제(稅制) 합의가 시야에 들어와 있다” 고 낙관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OECD가 주도하는 협상에서는 아일랜드의 현 법인세율인 12.5% 전후 수준을 토대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는 미국의 현행 법인세율 21%에 대비해도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바이든 정권은 이미 이 법인세율을 25%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각국은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어느 나라에 계상(計上)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어야 할 대단히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많은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형식 상 등기한 국가보다는 실제로 이익을 만들어내는 장소인 국가가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Facebook, Amazon 등, 해외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대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이와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영국 등은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이미 독자적인 디지털 매출에 대한 영업세를 부과하기 시작해서 미국 측의 보복 조치를 불러오고 있는 중이다.
▷ 전문가들 “피상적인 합의라도 성사되면 큰 의미를 가질 것” 전망
이렇게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에서도, 전문가들은 OECD가 주도하고 140개국이 참가하는 협상에서 합의되는 결과가 다국적 기업들로 하여금 세금을 더 내게 강제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결말이 나올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 무어(Michael Moore) 교수는 협상 참가국들이 결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Peterson 연구소 Gary Hufbauer 객원 연구원)도, 비록 각국이 많은 노력을 들여 어렵사리 글로벌 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의미있는 제도적 결과물을 가져올 지는 회의적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상징적인 합의에 그칠 가능성을 점치면서, 실제로는 세금 혜택의 제공,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자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이러한 많은 회의(懷疑)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오랜 동안 기대해 온 것이라는 점에서 최소한 피상적 합의에라도 도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이제, 종전에 경쟁적으로 펼쳐온 ‘바닥을 향한 경쟁’인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제동을 걸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설정을 향한 룰을 마련하자는 주요국들의 논의는 막바지 협상을 가속하고 있다. 여기에 불을 당긴 것이 금년 1월 들어선 미국 바이든 정권이다. 바이든 정권은 취임 직후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진행 중인 법인세와 관련한 글로벌 룰 설정을 위한 논의의 장(場)으로 복귀할 것을 결정했고, 법인세율의 글로벌 공통 최저세율을 설정하려는 논의에 적극적인 자세로 있다.
여기에 G7 국가 중 법인세율이 특히 낮은 영국마져 방침을 급변환해서 법인세율 ‘인상’으로 돌아서자 글로벌 사회에 오랜 동안 진행돼 온 법인세율 ‘인하’ 경쟁은 새로운 방향 전환의 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케이먼 제도(Kayan Islands) 등 조세피난처(tax haven)를 이용한 기업들의 조세 회피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어, 각국은 경제 글로벌화에 즈음한 세제면에서의 적극적인 국제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일치하고 있어 이번 협상의 최종 결착 여하에 글로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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