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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Watch]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한 ‘민주주의 파괴 국가 반란 폭동’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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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3일 1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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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일(현지시간 6일), 전통적으로 민주주의의 전형으로 여겨져온 미국 사회에 꿈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백인 폭도들에 의한 의회 점거 사태가 발생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과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극렬 친(親) 트럼프 세력들이 주축인 폭도들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당시 바이든(Joe Biden) 후보의 당선을 확인하던 상·하 양원 합동회의가 중단됐다. 난동 진압 과정에서 의사당 경비 요원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불상사로 번졌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미국 정치, 사회에는 민주·​공화 당파를 넘어서 이런 비극적 사태를 규탄하며 사태를 촉발한 책임자들에 대해 준엄한 응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배후 조정한 의혹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즉각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투 트랙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은, 트럼프가 한 순간이라도 대통령직에 머물러 있는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에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단정하며 “중대 범죄(high crimes and misdemeanors)” 혐의로 탄핵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공지하는 동시에, 펜스(Mike Pence) 부통령에게 수정 헌법 25조를 발동해서 트럼프 대통령 권한을 박탈할 것을 결의하도록 촉구했다. 

 

한편, 오는 20일 정식 취임을 앞둔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의회가 선거 결과를 확정하던 도중에 벌어진 이번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더욱 적나라하게 노출된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과 첨예한 대립을 해소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된 점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래에 사상 유례없는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미국 사회에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살펴본다.                  

 

▷ 친(親) 트럼프 폭도들 의사당에 난입, 대선 결과 확정 절차 중단  

 

지난 주 수요일 미국 주요 미디어들은 아침 일찍부터 의사당에서 상·​하 양원 의원들이 각 주별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장면을 중계하고 있었다. 이는 작년 11월 3일 선거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바이든(Biden) 당선자의 대통령 선출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법률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의사일정이었다. CNN 블리저(Wolf Blitzer) 뉴스 앵커는 정규 방송 도중 친(親) 트럼프 무장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 상황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친(親) 트럼프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으로 긴급 대피한 상·​하 양원 의원들은 몇 시간 동안 공포에 질려 은신처로 피신했다. 그 동안 의사당에 진입한 폭도들은 양원 합동회의장을 포함한 의사당 내부를 휩쓸며 유린했다. 워싱턴 치안 당국이 긴급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고 주 방위군 병력이 출동해 진압한 뒤에야 겨우 해산됐다. 회의장으로 돌아온 의원들은 펜스(Mike Pence) 부통령의 사회로 나머지 의사 일정을 속행하고 민주당 바이든(Biden) 후보의 당선을 공식적으로 최종 확인했다.

 

이날 50개 주의 대통령 대의원단 투표 결과를 순차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펜실베니아주, 조지아주 등 관심 지역의 투표 결과에 대해 주로 공화당 의원들의 이의(異義)가 제기됐고, 그 때마다 상원 및 하원은 개별적으로 두 시간 가량의 토론을 거친 뒤, 각 주별 대의원들의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최종 확인 결과, 각 주 대의원들의 투표 결과는 작년 11월 3일 실시된 투표에서 확보한 대의원 수와 동일한 306 : 232 득표 결과를 보여 바이든(Biden) 당선자의 승리가 최종 확정됐다.    

 

▷ ‘MAGA’ 극우 집단 반란의 배후는 바로 현직 대통령 “트럼프” 

 

미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의 대의원단 투표 결과 확인은 평시라면 지극히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게 상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 측이 선거 초반부터 근거없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거짓 승리’ 주장을 반복해 온 흐름을 반영해서 시종 극도의 긴장 속에 진행됐다. 최근 들어, 공화당 지도부마져 바이든(Biden)의 승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돌아서자 트럼프 진영은 고립되기 시작했고 극단적인 친(親) 트럼프 지지 그룹들이 연합해서 폭력적인 의회 점거를 감행한 것이다. 

 

이들은 민주당 지도자인 펠로시(Pelosi) 하원의장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하고, 심지어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거절한 공화당의 펜스(Pence) 부통령에 대해서도 ‘반역자’ 프레임을 씌워 응징할 것을 공언하는 등, 과격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최근 며칠 간 드러나는 다른 사실들도 가히 충격적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상원의원 선거의 결선 투표가 진행되고 있던 조지아주(州) 주무장관 및 주 연방 검찰 책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부정’의 증거를 찾아내도록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조지아주 북부 연방 검찰총장은 트럼프 측의 ‘부정 선거’ 수사 강압에 못이겨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사상 유례가 없는 미국 자국민들에 의한 의사당 난입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패배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발생한 것으로, 일견, 예고된 사건일 뿐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내세운 백인 우월주의 집단 ‘Proud Boys’ 등 극렬 우익 세력 및 총기 소유 옹호 그룹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극우 성향 행동 조직들이 주축인 친(親) 트럼프 성향의 과격 세력들은 의회가 바이든(Biden) 당선자의 승리를 확정하는 것을 뒤집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개회 중인 의사당을 폭력으로 점거해 의사 일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계획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 무장 폭도 집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한 선동을 계기로 워싱턴으로 집결했고, 당일에도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측근 줄리아니(Rudy Giuliani) 변호사가 격려 혹은 선동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의 사임을 촉발한 ‘워터게이트(Watergate)사건’을 보도해 명성을 얻은 전설적인 언론인인 번스타인(Carl Bernstein)은 이날 벌어진 의사당 점거 유린 사태 후에 CNN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이 저지른) 이번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트럼프 개인 및 미국 사회에 저질러진 ‘오점(stain)’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 이라며 안타까운 논평을 내놓았다.

 

▷ 전문가들 “트럼프의 반란 선동 행위는 명백한 탄핵 소추 대상” 


친(親) 트럼프 폭도 집단들의 의사당 점거 유린 사건 발생 후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법률가 및 논평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친(親) 트럼프 극렬 지지자 그룹들의 유례가 없는 폭력적인 의회 점거 및 민주적인 의사 진행 절차 방해 사태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에 의해 촉발된 것이 분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사후 책임을 추궁 당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폭력으로 의사당에 침입한 친(親) 트럼프 폭도들은 펠로시(Pelosi) 하원의장 사무실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괴했고, 흑인 인권 지도자 루이스(John Lewis) 기념물을 파괴했다. 그러나, 그들 일부는 자신들은 진정으로 침략자들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해산된 뒤에 트럼프의 호소(?)를 따라 귀가한 그들은 다음 4년 간 해야할 일들을 모색하는 데 골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사당으로 진격하기 직전에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미국을 구하는 궐기대회(Save America Rally)’ 에서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과격한 좌파 민주당원들 및 가짜 뉴스 미디어들에 의해 도둑맞은 선거 승리를 되찾기를 원할 것” 이라고 선동하고,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승복하지 않을 것, 우리는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 이라고 절규했다. 이어서, “우리에게 남은 대안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거부하는 길 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

 

한편, 대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적인 제약으로 실제로 탄핵 절차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려질 지는 의문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반란 선동(incitement of insurrection)’ 행동은 분명히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상징의 요란한 깃발들을 앞세우고 의사당 건물로 돌진함으로써 민주주의 절차를 유린하는 친(親) 트럼프 시위대들의 괴기한 모습을 목도하며 경악했을 것이다. 또한,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국가 위신과 미국인들의 글로벌 체면 추락을 한탄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냉정한 평론가들은 이날 벌어진 상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충격적이기는 해도, 새삼스럽게 놀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2016년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등장한 이후 예견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들은 당시, 트럼프 후보가 토론회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결과 여하에 달린 것’ 이라고 응답한 적이 있음을 상기하는 것이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승리만을 인정하려는 독선적인 속성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에 해를 미치거나 손실을 주는 상황 발전은 모두 불법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는 기본적으로 공적 임무를 맡을 책임자로서의 인성과 자질을 결여한 자신의 저열한 내면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두고 두 번째 탄핵에 직면 


오는 20일 바이든(Biden) 당선자의 제 46대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의회 상·​하 양원을 장악하게 되어, 소위 정치적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19일 임기 종료 전에 즉각 퇴임을 촉구하는 포문을 열고 나섰다. 동시에, 민주당은 곧 바로 현재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을 중심으로, ‘국가 반역 사태를 조장한(incitation of insurrection)’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정식으로 발의,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신속 안건(fast track)’으로 청문회 등 절차를 생략하고 이르면 이번 주 중반에 표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은 펜스(Pence) 부통령에 수정 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하면서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펜스(Pence) 부통령은 아직은 동 25조 발동을 주저하고 있으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적으로는 오는 19일 종료되는 트럼프 임기 중에 탄핵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하다는 전망이 대세다. 비록 하원에서 어렵지 않게 탄핵이 결의된다 해도, 상원에서 기소된 혐의에 대한 사법적 심의를 진행해야 하나, 현재로는 상원은 19일까지 소집 예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상원이 트럼프의 유죄 및 해임을 판결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법 절차에서 배심원 역할을 할 상원의원 100명 중 2/3에 해당하는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이 탄핵에 동조해야 한다. 지난 번 조지아주 결선 투표 결과 간신히 50 : 50 균형을 이룬 민주당 의원 전원에 17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반(離反)해야 하나, 현재로는 약간 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고,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이번 친(親) 트럼프 과격 집단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 거의 명백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키는 것은 상원에서 수적 확보의 어려움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런 현실적인 난관에도 불구하고 임기 종료가 임박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실제로 탄핵을 통해 퇴임시키기보다는 향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퇴임 후에라도 탄핵을 확정하면, 트럼프가 다시 출마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2024년 대선에서 재현될 ‘잠재적인 트럼프 우려’ 를 지금부터 아예 근절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Reuter/Ipsos, 1월 7~8일) 결과에서는 조사 대상 미국 국민들 가운데 70% 가까운 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발생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국민들의 57%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임기가 이제 겨우 10여일 남짓 남겨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사당 난입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퇴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찍었던 공화당 지지자들 10명 중 7명은 상·​하 양원 의원들이 민주당 바이든(Biden) 후보의 당선을 확인하고 있던 의사당에 난입하여 의회 절차를 중단시킨 행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태 직전에 백악관 인근에 운집한 수 천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의사당으로 진입할 것을 촉구한 선동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 미국 사회를 양극으로 갈라놓은 ‘몰지각한 포퓰리즘’의 후과(後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년 간 정권 담당 과정에서, 2016년 대선에서 비록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으나, 미국 사회에서 뿌리를 내려온 정통 공화당의 정치 이념과는 거리가 한참 먼 행태를 보여온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장, 경제 정책 측면에서도 시장, 고용, 대외 교역, 재정 운용 등 제반 측면에서 정치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통적인 보수 이념과는 거의 정반대인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극도의 보호주의 슬로건을 내걸고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둔 트럼프로서는 관성을 억제하지 못하고 줄곧 즉흥적이고 과격한 선동 정치에 몰두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가장 상징적인 대외 정책으로 평가되는 강력한 보호주의를 앞세운 중국과의 무역전쟁 확전, 실무적 절차를 생략하고 정상들 간의 절충에 집착해 온 대(對)북한 정책의 완전한 실패 등은 전형적인 충동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힌다. 

 

어느 유식자(Jeffrey Sachs)는 지난 6일 일어난 친(親) 트럼프 집단들의 의사당 난입 및 헌법 유린 사건은 트럼프의 백인 소수 집단을 위한 배후 선동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규정한다. 또한, 삭스(Sachs) 교수는 역사적으로 집단 폭동은 소수 약자 그룹들의 권익 보장을 위한 것이었으나, 이번 사태는 백인 소수 그룹이 ‘미국을 구하고 연약한 정치인들을 몰아내려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지금에 와서 등을 돌리는 일부 공화당 지도층을 포함한 많은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진정으로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그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것에서 기이하고 불법할 수도 있는 행동을 지지하고 보호해 왔다. 그들은 트럼프가 줄곧 주창해 온 각종 규제 완화, 부자들을 위한 감세 조치, 보수 성향의 대법관 임명 등 그가 하고 싶은대로 자행한 온갖 조치들에 대해 열광해 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지지자들도 트럼프를 정통 정치인으로 여기지 않고 있고, 트럼프 역시, 일종의 사교(邪敎) 지도자와 유사한 리더십을 가지고 카리스마 선동가의 행태를 이어온 것이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진보 인사들, 유색인들, 이민자들 등에 의해 황폐되고 폭력에 물든 사악한 도시로부터 구출해 줄 것이라는 달콤한 약속을 보냈다. 많은 이들은 트럼프를 ‘정치인(politician)’이라기보다 ‘구세주(messiah)’라는 믿음으로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기는 커다란 의문은 이 ‘구세주’가 권력을 잃은 뒤에도 이 사교 집단이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 ‘MAGA 폭동 사태’ 이후의 미국 사회는 어디로 향해 가나?  


UC 버클리 대학 들롱(J. Bradford DeLong) 교수는 이번에 의사당 난입 사태에 가담한 백인 중심의 폭도들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 및 Fox News 등 일부 보수 성향 미디어가 협력해서 끊임없이 거짓 사실을 주입한 결과, 진정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구하려고 나선 것’ 으로 확신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들이 의사당으로 돌진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향해 이번 대선 패배가 부정한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강변했던 선동성 발언을 지적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과 선동을 일삼아온 일상화된 습성이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마지막 며칠 간을 일생 최대의 위험에 빠지게 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의사당 난입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 미국인들의 인식 방향은 그간 미국 사회가 얼마나 극심한 분열과 대립을 잉태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Reuter/Ipsos 여론조사 결과,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 방향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을 뿐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2/3를 포함해 미국 성인들 79%가 이번 사태 참가자들을 형사 범죄자라고 규정했고, 9%는 우려할 집단이라고 인식했고, 단 5% 만이 애국자들이라고 평했다.

 

이에 더해,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이번 친(親) 트럼프 과격 그룹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가 보여준 폭력적 파괴 행위를 비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은 ‘과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왔고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겨우 20% 정도만이 즉각 퇴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다. 아울러, 퇴임을 지지하는 국민들 가운데 30%는 수정 헌법 25조 발동에 의한 해임을, 그리고 13%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사임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미국인들 가운데 14%만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을 지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감안해서인지, 민주당은 지금 당장에는 하원에서의 트럼프에 대한 탄핵 결의는 서둘러 마칠 심산인 것으로 보이나, 상원으로 탄핵안을 회부하여 심리를 벌이는 것은 일단 여유를 가지고 몇 주일 동안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바이든(Biden) 취임 후 초기 100일 동안은 정책 결정에 집중할 것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진행 일정 여하에 불구하고 현재 트럼프 탄핵안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로부터도 지지와 동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 소개한 삭스(Sachs) 교수는, 역사적으로 지금 미국 사회는 인종 문제와 관련하여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미국 사회가 지금 백인들의 독점적인 지배 사회로부터 서서히 변환되어가고 있는 실상을 주시하는 것이다. 인구 구성으로도 백인 인구 비율이 1970년에는 83%를 차지했으나 2045년까지는 동 비율이 겨우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아가, 2060년 무렵이 되면 非히스패닉계 백인 인구 비율이 44%에 불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어, 그 때 쯤이면 미국은 ‘소수가 다수를 점하는(majority-minority)’ 사회로 변모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Project Syndicate, Jan. 8, 2021). 아직도 꼬리를 길게 남기고 있는 백인 우위의 인종 문제도 서서히 사라질 운명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퇴장에 드리우는 ‘황혼의 그림자’ 그리고 ‘천상의 교훈’


이제 전세계 세인들의 또 하나의 커다란 관심은, 과연 트럼프라는 인물이 권좌에서 내려온 뒤, 사교(邪敎) ‘트럼피즘(Trumpism)’이 미국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얼마나 잔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그는 아직은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온갖 정치적, 사회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지난 4년 간 그토록 즐겨온 트위터 등 SNS가 영구 차단된 뒤에 다른 채널을 설립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트럼피즘’의 잔존 여부는 오랜 동안 논란이 되어 온 바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트럼피즘의 바탕을 제공할 정치, 사회적 철학에 대한 의문에도 달려있는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트럼프 혹은 트럼피즘의 등장은, 특히, 진보 진영에 속해 있는 인사들은 미국 사회적 병폐(病弊) 현상의 증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실은 미국 사회에는 트럼프라는 인물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빈부 격차의 확대,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 도시 지역의 확장, 소수 인종에 대한 증오 등 수 많은 심각한 사회적 병폐들이 축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트럼프라는 인물은 이런 사회적 병폐들을 교묘하게 이용해 정계에 혜성같이 부상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한 ‘쇼 비지니스의 성공작’ 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라는 선동가 정치인이 연기해온 성공 드라마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그의 요란한 언변과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듣기좋은 구호들도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야말로 멜로드라마의 마지막 장면과도 같은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달콤한 성공을 구가했던 일장춘몽의 4년을 전후해 그가 저질러온 온갖 추악한 업보에 더해서 이번에 새로이 저지른 결정적인 악행은 엄중한 단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어쩌면, 그는 백악관을 나서며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라 연옥(煉獄)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머지않아 팔순을 바라보는 이 노령의 풍운아가 권좌에서 내려오는 뒷전으로 황혼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있다. 그가 그토록 권력에 집착했던 것은 어쩌면, 공적 봉사 동기보다는 이러한 숙명적으로 닥쳐올 엄청난 개인적인 질곡을 두려워한 비겁한 소인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이번 의사당 난입 사건을 기화로, 트럼프 대통령이 괴기하지만 효율적인 장악력을 잃어버리는 경우에는, 공화당 내부에도 ‘추악한 내전(vicious infighting)’이 벌어져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분열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하는 견해도 있다. 이 모두가 지난 4년 간에 현란한 연기를 펼쳐온 트럼프,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궤를 벗어나고 정체성를 저버린 정권을 떠바쳐 온 공화당 인사들이 쌓아온 업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새삼, 짧은 기간에 현란하게 펼쳐졌던 트럼피즘의 영고성쇠(榮枯盛衰)는 세상 만사가 무상함을 몸을 사르며 보여주는 성 싶다. 

 

오랜동안 전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전형으로 칭송을 받아온 미국에서 벌어진 이 희대의 사태는 지구촌 모든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어쩌면, 동방의 한 자락 반도 끝에 위치한 우리에게도, 무정견한 독선(獨善)과 자성할 줄 모르는 아집(我執)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치 세력이란 결국에는 어떠한 종말을 맞게 되는지를 예감하게 해주는 서늘한 경각(警覺)이 불현듯 천상의 울림처럼 뇌리를 스친다.

 

 

  • 기사입력 2021년01월13일 1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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