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Watch] 美, 대법관 임명 승인 둘러싸고 당파적 정치 논쟁이 격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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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금요일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이 사망함으로써 공석이 된 연방 최고법원(Supreme Court)의 후임 대법관(Justice) 임명을 서둘러 강행할 태세로 있어, 선거전이 한창인 워싱턴 정가에 이 문제가 급자기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를 통해 26일에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은 이례적으로 단시일 내에 승인하는 것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고, 공화당 일각에서도 자칫하면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후임 임명을 이례적으로 서두르고 있어, 오늘날까지 높은 명성을 쌓아온 최고법원을 당파적 정치 싸움의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사망에 즈음하여 미 정계에는 당파를 넘어 애도의 물결이 몰리고 있다. 민주당 전 대통령 경선 후보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사망은 미국의 커다란 손실이다. 그녀는 정의와 평등의 탁월한 챔피언이었다. 현대 미국 역사 상 가장 위대한 대법관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고 말했다. 공화당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도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은 최고법원의 일원으로 명예와 차별성으로 일관했다. 나와는 법률적 철학이 다른 점도 있었으나, 그녀의 나라를 위한 봉사를 존경한다” 고 말하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아래에 이와 관련한 보도 내용을 요약한다.
▷ 트럼프 “이번 주말에 임명 강행 방침, 젊은 여성 후보가 부상”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고(故)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의 후임이 될 후보를 오는 25~26일에 지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미 5명 정도로 후보군을 압축했고, 대부분 젊은 사람들” 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대법관은 사망하거나, 사임하거나, 탄핵 당하지 않으면 그 직을 유지하는 ‘종신직’이므로, 젊은 보수파 대법관을 지명해서 오랜 동안 최고법원에 보수파 지배를 굳히려는 심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아울러, 당면한 문제로는, 11월 대선에서 갑자기 늘어날 우편 투표에 대해 법원에 쟁송을 벌일 계획을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자신에게 유리한 최고법원의 보수 우위를 더욱 확고하게 하려는 속심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여성 후보를 지명할 것을 천명해 오고 있다. 그러나 대법관의 임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승인되어야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Fox News TV와의 인터뷰에서 “11월 선거일 이전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고 말해 선거일 이전에 승인되는 것이 소망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 여성 판사들은 연령이 40, 50대여서 만일의 경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고 해도 이들은 오랜 동안 대법관직(職)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사들 중에는, 현재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배럿(Amy Coney Barrett, 48세) 시카고 본거지의 7 지역 연방 순회 항소 법원 판사가 있다. 배럿(Barrett) 판사는 가톨릭 신자로, 임신 중절 반대자들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정치적으로도 중서부 출신인 그녀의 임명은 중서부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녀는 이미 지난 월요일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고, 별도로 치폴론(Pat Cipollone) 백악관 고문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5명의 후보들을 모두 만날 생각이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이 걸린 대선을 불과 6 주일 앞두고 대법관 후보 지명과 관련해 험난한 정치 싸움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파 대법관을 임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밝혀진 이상, 민주당은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슈머(Chuck Schumer)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만일 공화당이 이번에 대법관을 보수 성향 인사로 충원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백악관 및 상원을 차지하면 (임명 무력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 “상원에서 과반수 찬성이 필수, 공화당 의원 ‘4명’ 이반(離反) 여부가 관건”
생전에 진보 성향의 대법관으로 명성을 얻었던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이 사망함으로써 현재 미국의 최고법원의 대법관은 8명이 됐다. 이 가운데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은 5명,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은 3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석이 된 대법관 후보에 보수파를 임명해서 미국 사법부 최고 기구인 최고법원의 보수파 지배를 오래 유지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는 대법관 후보자를 승인하려면 100명의 상원의원 중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상원의 의석 분포(공화 53석, 민주 47석)로 보아, 공화당 의원들 중 조기 임명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몇 명이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이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알려지기로는, 아직 가부 간 입장을 결정하지 않고 있는 상원의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는 원래부터 앙숙 관계여서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후임의 조기 임명 강행 방침에 반대할 것으로 점쳐지던 롬니(Mitt Romney) 상원의원이 22일, 연내 승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선거일 전에 임명을 강행하려는 측에 힘을 보탰다.
따라서, 만일, 최소한 4명 이상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다수 의견에 이반(離反)하는 경우에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전원 반대한다는 가정 하에, 트럼프 대통령의 후임 대법관 조기 임명 시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3명의 이반(離反) 의원들이 나오는 경우에도 찬반(贊反) 동수가 돼, 상원의장 역할을 하는 펜스(Pence) 부통령이 가부 동수인 경우 결정권이 있어 임명안은 승인될 수 있다. 대법관 임명 공청회를 주관할 상원 사법위원회 위원장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은 이미 임명 승인에 필요한 과반수의 찬성표가 모아졌다고 밝혔다.
▷ 故 긴즈버그 유언 “새로 뽑힌 대통령이 내 후임을 임명하길 소원”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이 11월 선거 이전에 방금 공석이 된 대법관 후임을 임명 승인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는 해도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후임자를 임명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고, 실제로 이날 임명하면 선거일까지는 40일이 남게 되어, 이날 지명되는 후보자를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이 승인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경우가 된다.
1975년 이후 이렇게 단시일 내에 미국 최고법원 대법관 임명을 승인한 사례는 단 두 차례가 있다. 고(故) 스티븐스(John Paul Sevens) 대법관은 1975년 임명될 당시에 19일이 걸렸고, 오코너(Sandra D. O’Conner) 전 대법관은 1981년에 임명될 당시에 후보로 지명되고 나서 33일이 지난 시점에 상원이 승인한 바 있다. 지난 주 사망한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의 경우에도 승인까지 42일이 걸렸었다. 지금까지 대법관 후보가 임명되고 상원 승인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69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고인이 된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의 생전 유언이 공개돼 흥미로운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주 췌장암 복합 증세로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故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손녀(Clara Spera)가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사망 직전에 받아썼다며 발표한 고인의 유언 내용은, “내 가장 열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후임이 임명되지 않는 것 (My most fervent wish is that I will not be replaced until a new president is installed.)’ 이라는 내용이었다.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은 오랜 동안 암과 투병하면서도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미디어들을 통해 간간이 보도되기도 했다. 심지어, 여러가지 암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병상에서 구두 토론 및 최고법원의 업무에 참여하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 클린턴 대통령 첫 임기 동안인 1993년에 대법관에 임명되어 의회에서 승인된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판결 의견으로 유명하다. 로버츠(John Roberts) 최고법원장은 지난 금요일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나라는 역사적인 명성을 가진 대법관을 잃었다” 고 애도했다.
바이든(Joe Biden)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월요일 ‘만일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최고법원 대법관 자리를 늘릴 의향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그는 지금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후임자 지명과 관련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자신의 답변이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Biden) 후보는 “그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고, 그는 항상 현안 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면서 주제를 돌리려고 노력했다” 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표된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의 유언 내용에 대해 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언의 진실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故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이 쓴 것인지, 민주당 쉬프(Adam Schiff) 하원 정보위원장, 슈머(Chuck Schumer) 상원 원내총무 및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의 공동 작품인지 알 수가 없다” 고 말하고 “아마 후자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 블룸버그 “트럼프, 최고법원을 정치적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어”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0일,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이 사망하자 지금까지 당파적 분쟁을 초월해서 사법부라는 정부의 한 축을 구성해 온 최고법원이 그간 쌓아온 명성에 오랜 동안 흠결(欠缺)을 줄 수 있는 정치 투쟁의 한 가운데로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 및 맥코넬(Mitch McConnel)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긴즈버그(Ginsburg) 대법관 후임을 임명하려고 서두르고 있으나, 민주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백악관 및 상원을 장악하는 경우에는, 현재 9명인 대법관 정원을 늘리는 등 과격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보수 성향이 지배하는 현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시사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도 최근, 공화당 의원들이 당파적 대열에 속속 참여하는 것으로 보아, 최고법원에 보수 성향 대법관을 추가 임명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사법부의 명성은, 당파적 정치 싸움의 희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현재 우월한 구도를 이용해서 강행하면 의도대로 임명을 관철할 수 있으나, 만일 민주당이 11월 선거에서 백악관 및 상원을 장악하게 되면 엄청난 역풍(逆風)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은 임명 ‘시기’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선거 전에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면 최고법원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파가 장악하게 되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성과가 될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기독교 복음주의 노선과도 일치하는 결과가 된다. 그만큼, 최고법원의 보수 지배를 염려하는 민주당의 반대는 격렬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상원에서 승인 절차를 최종 결정할 맥코넬(McConnell) 원내총무는 22일 대통령 선거일 전에 승인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말하지 않았다. 국민들 관심이 높은 대법관 임명을 단시일 내에 강행하면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대통령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관측된다. 미국에서 대법관 지명자는 여야 의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주요 사안에 대한 견해를 설명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공화당이 강행한다면 민주당이 맹렬히 반발할 것은 당연하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홍보부장을 역임한 헤이(Douglas Hay)씨는 대선일 전에 임명하는 것이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미국 국민들은 선명하게 분열되어 많은 유권자들이 이미 투표할 후보를 정해 놓은 상황에서 “대법관 임명이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 선거 이슈를 코로나 대응, 인종 분규 문제에서 대법관 임명 문제로 옮기려는 시도를 경계하고 있다.
어쨌든 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주류가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고, 만일, 민주당이 오는 11월 선거에서 백악관 및 상원 다수를 탈환하게 되면 미 정국은 대단히 혼란스러워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대법관 조기 임명에 찬동했던 많은 상원의원들은 성난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버지니아(Virginia) 대학의 대통령 및 최고법원 전공인 페리(Barbara Perry) 교수는 “지금은 미국의 사법부의 적법성과 관련해서 대단히 어렵고 위험한 시기” 라고 우려했다. 미국에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현재의 복잡한 정국이 최고법원의 권위를 지키려는 대법관들의 노력을 압도하는 불운한 상황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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