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Washington Watch] 美 대선 50일 앞두고 파란(波亂) 연속, ‘선거 불복’ 우려 고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메타정보

본문

미국에서는 선거가 있는 해에는 통상적으로 9월 첫 월요일인 노동절(Labor Day; 올 해는 7일)을 기점으로 선거전이 마지막 피치로 돌입하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 사회의 거의 모든 이슈가 ‘2020 대선’과 직결되는 분위기다. 동시에, 이번 선거는 종반으로 갈수록 무언가 불온(不穩)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느낌이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양당 후보 간에 향후 4년 간 펼쳐 나갈 각종 정책을 이슈로 올리며 열띤 공방이 오가게 마련이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정책 대결 분위기는 아예 모습을 감추고 단지 이어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당파적 정치 공세만 난무하고 있다. 

 

당초, 백인 경찰관의 흑인 폭행 치사 사건에서 촉발된 ‘BLM(Black Lives Matter)’ 항의 시위가 미 전역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이제 서부 캘리포니아 및 오레곤 지역에서 맹렬하게 번지고 있는 사상 유례없는 산불을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 간에 발화 책임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불이 번지는 것이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의 관리 잘못이라고 공격하는 반면, 바이든(Biden) 후보는 기후 변화 대응을 무시하는 트럼프 후보가 ‘방화범’이라고 공격한다. 사회 불안을 지렛대로 삼아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불안을 계속 부추기는 것이 이득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배경으로, 11월 3일 선거일에 투표가 종료된 이후 벌어질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선거 결과가 즉시 확정되지 못하거나 어느 일방이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민주주의 절차에 의한 정권 이양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금 많은 미국인들은, 만일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국에 희대의 ‘헌법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바이든, 박빙 선두 유지하나 누구도 결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최근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미 ‘2020 대선’ 선거전이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숨죽이고 있다가 노동절 이후, 일거에 새로운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바이든(Joseph R. Biden)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로 나오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서부 백인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양당이 8월 전당대회 전후에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로도 선거전은 대체로 안정적이고, 트럼프 후보가 일부 경합주에서 코로나 사태로 유동적이었던 ‘교외(郊外)에 거주하는 백인’ 유권자들 지지를 다소 회복하면서 팽팽한 긴장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Biden) 후보는 다른 거의 모든 영역에서 리드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도심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리드가 두드러진다고 전해진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알려진 전형적인 경합 지역인 플로리다주에서도 지난 4월 바이든(Biden) 후보가 경선 승리를 선언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 여론 조사에서 한 번도 선두를 뺏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자 및 희망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지난 2016년 대선 때처럼 이변이 나타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조지아 등 남부 및 서부 지역에서는 아직 수세에 몰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 흑인 시위 현장의 약탈 흔적을 배경으로 폭력 시위를 비난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이든(Biden) 후보 및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양당 자체 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가 매우 협소할 것으로 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 폭행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 및 위스콘신주 등 백인 지역에서 인종 분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수세에 몰린 트럼프, ‘좌파 몰이’ 전략, ‘산불 책임’ 공방도 가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변함없이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최근 미군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늘어놓아 결코 자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논란에 휩싸이기보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집중할 의향이 없거나 능력이 모자라는 점이다. 또한, 트럼프 진영은 현재 선거 자금 모집이 부진해서 선거 광고를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도 겪고 있다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재산도 내놓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최근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는 민주당 바이든(Biden) 후보 진영은 지난 8월 한달 동안 선거 자금을 무려 3억6,500만달러나 모금해서, 선거 자금 모금에서도 트럼프를 크게 앞서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씨도 바이든(Biden) 후보의 승리를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희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트럼프에 있어서 가장 긴요한 슬로건은 ‘바이든 후보를 극단적인 좌파로 몰아가는 단일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것’ 이라고 믿고 있다. 깅리치(Newt Gingrich) 前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은 “계속 반(反) 미국적 불법 행동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이라고 권고한다. 그는 “좌파들의 반(反) 미국 성향에 맞서서 미국의 애국심 및 역사를 강조해야 할 것” 이라며 “바이든(Biden)을 (1972년 닉슨 후보에 패배한) 맥가번(McGoven)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한다. 

 

한편, 트럼프 참모들은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자체 조사에서는 판세가 보다 고무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펼치고 있는 ‘법과 질서(law and order)’ 캠페인은 보수층 지지를 결속하는 데는 도움을 주나,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대다수 도시 지역에서 온건 중도 세력을 움직이는 데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진영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결정적 승리 요인이었던 경합 지역 상당수가 공화당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인종 차별 항의 시위의 발단이 된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에서는 이미 바이든(Biden) 후보로 기울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선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서부 지역에서 엄청나게 번지고 있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에 대한 책임 논란이다. 바이든(Biden)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변화 대응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점을 들어 기후 변화 이슈를 새로운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파리(Paris) 기후 협약’을 탈퇴한 것을 연계시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오레곤주 산불 지역을 시찰하고, 주 정부의 관리 잘못을 면전에서 비난하자 주지사 등이 이 지역의 최근 기온 상승 데이터를 근거로 기후 변화 대응 무시 정책이 가져온 재앙이라고 반격하는 등,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막판 선거전에서 ‘기후 변화’ 이슈가 큰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공화당 내에 번지는 반(反)트럼프 움직임도 상당한 변수로 등장”  


미 시사 주간지 ‘TIME’은 지난 7월,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반(反)체제 인사들’의 움직임을 전하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에 대한 이들의 ‘복수(復讐)’라고도 표현했다. 기사에는 몇 사람의 인물 사진도 곁들였다. 당초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었지만 지난 4년 동안 트럼프의 행적을 보고 더 이상 그에게 표를 주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멤버들이 참여하는 ‘RVAT(Republican Voters Against Trump)’ 모임들을 주도하는 인물들이다. 한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퇴역 군 사이버 보안 기술자 스필맨((Jack Spielman)씨는 “지난 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한 표를 던졌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기여라도 하고 싶었다”고 ‘반(反) 트럼프 체제’ 모임 결성 동기를 밝혔다. 

 

공화당 당원들 간에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모임들은 이들 외에도 많이 있고, 작년 12월 이후 적어도 5개 이상이 새로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대표적인 모임이 ‘링컨 프로젝트(Lincoln Project)’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바이든(Biden) 후보를 지지할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들 반(反)트럼프(‘Never Trumpers’) 공화당원들은 초경합주로 알려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지역에 약 77,000명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들은 결속해서 11월에 바이든 지지로 돌아설 경우, 트럼프를 몰아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의 번스타인(Jonathan Bernstein) 논설위원은 이런 “Never Trumpers” 움직임에 대해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직 중간 지역에 머물고 있는 유권자들이 이런 움직임에 의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이들이 당파를 넘어 지지를 바꾼 사실은 보도 가치로는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한 후보가 이렇게 당파를 초월한 지지를 받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주류(主流)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 “이번에 우편 투표 비중이 급증, 개표 과정에서 다툼 가능성 커”  


이에 더해, 이번 ‘2020 대선’이 유례가 드문 Covid-19 팬데믹 사태 속에서 실시된다는 것도 우려를 더하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미국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 비대면(非對面) 투표를 선호할 것으로 보여 우편 투표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양당은 이미 지난 8월에 치른 예비 경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주에서는 원활하게 진행됐으나,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Covid-19 사태와 관련해서 수 백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월 대선에서는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미시간주 등이 처음으로 우편 투표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

 

따라서, 만일, 선거전이 접전으로 끝나고 당일 투개표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트럼프 진영이 중요 지역에서 바이든(Biden) 후보를 누른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8년 실시된 중간 선거에서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가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전례도 있다. 

 

반면에, 만일, 우편 투표 집계가 진행됨에 따라 바이든(Biden) 후보가 유리하게 나타나면 양 측이 모두 승리를 선언하는 ‘이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많은 지역에서 선거인 수를 둘러싸고 법원에서 쟁송을 벌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양측 지지자들은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이다. 이들 일부는 무기를 소지하고 참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번 포틀랜드시 흑인 시위대 진압을 위해 요청했던 것처럼 연방군을 투입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칫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The Economist)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드조이(Louis DeJoy) 우편국장을 임명한 뒤 비용 절감을 위해 우편물 분류기 및 인력을 감축하는 바람에 폭주하는 선거 메일을 배송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우려돼 왔다. 하원 감시위원회 및 상원은 드조이(DeJoy) 국장을 청문회에 출석시켜 혹독한 심문을 통해, 결국, “선거 우편물 배송 능력을 증강해서 급증하는 우편 투표지의 적기 배송에 충분하게 대응할 체제를 갖추고, 안전하고 시한에 맞춰서 배송할 것을 다짐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참고로, 로스앤젤스 타임스(The Los Angeles Times)가 미 우편국(US Postal Service)의 우편 배달 서비스 현황을 실험하기 위해 지난 8월 21일부터 24일 동안 우편물 100개를 캘리포니아주 혹은 타 주로 탁송해 놓고 이후의 배송 과정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한 결과는 몇 개 배송 과정에서 막힘 현상이 있었으나, 실험적으로 탁송한 1급 메일들 가운데 75%는 2 영업일 이내에 배달됐다고 밝혔다. 


▷ 트럼프 측 인사들 ‘계엄령’, ‘무장 봉기’ 등 극단적 발언 잇따라 


최근 트럼프 측근 인사들을 포함한 선거 진영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 십년 측근으로 2016년 선거에서 불법을 저질러 복역한 다음,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한 스톤(George Stone)씨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는 경우, 계엄령을 발동해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보건부 캐푸토(Michael R. Caputo) 홍보 담당 차관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Covid-19와 싸우고 있는 정부의 질병관리본부(CDC) 과학자들을 향해 반(反) 트럼프 대오를 형성했다고 주장하면서 ‘폭동(sedition)’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선거 이후에 좌파 ‘저격단(hit-squad)’이 무장 봉기를 일으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자신의 주변에 총을 소지한 사람들에게 실탄을 준비하라고 독려하는 등, 극단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을 감안하면, 현재 판세에서 열세에 있는 트럼프 진영이 자신들이 패배하는 경우, 선거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NYT)의 한 논설위원(Sharon LaFraniere)은 캐푸토(Caputo) 차관보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정권이 자신의 행정부 기관인 질병관리본부(CDC)의 과학자들을 바라보는 인식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은 과학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호의적인 노선에 맞춰서 행동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행위들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 캐푸토(Caputo) 차관보를 포함한 고위 참모들이 CDC의 핵심 홍보지들에 대해 행정부의 팬데믹에 대처하는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바꾸거나,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소개한 英 이코노미스트誌는 현재 미국의 Covid-19 감염 사망자 수가 20 만명을 넘어서기 직전인 상황이 상징하는 것처럼, 지금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는 현 대통령은 정통성이 결여된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 반면, 확실한 증거도 없이 대규모 부정 선거가 없다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달성할 것이라는 믿음에 충만한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고 전한다. 반면, 지난 2016년 대선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득표수에서 지고도 선거인 수에서 이기는 경우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40% 가까이는 선거 재실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공화당 지지자들의 30% 가까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선에서 패배하고 대규모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 퇴진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 “희대의 선거 불복 가능성 높아, 일부 ‘헌법 위기’ 우려도 고조”  


미국에서 역대 대선에서 선거전이 과열되어 유혈 사태가 벌어지거나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번에도 그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분석하는 견해들이 늘어나고 있다. 1968년 민주당 예비 선거 도중에 당시 유력 후보였던 케네디(Robert F. Kennedy; 암살당한 35대 John F. Kennedy 대통령의 동생) 후보가 암살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남북전쟁 중에서도 선거 패배자가 결과에 승복하는 전례도 있었다. 어처럼, 미국 역사에서는 다소 혼란이 있어도 선거 결과에는 승복하는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례적으로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민주 사회에서 선거 결과에 의해 정권이 평화적으로 이양되기 위해서는 패자 및 그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승복할 것이 기본 전제이다. 선거 당일 승패가 신속하게 판명된다면 패배자는 분하기는 해도 사태가 빠르게 결착이 될 것이나, 반대로 투표 결과가 확실하게 판명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방도가 없다. 사법 제도에 최종 판결이 맡겨지는 경우에는 시간이 장시간 걸릴 것은 분명하고 그 동안 일어날 사회 혼란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어느 일방이 압도적 차이로 승리를 거두게 되면 미국 국민들 가운데 절반은 불평을 쏟아낼 곳이 없게 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믿고 있는 상황에서 수 천만명이 동요할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면,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트럼프 후보에 87%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회 혼란이 증폭될 것은 분명하다. 이럴 가능성은 선거전이 박빙의 접전이 될수록 더욱 가중될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결정적인 역전 요인이었던 ‘숨어있는 트럼프 지지표’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Biden) 후보의 약점들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치매’ 논란이다. 바이든(Biden) 후보가 주로 인터넷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선거 직전에 치러질 3 차례 토론회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직접 대면 토론회에서 상습적인 거짓말 등 트럼프의 결정적인 약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예를 들면, Covid-19 관련 빅 뉴스 발표 등, 극적인 상황 반전을 노리는 ‘October Surprise’를 연출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 “미국 사회는 이미 극단적으로 분열, 이번 선거로 더욱 심화될 것” 

 

이번 선거에서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바이든(Biden)의 승리로 결착되는 경우다. 이런 사태를 예고하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수 주일 전 위스콘신주 방문 시, “만일 (자기가) 패배한다면 부정선거가 있을 경우일 뿐” 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대통령이 선거의 신뢰성을 의문시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고 충격을 주는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패하는 경우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민주당 진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지고도 백악관에 눌러 앉아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일부 예비역 군 간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지고도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며 퇴임을 거부하면 군이 병력을 동원해서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매번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2020 대선’은 특히, 미국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어서도 의미가 큰 선거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현대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라는 전통을 살려 평화적 정권 교대가 이루어지길 기원할 것이다. 현 정부 관계자들이 충성을 바칠 상대는 정당이 아니라 미국의 헌법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선거가 접전이 되면 패배한 측이 쉽사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발전되고 있다. 설령, 어느 일방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다 해도 사태의 귀추는 예단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정당하다고 믿을 승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George W. Bush; 子) 후보와 고어(El Gore) 후보가 접전을 벌였을 당시 경험했던 것처럼, 문제가 됐던 플로리다주에서의 집계가 법원의 판결로 부시(Bush) 승리로 귀착됐다. 그러나, 그 때도 법원의 판결만으로 사회가 안정을 되찾았던 것이 아니라, 고어(Gore) 후보가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누가 이겨도 이미 극단으로 분열된 미국 사회는 더욱 분열된 상태로 빠질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혹시 양측이 모두 승리를 선언하는 경우에는 양측 지지자들이 무장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다분하고,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군 병력 동원을 시도할 우려도 있다. 지금 미국 사회는 20년 전에 비해도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분단되어 있다. 이번 선거로, 분단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온 세계인들에게 비극일 뿐이다.

<ifsPOST> 

 

 

  • 기사입력 2020년09월17일 17시1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