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Watch] 한일(韓日) 경제관계 정상화의 험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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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협력의 위축
작년 7월에 감행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이후 더욱 악화된 한일 경제 관계의 정상화가 쉽지 않는 가운데 양국 간 경제 협력이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일 수출은 코로나19 충격도 겹쳐 지난 4월에 전년동월비 -12.6%, 5월 -29%, 6월 -17.8%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물론, 우리나라의 세계 전체 수출도 지난 4∼5월에 -20%대의 감소율을 기록하였으나, 6월에는 -10.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대일 수출이 부진한 편이다.
대일 수입도 일본제품 보이콧 운동 등의 여파로 부진하긴 하다. 다만, 금년 6월 기준으로 대일수입액은 1년 전인 2019년 6월의 92.0%인데 반해 대일수출액은 같은 기준으로 82.2%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대일수출 부진이 대일수입 부진보다도 심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한국 제품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일본기업들이 한국과의 신규 비즈니스에 소극적인 방향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국민들도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한국기업으로서는 일본시장을 개척하는 데 어려움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중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 자세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대(對)한국 무역규제는 한국 제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고 일부 품목의 국산화가 진행되는 효과가 나타나 일본기업에 대한 피해가 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솔브레인과 협력해서 고순도 액체불화수소의 국산화에 일찍 성과를 거두었으며, 반도체용 기체 불화수소에서도 일부 공정에서 순도를 낮추거나 일본 제품을 대체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포토레지스트에서는 듀폰의 한국 투자유치에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국산화 노력과 함께 일본 정부의 무역규제가 작년 4분기 이후 완화되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이 재개된 데다 캐치올 규제(비 전략 물자에 대한 수출규제)를 받게 된 수많은 품목에서도 특별한 수출 중단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 제조업에 대한 피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기업과의 비즈니스가 축소된 일본기업은 매출이 급감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3개 품목 이외의 소재 및 부품 관련 일본기업에게도 매출 기회 감소의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쇼크도 겹쳐 어려움을 겪게 된 일본기업으로서는 일본정부에 대한 불만도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한일 협력 관계의 약화는 한국 제조업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 정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국가가 모든 분야를 국산화하는 것은 국제 분업의 혜택과 함께 경제적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것을 의미하며, 바람직하지 않는데다 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한일 양국 기업이 협력해서 새로운 제품 혁신에 성과를 보여 왔던 패턴이 위축될 경우 부정적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또한 일본으로서도 한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축된 데 이어 이들 한국 기업들에게 소재 및 부품, 기계를 공급했던 일본의 핵심 산업마저 위축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일본정부로서도 대항 조치를 강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일본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일본 유치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CPU 등의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은 경쟁력을 상실한 데 이어 소재, 부품, 기계 강점을 가진 기업이 한국, 대만, 중국의 반도체 기업에게 이끌려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일본 산업의 우위성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도 Intel, TSMC 등을 일본에 유치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일본정부가 특히 그 유치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진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결정해 일본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일본 정부로서는 차선책으로서 연구 거점을 유치해 TSMC와 일본의 소재, 부품, 기계 기업과의 연구협력, 차세대 제품 개발 협력을 유도해 일본 관련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주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TSMC는 삼성, 인텔과 경합하면서 일본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차세대 초미세가공 생산기술인 EUV(Extreme Ultraviolet : 극자외선) 양산체제 구축 경쟁에서 앞서 작년 10월에 7nm 프로세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산에 주력 중인 중국의 자광(紫光)집단의 YMTC사의 경우 미국정부의 견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이미 NAND형 메모리의 양산에 성공했으며, 보다 시장 규모가 큰 DRAM 사업에도 주력하면서 일본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반도체 업계와 극심한 경쟁을 전개한 바 있는 엘피다메모리의 전임 사장이었던 사카모토 유키오(坂本幸雄)씨가 자광집단의 고급부총재 겸 일본법인장에 취임했으며, 일본 각지에서 기술자를 모집해서 자광집단을 위한 DRAM의 설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일본의 파나소닉, 소니의 통합회사이자 국책기업인 JOLED가 자체개발한 잉크제트 도포 방식에 의한 OLED 기술을 중국 유수의 가전 회사인 TCL 집단 산하의 CSOT사에게 이전하면서 이 기술을 활용한 모니터, TV 등의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JOLED로서는 중국, 대만 기업 등과 협력해서 한국기업이 주도하는 차세대 제품인 OLED 분야에서의 주도권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JOLED는 삼성전자를 동사 OLED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과 독일의 지방재판소에 지난 6월 24일에 제소하기까지 하였다.
상호협력의 이점(利點) 추구 필요
한일 양국은 주요 제조업 분야 등에서 긴밀한 협력 및 분업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관계가 역사 및 정치 문제로 인해 지속적으로 약해지고 한일경제가 서로 분리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양국 경제 및 기업에게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제 징용 소송으로 압류된 일본기업의 자산이 실제로 매각될 경우 일본정부의 추가 보복과 한일 간 대립 심화의 악순환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고인 일본제철의 압류된 자산(자회사인 PNR의 주식 8만 1075주)의 가치는 겨우 4억 537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하게 보면 겨우 4억원의 자산 때문에 일본정부는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3개 품목을 제조하는 일본기업에게 막대한 매출 손실을 발생시키고 맥주, 자동차, 옷 등을 제조하는 일본기업에게 한국인의 불매운동이라는 엄청난 손실을 입게 한 셈이다. 일본제철 등의 개별 소송 문제가 일본기업 전반의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부도 수조원에 달하는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에 주력하는 한편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조달선의 변경, 재고 축적, 국산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막대한 경영자원을 할애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가 개인과 기업에서 있을 수 있는 개별적인 손해배상 재판 문제로 한정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국가 간의 대립문제로까지 확대함으로써 무고한 경제주체들의 피해를 확산시키는 일을 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소모적인 한일간 보복전이 더욱 확대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정부는 실제로 경매가 이루어질 경우 이번에는 작년처럼 경고에 그치지 않고 한국기업 및 산업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보복조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개 품목만으로 한국 산업계가 크게 당황한 것으로 보면 일본의 다음 행보의 파장은 작지 않을 수 있다. 역사 문제로 인해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기업, 일본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한일 협력에 의한 중장기적인 이익이 손상되는 사태를 막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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