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Watch] 위기에 대응한 이노베이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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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이노베이션은 구조조정의 시기인가
코로나19 쇼크로 세계경제가 일시적인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면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자금 확보에 주력해야 할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비판을 받으면서 축적되어 왔던 기업들의 내부유보가 힘을 발휘하는 한편 많은 기업들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위기의 장기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일본기업의 경우도 단기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비절감에 주력하고 있으며, 중장기적 차원의 연구개발에 힘을 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일본 자동차 산업에서도 일부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이 연구개발 지출의 감축에 나서고 있다. 전반적으로 신규고용을 억제하여 경비절감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인 경쟁력의 원천인 연구개발 분야에도 합리화 압력이 가중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스타트업 투자, 산학연계 프로젝트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본 기업의 연구 분야에서도 중요회의의 개최나 심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져 각종 활동이나 투자 및 지출이 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기업의 경우 특히 완성품, 부품, 소재 기업의 연구자, 개발자가 밀도 있게 대화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차질의 여파가 있다. 특히 최근 강조되어 왔던 오픈이노베이션의 경우 외부인의 사무실 출입 자체가 억제되는 상황이어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일반 업무 등의 경우 원격회의로 대처하는 비율이 확대되고 있으나 실험을 거듭하고 물질을 확인하면서 진행되는 연구개발 등에서는 새로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개발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연구개발이 위축되는 압력 속에서도 오히려 이노베이션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들도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혁신 압력인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ed, Electric) 혁명은 코로나19의 지속기간 및 종식 이후에도 중요할 것으로 보고 각 분야에서 추진해 왔던 연구 및 개발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엔진의 제조 원가를 30% 감축하는 등 각 분야에서 근본적인 원가절감 활동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생산능력 확충 투자는 억제하고 있다.
모터 분야의 강자인 일본전산도 2020회계연도(2020.4~2021.3) 계획을 발표하면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를 전년도 보다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라믹 콘덴서의 강자인 무라타제작소는 2020회계연도에는 설비투자를 줄이지만 연구개발비는 증액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전자 부품 분야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수요 위축 압력이 나타나고 있으나 일본의 세계적인 부품 강자 기업들은 불황기에 오히려 연구개발에 매진하여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기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통상적으로 경제적 위기의 기간에는 다음의 산업질서를 혁신하는 이노베이션이 준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리먼쇼크 위기 전후에는 우버(2008년 창업), 에어비앤비(2008년), 인스타그램(2010년) 등이 창업되었으며, 구글의 경우도 1998년에 개인 창고에서 법인거점을 설립한 후 2000년 닷컴버블 붕괴라는 시련 속에서 성장하였다.
극심한 불황기에는 한편으로 이노베이션 기업에게 유리한 여건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수한 인력을 상대적으로 구하기가 쉬워지는 측면이 있다. 고객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면서 제품의 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업에게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스타트업일수록 강한 체질을 갖게 되고 업계를 주도하는 유망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혁신에 주력하는 일본기업
예를 들면, 각종 전자제품의 회로 내의 전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전력을 일시적으로 축전하는 적층 세라믹 컨덴서(MLCC)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40% 정도에 달하는 무라타제작소의 경우 5G 이동통신규격에 대응하여 축전능력을 10배로 확대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해 금년 중에 양산할 계획으로 있다(일본경제신문, 2020년 4월 21일). 동사는 경쟁사와 압도적인 격차를 가진 고효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제품의 기획 및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에 필요한 소재, 장비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기술적 강점을 집중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닛산자동차와 NTT그룹은 전기자동차(EV)와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서비스를 기업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전력을 EV에 축전하고 전력의 사용량이 많을 때 활용함으로써 전력 요금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 시스템은 재해시의 비상전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닛산이 EV 자동차인 ‘리프’를 기업에게 리스하고 NTT그룹이 기업의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비즈니스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사람 간 접촉을 줄일 수 있는 원격 조정 로봇에 관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소니도 이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하였다. 또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미라로보틱스사의 경우 지난 3월에 화장실 청소를 원격 조정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의 실증실험을 실시했다. 이 로봇은 자율작동과 원격 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 로봇이 화장실 변기를 스스로 닦는 한편, 이를 원격으로 감시하는 인간이 화면을 통해 체크하고 필요할 경우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하는 시스템이다.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관광 산업의 경우도 신규 수요를 개척하기 위해 영세한 기업이나 지자체 차원의 혁신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단체 버스 여행사인 ‘쿠마모토 버스’라는 기업은 전문인 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코로나19 리스크가 적은 승용차를 이용해서 고객이 관광지를 여행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였다. 기존의 상식을 바꾼 것이다. 오사카 지방정부의 경우도 사람이 모이는 과밀형 여행 상품을 자제하고 관광객이 인근의 고대 고분 지역인 나라현과 연계하여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여행 상품의 개발에 주력 중이다.
경제활동과 코로나19의 상시경계 양립(兩立)에 주력
이상과 같이 일부 일본기업은 코로나19의 확산을 경계하면서도 기존 사업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개척을 통한 이노베이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정부의 비상사태 선언 대상지역도 도쿄 등의 수도권과 오사카, 북해도 등을 제외하여 지난 5월 14일에 해제되었으며, 일본의 각 지자체들이 점차 경제회복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일본에서는 구미 각국처럼 대량 감염 및 사망자 급증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신규감염자 수가 피크를 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2차, 3차 감염 유행이 우려되지만 코로나 대응 지식 및 노하우의 지속적 고도화, 각종 치료제의 실용화, 각국 기업에 의한 백신 개발의 가속화 등을 고려하면 1차 유행 피크를 초과할 정도로 2, 3차 유행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일본 및 세계경제 상황을 고려할 경우 코로나19에 대응한 경제활동의 재개가 중요한 시점으로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를 억제하면서 언택트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 패턴으로 경제를 회복시켜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안감, 여행 및 활동 제한, 입장 객 수 억제 등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활동 규모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기업도 모색하기 시작한 이노베이션, 뉴비즈니스 창조를 통한 새로운 경제활동의 촉진은 이러한 경제의 마이너스 압력을 억제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며, 일본정부로서도 규제완화 등의 각종 지원책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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