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Watch] 취임사의 추억, 전쟁같은 오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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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오월이다. 우리는 가장 푸르렀던 2년전 이맘때를 기억한다. 2017년 5월10일,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며 국민들은 행복했다.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것입니다”, “저에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놓칠수 없는 희망을 담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런 나라여야 했어! 국민들은 그렇게 설렜다.
그로부터 2년,인적드문 청와대 뒷산의 녹음(綠陰)은 유난히 짙어보인다. 그러나 그 시작의 창대(昌大))함은 간 곳없고 오늘의 5월은 전쟁같은 잿빛이다.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다. 독재자, 도둑놈, 달빛창녀단... 저주같은 악다구니에 국민들은 귀를 막고 싶다. 제1야당을 뺀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고 이에 반발해 한국당은 자신들이 만든 선진화법을 비웃듯 동물국회를 만들고 이 푸르른 생명의 계절에 민의의 전당은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다. 청와대 게시판엔 이런 정당들을 해산시키라는 국민청원이 180만, 30만하며 연일 경쟁하듯 기록을 바꾸는 중이다. 민의의 광장인지 진영의 싸움터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 공간도 새 청와대가 만들었다. 국민이 물으면 청와대가 대답한다고 홍보하지만 무슨 대답을 할수 있을까? 집권당은 국민청원숫자의 격차가 몇배인지를 보라하지만 제1야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까지 접근한 또다른 여론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선 소리를 죽이고 있다.
적대와 혐오,타도와 투쟁의 아우성 속에 정권 출범 3년째를 시작하는 대한민국 정치는 이렇게 게임의 룰도 없이 싸우는 야만의 시간을 맞고 있다. 너무나 빨리온 계절의 변화다. 무엇이 이 지점까지 오게 했을까? 촛불정부의 의미는 너무나 컸고 응원하는 민심의 힘또한 너무 컸기에 2년을 겨우 넘긴 시점에 독재 타도를 외치는 야당의 주장은 언어도단(言語道斷)처럼 당혹스럽다. 그러나 일견 대통령 취임사를 복기해보면 야당의 주장에 동조할수는 없어도 국민들의 실망감은 적지 않을것이다.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느냐를 따져보면 지난 2년은 신의(信義)의 공백이 커진 시간이었다. 이게 아니라면 인기없었던 제1야당의 장외투쟁이 가당키나 했겠는가? 취임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여론은 대통령이 그 거울 앞에 어떤모습으로 서있나를 늘 지켜봤다. 취임 2주년 단독회견을 한 진행자의 질문태도에 “감히 이니(문재인대통령별명)를 공격해”라며 신상털기에 나선 지지자들을 보면서, “감히 촛불정부에 대들어”라며 50년 집권론을 주장하는 여당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북한이 쏜것은 정체불상의 발사체입니다”라고 감히 말하는 국방부의 발표를 들으면서 국민들은 취임사로 되돌아가 생각해보고 또 생각하면서 오늘의 여론을 키워왔으리라 본다.
집권2년의 현주소를 알수있는 풍향계는 대략 세가지다. 야당의 반발강도와 여론추이/여권내부의 기류변화/적도 동지도 아닌 공무원들의 움직임등이다.
# 장면-당.정.청회의 회의(5월10일)
.이인영(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관료들 말 덜 듣고...이상한 짓들..제가 다해야 할것 같아요”/.김수현(청와대 정책실장)-“그렇게 해 주세요,정부가 2주년이 아니라 4주년이 된것 같아요”/.이인영-“재 들에게 잠깐만 틈주면 엉뚱한 짓들....”
마이크가 켜진줄도 모르고 속내를 주고받은 여권지도부의 이 속삭임은 이 정부의 오늘을 말해주는데 야당의 외침보다 더 웅변적이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공무원의 복지부동 (伏地不動)과 정권의 레임덕 징후를 토설(吐說)할 수가 있을까? 공무원들은 상관들의 지시를 몰래 전화기에 녹음한다고 한다. 훗날 적폐의 주인공으로 찍힐까 두려워서란다. 스스로가 한일이 아니라 시켜서 했다는 증거를 남겨놓기 위해서란다. 누가 이렇게 국민의 공복(公僕)을 영혼이 없는 비겁자(?)로 만들었나, 신바람이 없는 그런 공무원이 되기 위해 오늘도 젊은 청춘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일까?
야당의 심상치 않은 장외바람은 여권의 위기감을 더 흔든다. 패스트트랙 비상정국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한국당은 빠르게 투쟁의 일사대오를 만들고 하루아침에 집권세력과의 일대일 대결 프레임을 만들었다. 황교안 대표는 일약 확성기 정치의 달인이 된 것 처럼 지지층을 결집하고 집나간 토끼까지 보수의 대열로 불러들이고 있다. 지지율을 역전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기세를 올리며 대통령과의 단독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싸움에 끼어들었다. 협치가 절실한 지금, 말리고 달래는 것이 우선일텐데 제1야당을 직접 공격하고 나섰다. “막말과 험한말로 국민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고 있다,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를 버려야한다”라며 한마디로 촛불이전과 이후가 달라진게 없다고 했다. 임기2년을 평가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야댱공격에 나선것은 이례적이다. 당이나 참모들의 몫으로 넘기는데 상례였다. 대통령으로서는 이제부터 새로운 출발이라고, 제대로 가보자고,힘보태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좌파독재라니, 달창이라니 더 이상 참기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년 ‘대한민국을 재설계하고 대전환을 추진’하며 그래도 우리는 대단한 일을 했는데 국민들이 고개를 끄떡이지 않는것은 경제와 안보의 실패프레임으로 발목을 잡는 세력들 탓임을 알아달라는 방어기제가 적극적인 공격모드를 작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이 분위기로 1년뒤의 총선으로 갈수 없다는 여권전체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패스트 트랙 정국은 사실상 총선시간표를 앞당기는 도화선이 된 셈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은 오히려 집권당 내부에서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문, 친이해찬계의 김태년 후보를 밀어내고 청와대와 한발 거리를 두고 있는 이인영 후보를 선택한 것도 총선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이 예상보다 깊게 집권당에 안에까지 스며들었다고 봐야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 부산 울산 경남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벌써부터 총선후보 세대교체론, 이낙연 총리 총선차출론, 이해찬 체제 책임론등으로 야당보다 먼저 변화의 기운을 키우고 있다.
한국당은 지금의 기운에 취해있는 것이 위기일 수 있다. 하나로 뭉치자는 얘기만 있지 당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3년차는 한국당에게도 새로운 시작의 의미여야 한다. 반사이득을 넘어 대안세력으로서의 실력과 비전을 만들어 갈때가 바로 지금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당은 투쟁의 근육키우기에만 매진할뿐 변화와 함께 가는 보수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좌파독재 밖에 외칠 것이 없는 상상력의 부재, 망언과 막말로 품격의 부재까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5월의 광주에 상처를 후비고 세월호 유족을 공격하고 청와대 폭파를 외치고 독재타파를 거리낌없이 말하고 결국 극단(極端)과 악수하는 뺄셈의 정치를 하는것은 지지율에 취한것 아니고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잘 나간다 생각할 때 조심하라는 것은 정치의 진리다. 지금 보수의 즐거운 시간은 베짱이의 허송세월이 될지도 모른다.
촛불 이전의 모습으로 이렇게 완전히 진영이 갈려진 적이 없다. 이미 총선총력전에 들어선 양상이다. 상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는 전선, 이런때 대통령은 한쪽 편의 리더로, 전쟁의 지휘자가 되고자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복귀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수 있다. 정책으로 당당히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대신 책략과 정치 공학으로 당과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려다 실패하는 정권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3년째를 시작하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새롭게 약속을 했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고 더 밝은 미래를 반드시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 다짐에 더해서 우리는 2017년 5월의 취임사를 다시 추억한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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