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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일본의 연금개혁 보고서가 미친 파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8월28일 17시0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본문

연금 부족 분 2천만 엔을 ‘국민 스스로 해결하라’에 큰 반발

 

일본 금융청의 금융심의회가 지난 6월에 낸 보고서(금융심의회 시장 워킹 그룹 보고서 ‘고령사회에 있어서의 자산 형성·관리’, 2019.6.3.)가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일본 국민이 분노해 지난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을 압박할 정도가 되었으며, 이번 가을에 예정되었던 관련 세제 개혁의 일정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 보고서의 내용 중, ‘노후에는 연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 각자가 2천만엔을 축적해야 한다’라는 부분이 강조되면서 일본 국민이 분노하여 자민당이 선거전에서의 쟁점을 한일 문제로 돌리는 데 주력할 정도의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심지어 주무 부처인 재무부의 아소 타로 장관이 보고서의 수용을 거부해 예정되었던 행정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될 이례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심의회는 휴업 상태인 작업부회를 이번 가을에 재개하고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게 되었다.  

 

사실, 이번 보고서의 전체 내용은 인생 100세 시대를 앞두고 필요한 노후자금을 시산하고 노후자금이 저금리의 예금에 집중됨으로써 사망하기 이전에 고갈되지 않기 위해 예금과 각종 투자의 균형을 고민하는 한편, 고령자 치매에 따른 금융자산 관리 문제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연금 등의 세제혜택을 강화해 ‘자조(自助)’를 위한 국민 노력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고서는 나름대로 중요한 논점과 과제를 제시했으며, 일본 국민들도 저출산 인구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다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고서가 집권여당을 크게 흔들 만큼 일본 국민들의 커다란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은 정부가 스스로 연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 자세가 ‘앞으로 정부는 국민생활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공언한 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자조를 강조하는 보고서의 내용을 공표하는 당사자가 막대한 자산을 소유한 가문이자 강경 우파인 아소 타로 재무부 장관이어서 국민들의 반발을 더욱 부채질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 국민들의 대다수는 노후자금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자금도 부족해서 저축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서 ‘노후자금을 위해 투자하라’는 정부 방침에 대해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납세자의 60%는 과세 대상 소득이 연간 195만엔 이하(소득세율이 5%의 최저선 이하)에 불과하다. 물론, 이 중에는 영세사업자의 소득 축소신고 등이 있겠지만 생활자금 자체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에게는 투자 지원보다도 정규직 확대 등 평생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적인 정책일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로서 정년퇴직 후에도 일하다가 70대가 되어 은퇴기에 접어든 사람의 경우도 40대인 자녀가 취업도 결혼도 안하고 있어서 계속 자녀 지원을 하다보니까 저축이 2천만 엔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한 실정이다. 도저히 2천만엔을 저축할 수 없는 고용 및 생활환경인데도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으니까 앞으로는 알아서 2천만엔을 준비하라는 결론 자체를 일본 국민들이 분노한 셈이다. 

 

초고령 시대 저축 및 투자의 과제

 

초고령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자산의 축적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촉진, 근로소득, 근로환경, 소득재분배 등의 다방면에서 개인의 삶과 국가의 제도 및 정책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역세대에 대한 고령자의 부양 부담을 계속 늘리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서는 피해야 하지만 전체적 소득 재분배제도나 평생현역 근로기반의 구축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번 금융심의회의 보고서에는 한계가 있지만 보고서는 초고령 시대에 고민해야 할 각종 금융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평가되는 부분도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예상보다도 장수할 수 있으며, 일찍 은퇴한 고령자가 연금으로 부족한 생활자금을 저축을 깨고 충당할 경우 일찍 소진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장수화와 더불어서 자산의 장수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를 위해서 생애 전반에서 자산의 형성 및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젊을 때부터 소액이라도 장기 적립형으로 각종 자산에 분산투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의 장기투자로 주식 등 자산 가격의 단기적인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를 노리면서 장기투자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해질 금융기관 판매수수료 등에서 유리한 상품을 선택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현역기에는 일찍 믿을만한 금융기관과 장기거래를 하면서 자산의 형성에 주력하고 은퇴기 전후에는 장기적인 자산운영 계획을 통해 자산의 소진을 억제하고 초고령기에는 계획적인 자산 인출과 함께 치매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둘째, 보고서는 장수사회에서는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판단능력의 저하 및 상실에 대비해야 할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즈호총합연구소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소유하는 금융자산은 2035년에 1,643조엔으로 2014년 대비 48% 늘어날 전망이며(자료 : 일보경제신문, 2019.827. 조간), 이들 고령자가 정확한 판단으로 투자에 임하는 것이 일본 경제 및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인지 및 판단 능력 저하나 기억장애의 초기에는 본인도 주변 사람도 잘 인지하지 못할 경우가 많으며, 중요한 자산이 순식간에 소진될 수 있는 위험한 투자나 사기에 걸릴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령기에는 금융거래 관계의 단순화, 금융자산 관련 정보의 정리, 적절한 운영한도액 및 소비지출 한도액 등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자산목록, 통장 등의 보관, 금융자산 운영방침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셋째, 보고서는 금융서비스 기업이 고객 중시의 자세를 강화하고 고객의 자산 형성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금만으로는 고객이 장수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렵지만 금융기관이 고객중심의 업무 운영체제를 철저하게 하면서 리스크가 과도하게 높은 금융상품의 판매를 하지 않는 등 고객의 라이프 스테이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건의되었다. 고객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수료의 명확화, 리스크와 리턴의 크기를 고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알기 쉬운 정보제공, 서비스의 지속성이나 고객의 이용 편의의 제고에도 주력해야 한다. 고객의 자산 형성 및 관리를 위한 컨설팅 기능 강화,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응한 상품 및 서비스의 다양화 및 투명화, 고객의 인지 및 판단 능력 하락에 관한 모니터링 능력 및 고객 자산 방어 및 보존을 위한 서비스체제 강화 등이 중요하다.   

 

넷째, 정부 정책 및 제도 측면에서도 개인의 자산형성에 도움이 되는 유도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세금혜택이 큰 적립형 개인연금 저축 등의 지원 확대와 함께 세금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인출이 자유롭고 젊은 층이 라이프 스테이지별로 주택자금으로도 사용하고 다시 저축액을 늘릴 수 있는 등 유연한 형태의 적립형 투자 저축 제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개인으로서는 2가지 형태의 장기저축을 운영하면서 노후대비와 평생소비를 효율화시킬 수 있다. 이들 상품에 관해서 평생현역을 지향하는 고령자도 지원하는 제도도 강화하는 한편, 전반적인 세제지원 혜택의 확대가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학교, 직장, 지자체 등에서 개인의 금융운영 지식을 제고할 수 있는 계몽 활동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특히 퇴직금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장 등에서도 일찍 예상 퇴직금 액수를 알리면서 퇴직 후의 운영 방안에 관한 지식과 노하우를 교육하는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고령화 사회에 중요해질 금융조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 컨설탄트의 육성 등의 제도 강화도 중요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상과 같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초고령 사회의 문제점이 선행적으로 나타나면서 개인의 금융자산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과 대응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우리로서는 이러한 일본의 상황을 관찰하고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ifsPOST>  

  • 기사입력 2019년08월28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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