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Watch] ECB,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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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해 갈지 궁금하다. ECB는 지난 6월 6일 Vilnius에서 개최된 정례 정책이사회(Governing Council) 회의에서 주요 정책금리의 동결(기준금리 0.00%, 한계대출금리 0.25%, 수신금리 –0.40%)과 채권 만기자금의 재투자를 지속할 것을 결정하였다. 또한 2020년 상반기까지 현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6개월 연장(2019년 말에서 2020년 상반기)하고, 지난 3월 추가실시가 결정된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의 적용금리 및 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였다. 새로운 TLTRO Ⅲ의 금리는 기준금리(0.00%)에 0.1%포인트를 가산하고, 대출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구조로 순대출액이 베치마크를 상회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벤치마크 상회정도에 따라 더 유리한 금리(수신금리에 0.1%포인트 가산)를 적용하여 우호적인 금융환경 및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도록 조치하였다.
이와 같은 조치는 유로지역(Euro Area) 경제와 물가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 3월 불확실성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추가 지원의 가능성과 준비를 강조하였던 것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조치는 완화적인 금융여건의 유지, 경제성장세 유지, 2%를 근접 하회하는 중기 물가수준 목표치 달성을 위해 충분한 정도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ECB, 유로지역 경제의 하방 위험 속에서도 완만한 성장세 지속 전망
ECB는 유로지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2019년 GDP성장률 및 소비자 물가상승전망을 지난 3월 전망치 대비 각각 0.1%포인트 상향하고, 2020〜21년 중에는 0.1〜0.2%포인트 하향 수정하였다. 유로지역 경제는 지정학적 위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합의 없는 Brexit의 위험, 신흥시장국 취약성 부각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 리스크 요인으로 하방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호적인 금융환경, 확장적 재정정책, 고용증가 및 임금상승과 해외수요 증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활동 확대 등으로 완만하지만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18일 드라기 ECB 총재는 매년 실시되는 포르투갈 신트라(Sintra)에서 정책 포럼 강연에서 추가적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드라기 총재는 강연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회복이 위협받고 있으며, 상황의 개선이 없으면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이사회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물가안정에 대한 위험의 심각성에 따라 정책 수단을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숙고할 것"을 제안하였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사이에 유로지역 경제 및 물가를 둘러싼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점을 감안한다면, 7월 25일 ECB 정책이사회에서 정책금리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를 수정한 후, 9월 12일 정책이사회에서 추가 완화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도 있다(금융정책관련 정책이사회는 매 6주마다 개최되며, 그 일정이 7월 25일과 9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을 위해 금리동결 내지 인하, 자산매입(APP) 재검토
ECB가 추가 완화를 위한 포워드가이던스를 수정하는 경우에는 두 가지 방안이 예상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첫째, 기준금리의 동결 내지는 인하방안이다. "적어도 2020년 상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2%를 밑돌지만, 이에 가까운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수렴하는데 필요한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The Governing Council now expects the key ECB interest rates to remain at their present levels at least through the first half of 2020, and in any case for as long as necessary to ensure the continued sustained convergence of inflation to levels that are below, but close to, 2% over the medium term.)는 6월 6일 현재의 Monetary policy decisions의 문구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둘째, 경제여건에 상응하는 형태로의 포워드가이던스를 변경하는 방안이다. "적어도 2020년 상반기 중에는(at least through the first half of 2020)"이라는 문구의 삭제를 통하여 경제여건에 상응하는 형태로의 포워드가이던스를 변경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7월 정책이사회의 시점에서 추가 완화의 선택 사항이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굳어진다면 첫째항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추가 완화의 선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둘째항에서의 변경이나 추가 완화 검토를 시작한다는 형태로 대응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ECB는 부진한 경기와 물가상승률 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계속 보이고 있어, 이와 같은 조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추가적인 완화 조치로 현재 -0.40%의 수신금리를 10bps 낮추거나, 2018년 말 신규 매입을 종료한 자산매입프로그램(asset purchase programme, APP)을 재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ECB는 지난 6월 6일 이사회에서 현재 마이너스 금리에 의한 금융 완화의 긍정적인 효과가 은행 중개 기능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위협받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앞으로도 은행을 통한 정책 파급 경로 및 (추가적인) 완화 조치의 필요성 등을 주의 깊게 살필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 시에는 환율의 변동 등을 고려하며, 금리의 차등부리 등 부작용 경감 조치가 보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 점은 10월 말 퇴임하는 드라기 총재의 후임 인선과도 관련되어 있다. 빌로이 드 골로(Francois Villeroy de Galhau) 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예금금리의 차등부리(tiering)에 찬성하여 차기 ECB총재로 선임되는 경우에는 금리 인하와 함께 차등부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옌스 바이트만(Jens Weidmann) 현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수신금리를 차등부리하는 방안에 대한 장점보다 부작용이 클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자산매입프로그램 재개는 33% 룰(1 발행자당 ECB 보유 비율을 33%로 제한)과 기술적으로 ECB의 자본금 구성비에 따른 국채 매입 비율의 재검토가 필요다. 자산매입의 재개는 추가 금리의 인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후임 총재의 정책추진 여지를 제한하지 않는 관점에서 자산매입 재개보다는 추가 금리 인하가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일 차기 ECB총재로 매파인 옌스 바이트만 현 독일연방은행 총재가 선임되는 경우, 드라기 총재는 자신의 재임 기간중에 자산매입 재개를 결정하고 후임 총재의 매파 성향에 의한 ECB의 정책변화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아 향후 ECB는 유로지역 경제와 물가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추가적인 조치없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개연성이 높다. 다만 차기 ECB 총재로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이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드라기 총재가 취임한 8년 전과는 달리 새로운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각 후보들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EU Watch “차기 EU집행부, 누가 이끌까?” 참조). 빌로이 드 골로 현 프랑스 중앙은행나 리이카넨 전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등장하는 경우에는 기존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리 렌(Olli Rehn) 현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선임되는 경우에는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동안 목표인 2%에 거의 접근하게 유지되는 부양책을 지지하고 있다. 바이트만 현 독일연방은행 총재가 ECB 총재에 선임되는 경우에는 드라기 총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부터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바이트만이 ECB 총재에 취임한다고 하더라도, 독일 경기를 포함하여 유로지역 경제의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가운데, 곧바로 완화적 금융정책에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유로지역의 경제지표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기 ECB 총재가 자칫 기존의 정책 방향을 점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수정하는 경우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클 수도 있다. 차기 ECB 총재가 누가 되는가에 따라, 드라기 총재의 남은 임기 동안 향후 ECB의 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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