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바람직한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2월10일 17시00분

작성자

  • 한만수
  •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변호사

메타정보

본문

지난 2018년 11월 27일 국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의결했다. 1980년대에 공정거래법이 입법된 뒤 조금씩 보완되어 왔던 법체계를 여러 가지 면에서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내용이다. 경쟁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정부의 제재(public enforcement)를 넘어서 사인이 나서서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private enforcement)를 도입한 점 등 획기적인 개선 내용이 괄목할 만하다. 지면상 그 개정 내용 전부에 대해 일일이 의견을 표명하기는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기업의 카르텔 행위에 대한 검찰의 독자적인 수사개시 제도의 도입(전속고발권 폐지)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의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제한에 관해 경쟁질서의 확립과 국가경제의 효율성 제고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카르텔 행위에 대한 검찰의 독자적 수사개시 제도의 도입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가격담합, 생산과 공급의 제한, 거래지역과 거래상대방의 제한 및 입찰담합의 카르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자유롭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전부개정안 제127조 제1항 단서, 제39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4호, 제8호). 이러한 가격담합(price-fixing), 입찰담합(bid-rigging), 그리고 공급과 생산의 제한 합의와 같은 기업 간 카르텔은 거래상대방을 기망하는 사기성(dishonesty)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비경쟁적 거래조건을 설정하는 다른 경쟁제한 행위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범죄로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높고,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단순히 기업에게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도의 제재를 가하는 것을 넘어서 관련된 개인에 대한 징역형의 형사처벌까지 한다(영국 ‘Enterprise Act 2002’ 제188조; Richard Whish & David Baley, Competition Law, Oxford, p. 453). 

 

그러나 카르텔이 사기성을 수반하는 범죄로서의 성격이 짙다고 하여 반드시 그 혐의의 수사를 범죄수사기관이 독자적으로 개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경쟁제한금지 위반행위의 전반적 처벌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다. 미국의 경우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법무부 독점금지국(Antitrust Division)과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가 병행하여 경쟁법을 집행하고 있다(Federal Trade Commission Act 제5조). 다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양 기관이 동시에 법집행 절차를 취하면, 대상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중복 조사와 비효율의 문제가 초래되기 때문에 양 기관이 협의하여 어느 기관이 권한을 행사할지를 결정하여 해당 기관이 혼자 집행절차를 진행한다. 유럽의 경우는 범죄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집행을 주도하면서 필요한 경우 범죄수사기관의 도움을 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영국을 보면 2013년까지 OFT(Office of Fair Trading)와 CC(Competition Commission)라는 2개의 경쟁정책 담당 기관을 두었다가 효율성의 제고를 위해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라는 단일 기구로 통합하였고, 지금은 모든 카르텔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업무를 CMA가 수행하고 있고, 자신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는다. 다만, CMA는 중대범죄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인 SFO(Serious Fraud Office)에 사건을 이첩하여 추가 수사를 거쳐 기소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SFO는 추가 수사에 필요한 인력과 설비를 지원해 줄 것을 CMA에 요청할 수 있다(Richard Whish & David Baley, 위의 책, p. 459). 독일의 경우를 보면, 카르텔청이 별도 기구로 존재한다. 그 산하에는 결정부서(Competent Decision Division)와 조사부서(Special Unit of Combating Cartels)가 있다. 조사부서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Bundeskartellamt, Effective Cartel Prosecution, 2016). 일반적인 범죄수사기관이 카르텔청의 주된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카르텔 혐의를 수사하지는 않는 것은 영국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카르텔 행위를 포함한 모든 경쟁법 위반범죄의 처벌에 관해 유럽식으로 경쟁정책 집행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사를 하고, 필요한 경우 범죄수사기관인 검찰에 고발을 통해 이첩하는 절차를 채택해 왔는데, 이 번 개정안은 카르텔 범죄에 한해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 임의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국식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경쟁정책 추진의 비효율성 저감, 그리고 중복 및 동시 집행(inefficiency, duplication and overlap)에 따른 기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제약의 방지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경쟁정책 집행부서의 1차 조사를 거쳐 가벌성이 높은 사안에 한해 범죄수사기관에 고발하여 형사소추를 받게 하는 체계가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조세법의 집행기관인 국세청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 한해 조세범 처벌이 개시되는 경우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다른 정책적 이유로 개정안대로 일반 범죄수사기관인 검찰이 카르텔 혐의에 대해 바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제도로 이행(移行)하더라도, 동일 사안에 대해 2개 기관이 동시에 별도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하는 체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사나 수사의 중복 진행으로 인해 기업활동에 심각한 제약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처럼 어느 한 기관이 카르텔 행위를 인지하면 타 기관에 통지하고, 협의를 거쳐 어느 기관이 조사나 수사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절차를 아울러 도입함이 필요할 것이다. 협의를 통해 조사나 수사의 주체로 결정된 기관이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른 기관의 협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Ⅱ.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공익법인이 보유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개정안 제24조 제2항). 그 예외적인 경우는 ① 공익법인이 해당 국내 계열회사 발행주식 전체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와 ② 주식발행 법인의 주주총회에서 (i)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ii) 정관 변경, (iii) 다른 회사로의 합병,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다른 회사로의 양도를 결의하는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의 수는 특수관계인 보유의 주식수까지 합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5 범위 내로 제한된다. 

 

주식에 부여된 의결권은 배당수취권과 아울러 주식의 본질적 권리이므로, 무의결권주의 발행 등과 같이 정관으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의 보호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원칙에 따라 이를 박탈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된다. 현행법상 주식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로 유형화된다. 첫째 경우는 주식 발행회사와 그 소유자 간의 관계상 출자자로서의 실질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즉 외형상으로는 주주이지만 실질면에서는 주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이다. 예를 들면, 상법에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자기주식(제369조 제2항)은 실질적으로는 자본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호주(제369조 제3항)는 ‘출자 없는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회사의 회생절차 개시 당시 채무초과회사의 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채무자회생법 제146조 제3항)의 경우에는 자본력이 소진된 주주에게 자본력을 인정하지 않음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융.보험 회사가 소유하는 계열회사의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데(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 자금력의 대부분을 보험가입자나 자금예치자의 자금으로부터 얻게 된 이들 회사가 그 자금력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것은 ‘남의 돈을 이용한 기업지배력의 확보’로서 정당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모두 그 의결권 행사의 제한에 정당성이 부여된다. 또한 자본시장법상의 집합투자재산에 편입되어 있는 주식(자본시장법 제87조 제4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의 제한도 집합투자재산은 실질적으로 수익자의 재산이므로 집합투자업자가 사사로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있다.

 

둘째 경우는 ‘회사의 주주’로서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와 거래자’ 또는 ‘회사의 경영자’로서의 이익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회사와 특정 자산의 매매거래를 하고자 하는 주주는 그 거래여부나 거래조건을 결의하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로서는 손해를 입겠지만, 회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으로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그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바, 이는 다른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로서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법은 의결권 행사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제368조 제4항). 감사선임시의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제409조 제2항)도 마찬가지이다.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사람이 중립적이지 않은 감사를 선임하여 대표이사 자신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회사나 주주에게는 손실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방치하도록 종용할 가능성이 있는바,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그 제한의 정당성이 있다.  

 

요컨대, 현행 제도상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 i) 주주로서의 외형은 가지나 출자자로서의 실질을 이미 상실하거나 자본의 출처 면에서 주주 자신의 출자로 인정할 수 없는 경우와 (ii) 주주 자격과 주주 외의 자격(회사의 거래상대방이나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겸하여 가지는 자가 자신의 주주로서의 이익은 희생시키고 그 보다 더 큰 주주 외의 자격에서의 이익을 얻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경우이다. ‘출자자로서의 실질을 갖지 않는 주주의 권리행사 금지’와 ‘주주 외 자격으로서의 이익 추구 금지’라는 명백하고도 부정할 수 없는 근거(rationale)가 있다. 

 

그런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공익법인 소유의 주식에 대해서 그 의결권의 행사를 제한할 이러한 ‘명백하고도 부정할 수 없는 근거’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출자자로서의 실질을 가지지 않는 경우도 아니고, 주주 외의 자격을 동시에 가짐으로써 주주로서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주주 외의 자격으로서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아니다. 굳이 정당성을 찾자면, ‘출연자나 그 특수관계인과의 사적인 인연으로 인해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의결권을 행사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익법인의 주주권 행사의 내역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공익법인이 소유하는 주식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사적인 인연이 있는 특수관계자들에게만 이익이 되고, 전체 주주나 회사에게는 손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의 결과가 공익법인의 이익을 침해함이 분명한 경우 그 행사를 결정한 공익법인의 대표자가 형법상 배임죄의 등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21
  • 기사입력 2018년12월10일 17시0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