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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율 인상부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1월19일 18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11월19일 21시27분

작성자

  • 김원식
  •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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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가 작년 8월부터 1년여에 걸쳐서 마련한 제4차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자문안에 기초하여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고 11월15일에 공식발표할 일정을 잡았었다. 그러나 공식 발표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개혁안(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한  중간보고를 받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어떤 조건에서든 국민들의 부담을 높이는 모든 대안들이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상황의 악화 등으로 국민들의 삶이 매우 팍팍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부담을 높이는 것은 분명히 엄청난 정치적 모험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보험료율의 인상을 통하여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 과제를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지금도 심각한 적자구조인 국민연금 수급권자들의 수급권 규모가 늘어나서 수급권 보장이 조만간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칫 국민연금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주목해볼 점은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4차 국민연금재정추계에 관련된 자문위원회의 관점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정부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위해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와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 등 3개 자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8월17일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국민연금 제도 개선방향 3개 자문위원회의 자문안에 대한 공청회'개최한 바 있다. 이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제시한 내용을 보면 너무 안이한 것으로 대통령의 오판을 불러온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공청회 논의 내용을 종합해 언론에 제시한 당시 '보도자료(2018.8.17)’를 보면  5쪽에   "4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이라는 항목으로 재정추계결과의 결론을 다음 같이 종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영향으로 이전 전망에 비하여 악화되었으나, 선진국에 비하여 비교적 건전한 것으로 평가,▲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부과방식 운영으로 적립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국민연금은 2057년까지 급여를 지출할 수 있을 만큼의 적립기금을 보유,▲보험료 수입 대비 급여 지출 수준도 당분간 양호한 수준을 유지, 2029년까지 매년 보험료 수입이 필요한 급여 지출액 보다 많게 유지한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는 문제가 많다.

 

첫째, 국민연금 재정이 선진국에 비하여 비교적 건전하다는 것은 선진국들의  국민연금제도가 성숙단계에 있어서 수지균형상태일 뿐 아니라 이미 보험료를 우리보다 훨씬 많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연금재정 수지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보험료율이다.  

 

둘째, “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부과방식으로 운영되어 적립기금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 충분한 연금기금이 적립되어 있어서 연금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연금부도를 방지하기 위하여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보험료를 꾸준히 인상시켜 왔다. 

 

셋째, “국민연금은 2057년까지 급여를 지출할 수 있을 만큼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기금이 2041년 이후가 되면 국민연금기금은 불과 16년만에 완전히 고갈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에서 자산을 현금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은 완전히 패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경제안정을 위하여 자본시장의 연금자산을 한푼도 인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넷째, “보험료 수입대비 급여지출 수준은 당분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험료수입 대비 급여지출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중이다. 2029년이 되면 역전이 된다. 

 

이러한 재정추계위의 결론과 함께 3개 위원회의 다른 하나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재정부담을 늘리는 급여제도 개선을 덧붙이고 있다. 기초연금의 인상,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의 확대,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사업,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제도의 강화 등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회적 형평성을 개선한다고는 하지만 세대간 형평성의 문제를 낳는 국민연금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이러한 혜택을 받는 젊은 계층은 결국 나중에 더 받게 될 연금을 본인의 세금으로 부담해야할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에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와 전라남도는 18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국민연금을 대납해 주겠다고 한다. 청년들이 우선 일찍이 연금가입자가 되고 나중에  보험료를 더 납부하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보면 성인식을 치루는 청년들에게 노후보장의 실효성을 높여준다고 강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수급권을 적어도 10년 이상 더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재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더구나 청년들이 연금보험료를 연체하면 다음 수순은  청년들의 밀린 연금보험료를 자치단체가 대납하는 사태까지 이어지지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 국민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중앙정부가 제대로 된 책임 정책을 수행하지 않으면 자치단체는 이와 유사한 제도로 부담없는 연금수급권 보장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재정안정에 최우선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보험료율 인상 외에는 대안이 없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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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1월19일 18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11월19일 21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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