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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연구개발부문 분리, 철수의 신호탄인가? : GM리트머스 종이의 선택에 달려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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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29일 17시45분

작성자

  • 김기찬
  •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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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GM은 자동차생산거점의 리트머스 종이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자동차산업 진화의 핵심은 원가가설이다. 그래서 죽음의 원가가설이라 한다. 그 결과 자동차산업을 일으킨 유럽에서 190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왔다. 포드의 T형 생산성혁명의 힘이었다. 그 이후 원가와 생산성을 따라 일본, 한국,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다. 지금도 이 가설에 따라 서쪽행진(Marching Westwards Policy)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자동차 생산거점의 진화는 글로벌화이다. 이것이 자동차기업이 ‘개별국가의 고비용화에 따른 죽음의 원가가설’을 극복하고 생존해가는 동력이었다. 이러한 가설에 가장 충실한 글로벌회사가 GM자동차이다.

 

GM은 자신들이 필요한 자동차생산의 78%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산업생산 경쟁력의 리트머스 종이가 되고 있다. GM은 매년 전 세계 공장의 원가를 비교하여 생산공장을 선정한다. 이에 의하면 2014년 이미 한국은 고비용구조로 생산경쟁력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어 버렸다. 이것은 2014년 독일의 오펠과 한국GM 중 어느 쪽에서 생산할 것인가의 선택에서 독일 오펠을 선택했다. 이것 때문에 GM한국의 크루즈 유럽수출은 금지되고 오펠이 이 시장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결정 때문에 60%수출을 유럽에 의존하던 GM 코리아의 군산공장은 결정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이미 중국에 공급하던 KD공급역량도 없어졌다. GM상하이와 GM한국의 경쟁력 싸움은 이미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군산공장(크루즈, 올랜도 등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특별한 기업내부 대책도 없었다. 2018년 초반까지 GM Korea는 생산역량을 미국본사에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소형차시장의 세계적 축소 트렌드에서 GM Korea은 급성장하고 있는 SUV후속모델 개발에 실패했다. 노조는 더 강해지고 수출역량은 없어졌다. 2018년 2월  GM본사는 더 이상 군산공장 생산을 포기하고 말았다.

 

GM 한국 군산공장 철수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제 더 이상 한국 내 자동차제조 경쟁력은 없다”를 선언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고비용구조로 더 이상 대중차 생산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이즈음 고비용 국가 일본과 독일에서는 연구센터와 고부가 고급차종을 중심으로 국내생산거점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GM의 R&D 법인 분리, "R&D강화“ 혹은 "생산 공장 포기“

 

한국자동차산업 경쟁력은 가치사슬에서 과연 어디에 위치해 있는 것인가?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은 ‘개발-구매-제조-물류-마케팅-판매-서비스’이다. 제조에 경쟁력을 잃은 한국자동차산업, 그러면 구매, 개발은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GM의 리트머스 종이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GM의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태도는 미래의 한국자동차 산업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이슈가 ‘한국GM의 R&D 법인 분리’문제이다. GM본사는 생산과 별도로 R&D 법인설립을 원하고 있다. 

 

첫 번째 관점이다. 명분은 R&D강화이다. 특히 연구개발부문을 별도로 GM본사 직계회사로 하면 전 세계를 상대로 연구개발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까지 전 세계의 GM의 차종 개발은 미국, 한국, 오펠연구센터에서 담당해 왔다. 소형차, 경차 R&D의 핵심역할은 GM한국, 오펠은 준중형과 중형, 그리고 미국 본사는 픽업, 대형차 중심이라는 연구개발 역할분담이 근래 들어 흔들리고 있다. 다른 나라에 연구센터가 있지만 완전한 개발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런데 2016년 오펠을 푸조에 매각한 이후 GM의 연구개발센터가 부족해지고 있다. 이제 미국과 한국만이 온전한 자동차개발이 가능한 연구개발센터를 가지고 있다. GM은 연구개발 역량 보강이 필요하다. 특히 내연차 연구개발센터가 부족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GM의 R&D강화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가진다. 부평의 R&D-디자인센터는 전 세계 6개의 GM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곳이고 ,200명 이상의 디자이너 및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GM 글로벌 제품 디자인의 핵심 거점이다. 그래서 R&D센터를 GM본사 직계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연구개발력은 아직 강하고,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관점은 ‘잘 한 것을 칭찬하는 것’은 곧 ‘못하는 것을 물 먹이는 것’이다. 즉 생산공장은 경쟁력이 없으니까 점차 분리해서 생산공장을 철수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가설이 성립한다. GM은 오펠을 살리려고 군산공장을 포기한 회사이다. 이래도 오펠이 안 살아나니 2016년 오펠을 포기하고 푸조에 헐값에 팔았다. 한국GM, 과연 GM리트머스 종이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한국 내 자동차생산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고비용구조화는 이미 진행된 사안인 만큼 제도와 노사이슈로 따져보자. 파견직의 정규직화가 한국 내 자동차생산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GM 창원공장과 같은 소형차시설은 파견근로자비율이 50%이상 된다. 기아차도 모닝을 별도법인화하지 않았으면 벌써 해외로 이전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창원공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창원공장이 문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자동차산업에도 파견근로자 비율이 40%나 된다. 단 일본은 파견직 인건비가 정규직의 80%정도는 된다. 한국은 60%수준에 머무는 것이 문제이다. 일본은 또 지역별 최저임금이 차별화되어 있다. 그래서 도요타는 규우슈우 공장에서 렉서스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은 지역대안도 없다. 이처럼 일본은 고비용화를 지방화로 1단계 해결하였다.

 

과연, GM R&D센타 독립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처럼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생산공장 경쟁력문제가 심각하니 공장별 생산시설 철수를 준비하는 것이다.

 

 리트머스 종이의 색깔을 바꾸지 못하면 한국 내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GM이 2월13일 군산공장 철수를 꺼낸 그 시각에도 군산에서는 마지막 날까지도 GM이 철수 안한다고 믿고 있었다. 정치가들과 지방자치단체 기관들의 의지와 희망의 발언만 계속되었다. 결과는 어땠는가? GM본사의 생각은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리트머스종이이다. 리트머스종이의 색깔을 바꾸는 내생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자동차산업, 왜 이렇게 어려워 졌는가? 전략보다 노사관계에 과다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모두가 자동차문제를 노사로 풀다가 피로감은 극대화되고 있다. 신제품/신시장/미래차에 대한 실패와 실기가 반복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을 외부 환경이 아닌 내부의 기술혁신과 신제품혁신으로 풀어야 한다.

 

 슘페터와 폴 로머(2018노벨경제학상)의 내생적 성장이론에 귀를 기울여보자. 우선 한국자동차산업에서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성공의 저주’를 극복해야 한다. 기업 제1의 적은 경쟁자가 아니라 ‘현상 유지’이다.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타성’에 빠진 기업은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지금 상태로는 GM본사의 생각은 바뀌지는 않는다. 한국은 사람만이 유일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열정이 살아나면 한국자동차산업은 희망이 있다. 오직 전략과 경쟁력만이 리트머스 종이의 색깔을 바꿀 수 있다. 이 색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내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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