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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서비스수지 적자와 일자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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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9월02일 17시30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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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중의 서비스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덕분에(?) 2018년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6년 만에 최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작년 상반기 대비 16.8% 감소한 296억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수지 적자가 159억 달러로 늘어난 때문이다.  

 

 가공서비스, 운송서비스, 여행서비스 수지 악화가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의 특징이다. 가공서비스 수지(38억 달러 적자)는 해외에 지급할 임가공료가 늘어난 탓으로 작년 상반기 적자(30억 달러)보다 상당히 증가했다. 그나마 반도체시장 호황이 이어진 때문이라서 걱정은 덜하다. 운송수지 적자는 31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억 달러 가까이 늘어났다. 글로벌 해운업이 공급과잉인 데다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이 가세한 결과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여행수지 적자(85억 달러)다. 올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1,432만 명이다. 지난 해 상반기보다 13.4%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 수는 721만 명으로 6.9% 느는 데 그쳤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나 미국 여행자들은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다. 일본인 입국자는 130만 명으로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대비 18% 확대다. 미국인 입국자도 11% 상승한 47만5천 명이다. 중국인 입국자는 217만 명으로 3.7% 줄었다. 사드갈등이 풀려 한·중 관계가 개선되었다는데 체감하기에는 아직 온도가 미지근하다. 지적재산사용료 수지는 11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배에 육박했다. 대부분 국내 대기업의 해외특허권 사용료 지급 증가 때문이다. 

 

 서비스 수지 적자 급증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 2014년 37억 달러 적자에서 2017년 344억 달러로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운송수지와 여행수지가 그 주범이다. 3년 새 운송수지는 61억 달러 흑자에서 53억 달러 적자로 바뀌었다. 여행수지의 경우 적자규모가 53억 달러에서 172억 달러로 크게 확대되었다. 

 

 국민의 소득이 늘면 소비지출 수요가 갈수록 고급화 된다. 서비스 수지적자의 근본원인이다. 더 좋은 교육 서비스, 고품질 관광, 첨단 의료서비스를 찾아 해외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진출이 증가하면서 현지 사업서비스(회계, 법률, 경영컨설팅 등)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회계·법률 산업은 해외진출 기업의 요구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진출국 전문가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이 부문 역시 지난 상반기만 해도 50억 달러를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비스 소비가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 증가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추세다. 2017년 우리 국민의 해외소비 증가율(9.3%)은 국내 소비증가율(3.3%)의 세 배 수준이다. 국민의 해외소비 수요가 국내에서 충족된다면 내수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성적 서비스 수지적자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제약요인인 셈이다.

 

향후 서비스 수지 개선 여부는 지적재산권, 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의 수출 확대 지원이 관건이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은 회계, 법률, 경영컨설팅, 광고 등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사업서비스 수지가 항상 큰 폭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형 서비스 수지 흑자’의 특징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서비스수지 적자가 사상최대치(154억 달러)를 기록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399억 달러)는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의 단골 시비 거리다. 반면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는 상품수지 흑자의 절반에 이른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대미 통상외교 차원에서 활용할 전략카드다. 

 

 서비스 수출은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낮아 외화가득률이 상품수출 보다 훨씬 높다. 상품수출의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2017년 말 현재 전산업 취업자(2,655 만 명)의 70%가 서비스업 취업자(1,856만 명)다. 하지만 서비스 수출(87억 달러)은 상품수출(577억 달러)의 15%에 불과하다.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의 결과물이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나눠지기 바라는 게 소위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다. 갈수록 이런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비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많다. 소규모 무형자산으로 승부가 날 수 있어서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일자리 보고(寶庫)인 거다. 정부차원의 지원 전략이 이미 시동을 걸었다.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서비스산업의 혁신에 국회도 힘을 보탤 차례다. 7년째 국회에서 검토만 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어 서비스산업 혁신의 신호탄이 되기 바란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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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9월02일 1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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