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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국의 문화전망대 <11> 지역을 살리는 청년의 ‘콘텐츠 AI 창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3월12일 17시10분

작성자

  • 윤정국
  • K문화경영연구소 대표,공연예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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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구 유치하는 ‘콘텐츠 투어리즘’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청년 인구는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은 일자리와 인프라 부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년예술가·젊은 문화기획자·로컬 크리에이터 같은 젊은 세대가 있다. 예술가이자 기획자이며 크리에이터를 겸할 수도 있는 이들은 단순히 '귀촌'하거나 '창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과 창의력,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숨겨진 문화자원을 콘텐츠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에 새로운 문화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의 매력을 단순한 관광자원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지역을 방문하고 머무르는 ‘생활인구’ 유치 전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콘텐츠 투어리즘(Contents Tourism)’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콘텐츠 투어리즘은 특정 영화, 드라마, 웹툰, 게임, 소설, 음악 등 콘텐츠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체험하고 여행하는 방식의 관광이다. 단순한 명소 방문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정서적으로 연결된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팬들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일반 관광과는 다르다. 이 개념은 2010년 이후 일본에서 먼저 본격화되었으며, 한류 확산과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한국에서도 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는 단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고유한 자산을 콘텐츠화하고, 그 콘텐츠가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게 만들며, 결국 지역으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동기를 형성한다. 

 

국내 콘텐츠 투어리즘 사례 … 드라마와 예능에서 관광까지

최근 몇 년간, 콘텐츠 투어리즘을 촉진한 대표적 사례들이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년)의 촬영지였던 논산의 선샤인랜드는 방영 이후 관람객이 급증하며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 시대극의 미장센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은 단순한 세트장이 아니라 역사 체험과 관광이 결합된 복합 콘텐츠 공간으로 재구성되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20년) 촬영지였던 충주의 비내섬 역시 콘텐츠 팬들이 찾는 '성지(聖地)'가 되었다. 지역 상인들은 해당 드라마의 배경 장면을 프린팅한 기념품을 만들거나, 드라마 장면을 따라 재현한 포토존을 운영하며 실질적 수익으로 연결했다. 목포 근대역사관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2019년)와 K-예능 촬영지로 활용되며 SNS를 통한 자발적 홍보가 이루어졌다. 지역 청년들이 콘텐츠 해설사, 스토리 기반 여행가이드, 굿즈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일자리도 생겨났다. 이외에도 서퍼들의 성지인 강원도 양양 서피비치, 부산의 수제맥주 거리, 강릉 커피 거리, 제주 ‘해녀의 부엌’ 등은 각각 고유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 지역 문화자원을 연결해 지속 가능한 콘텐츠형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예술가들이 강원도 고성에 들어가 진행한 프로젝트 ‘아트케이션 고성’은 예술 콘텐츠를 통한 지역발전 시범 사례였다. 

 

해외 콘텐츠 투어리즘 사례 … 일본과 유럽의 시사점

콘텐츠 투어리즘은 일본에서 십여 년 전에 본격화되었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 구마모토현이다.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의 고향이라는 점을 활용해 지역 곳곳에 원피스 캐릭터 동상을 세우고, 도보 투어를 개발했다. 지자체, 언론, 학교가 협력해 만화 기반의 지역 정체성 마케팅을 구축했다. 또 홋카이도는 ‘러브 라이브’, ‘은혼’, ‘슬램덩크’ 등 유명 애니메이션의 배경지로서 팬들을 관광객으로 유도해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다. 일부 지역은 팬들을 위한 성지순례 지도와 기념품, 지역 해설사를 체계화해 팬 전용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촬영지로 전 세계 팬들을 불러들이고 있으며, △ 도시 투어 △ 체험형 콘텐츠 △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까지 연계해 관광 수입을 다각화했다. 이런 사례들은 단순히 관광수요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콘텐츠 소비, 지역 브랜딩, 교육,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년과 AI, 그리고 지역 콘텐츠 창업

이제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나 문화기획자 등 청년창작자들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기획·제작·유통의 과정이 혁신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남의 한 청년팀은 지역의 전설인 ‘갯벌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한 AI 기반 웹툰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들은 지역 노인들로부터 설화를 구술받아 음성인식시스템에 입력하고, AI 이미지 생성 도구로 캐릭터와 배경을 시각화했다. 콘텐츠는 SNS와 웹툰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었고, 실제 이 배경지를 찾아오는 방문객들도 생겼다. 또한, 경북 안동에서는 한 스타트업이 사찰과 고택을 배경으로 한 힐링 RPG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AI로 사찰의 석탑, 정자, 자연경관을 3D화 해 해외시장에 선보였으며, 게임 속 장소를 따라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참여와 조직화가 핵심

콘텐츠 투어리즘이 성공하려면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수익구조 연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 지역주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 수익 모델 공유 △ 조직화와 협동조합 모델 등이 필요하다. 우선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력해 지역주민 대상 콘텐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이 촬영 보조, 해설사, 굿즈 제작자, SNS 운영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또 관광 프로그램 수익의 일부를 지역 주민에게 분배하거나 인센티브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콘텐츠 배경지가 된 장소나 공간의 운영을 지역협동조합이 맡도록 해 마을 단위 수익창출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조직화해 △ 콘텐츠 운영 △ 굿즈 판매 △ 투어 프로그램 기획 진행 등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

이 모든 과정을 청년창작자 개인이나 지역의 자발성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중앙정부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시스템적 지원을 해야 한다. 지역 맞춤형 콘텐츠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AI 활용 콘텐츠 제작인프라 지원, 지자체-청년창작자 간 중개 플랫폼 구축, 콘텐츠 기반 관광과 산업연계 지원, 콘텐츠 관광의 효과 측정과 데이터 기반 평가시스템 마련을 지원할 수 있다. 

 

청년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콘텐츠가 해법 

지역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산업 유치나 물리적 인프라 구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 머무는 이유, 다시 찾고 싶은 매력,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콘텐츠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청년들이 지역으로 가서 지역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그 콘텐츠가 다시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청년과 주민이 이를 함께 운영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 살리기 전략이며, 지역 균형 발전의 새 해법이 될 것이다. 25년 전 닷컴 붐과 비슷한 ‘AI 창업 붐’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지역에 가서 ‘AI 콘텐츠 창업’으로 지역을 일으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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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1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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