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이시바 미일 정상회담의 평가 및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2월20일 10시08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20일 10시12분

메타정보

  • 2

본문

| 미일 정상회담 실시 배경


  2025년 2월 7일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첫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트럼프가 구축했던 것과 같이 양국 정상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로 주목을 받았다. 전반적인 양국 정부 및 언론의 평가는 미일 정상 만남이 좋은 출발을 보였으며 향후 신뢰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나갈 토대를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일본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도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정의 성과가 있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시바는 트럼프의 금년 내 일본 방문을 요청하였고 트럼프 역시 올해 일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시바는 2025년에 개최될 오사카 엑스포에 트럼프가 참석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향후 오사카 엑스포 행사 기간 중 미국의 내셔널 데이(7월 19일)에 트럼프가 참석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이시바가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 방문과 함께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었던 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배경 및 양국의 이해관계가 있다. 첫째, 대중 견제를 위한 미일 협력의 필요성이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따른 대만 해협을 포함한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진출,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안정적 공급망 유지 등 중국을 염두에 둔 굳건한 미일동맹이 유지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표명할 필요가 있었다. 둘째, 트럼프 주변 외교안보 인사들의 일본에 대한 우호적 태도 및 대중강경 노선이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을 비롯한 동아시아 정책을 담당할 외교안보인사들은 대중강경 노선을 통해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적’으로 인식하면서 공급망 강화를 위해 일본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미일동맹을 중시하고 있다. 셋째, ‘신조(아베 신조) 효과’이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와 서로 ‘트럼프-신조’라고 부를 정도의 개인적 우호 관계를 형성하였고 트럼프의 외교자문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아베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였고, 정상회담 개최 전에는 아베의 부인인 아키에(安倍昭恵) 여사가 트럼프 부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하였다. 비록 이시바와 아베는 정치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었지만, 아키에 여사의 권유로 트럼프가 이시바와의 만남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와 같은 이시바의 방미 실현 배경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시바 본인이 어떠한 전략을 갖고 트럼프를 상대하느냐였다. 이시바는 트럼프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함께 회담 전에는 통상 정상회담 이후 실시하는 공동 기자회견에도 소극적인 입장이었지만,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갖고 트럼프를 상대하였다. 여기에서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외교안보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 어떠한 합의가 있었으며, 일본 입장에서 보는 성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향후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정상 간 만남을 가지는 과정에서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을 얻기 위함이다.

 

| 미일 정상회담의 쟁점과 평가


  1. 외교안보 분야

 

  이시바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 노력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트럼프가 대폭 증액을 요구해도 일본 스스로 판단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피하려는 방침이었다. 이미 일본은 2022년 12월에 결정된 국가안보전략 등 이른바 ‘안보 3문서’를 통해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7년까지 방위비를 약 11조 엔으로 증액할 계획이며 11조 엔은 2022년 일본 GDP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 2025년 방위비는 8조 4,700억 엔으로 GDP 대비 1.35%까지 증가하였다.

 

  이시바는 정상회담에서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2027년까지 일본의 방위비를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에 더해 공동성명에서는 “2027년도 이후에도 근본적인 방위력을 강화하는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라고 표기되었다. 이시바는 귀국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위비 증액이 “어디까지나 일본이 결정한 것이고 미국의 요청으로 증액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였다. 즉 트럼프의 대폭 증액 요구에는 쉽게 응하지 않고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GDP 대비 3%’라는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형태로 더욱 방위력 강화에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나타냈다. 또한 이시바는 회담에서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 현황과 주일미군의 의의를 구체적으로 트럼프에게 설명하였다.

 

  평소 이시바는 일본의 자주방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필요하다면 방위비를 더욱 늘려야 할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따라서 이번에 이시바는 트럼프가 구체적인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기 전에 일본이 선제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노력하겠다고 언급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대응은 이시바의 노력만은 아니고 아베 이후 일본의 지속적인 방위비 증액 흐름을 트럼프가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방위력 강화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일본 국내 및 자민당 내에서도 방위비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강하고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의 대일방위의무를 규정한 미일안보조약 5조를 센카쿠 열도에 적용한다고 강조하였다. 2014년 4월 아베 전 총리와의 회담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이 언급한 이래 미일 정상회담에서 유지되어 왔던 표현이 계속된 것이다. 중국이 대만의 무력 통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동성명은 이전과 같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번에는 새롭게 ‘힘 또는 강압에 의한 모든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표명하였다. 즉 대만해협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언급하면서 중국의 움직임을 염두에 둔 표현이 추가된 것이다.

 

  일본은 “대만 유사가 곧 일본 유사”라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이 있듯이 대만 문제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시바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강경자세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언제든 톱다운(Top-Down) 방식의 거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미일의 인식이 변함없이 일치하고 있다고 본다. 향후에도 미일은 동맹 강화 방침을 기반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억제력과 대응력 향상을 추진해나갈 것이다. 일본은 대만 문제와 같은 중국의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해양 진출을 우려하면서 자위대와 미군이 즉시 대응하는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작전을 공유하는 지휘통제의 연계와 방위장비의 공동개발을 통한 협력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기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베 이후 계속해서 추진해왔던 대만 지원의 기조는 유지 및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시바는 다자간 안보협력체제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시바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3국 혹은 4국의 소다자 안보협력체제가 보다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트럼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소다자 안보협력이 계속해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일 협력이 소다자 안보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계속해서 언급되었고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는 한일 혹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발전 가능성이 예상된다.

 

  한편 미일은 북한의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 문제에도 인식이 일치하였다. 공동성명에서는 북한에 대해 미일 그리고 세계의 심각한 위협인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일이 연계해서 대응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 미일의 이전 정부에서 합의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다시 한 번 강조되면서 향후 북미대화의 가능성에도 북한 비핵화는 변하지 않는 최종 목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일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강한 ‘절박감’과 ‘결의’를 가지고 트럼프에게 협력을 요청하였다. 이시바는 납치자 본인 및 가족의 고령화 1) 가 진행되면서 조속히 해결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트럼프에게 언급하였다. 트럼프 1기 때 아베 전 총리 역시 지속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북한 정부에 언급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일본은 향후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트럼프가 납치 문제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북한을 상대할 때 북한 지도자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기대하고 있다.

 

  2. 경제 분야

 

  미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경제 부문과 관련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경제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 부분으로 이는 다음과 같다: “두 정상은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동맹협력의 불가결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긴밀한 경제파트너로서 최대규모의 해외직접투자와 질높은 고용을 창출하기로 함. 또한 앞으로도 양국의 산업이 상호 서플라이체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둘째는 경제협력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양국간의 경제파트너십을 새로운 차원으로 상승시키기 위해서, 양국간의 비즈니스 기회의 촉진, 투자 및 고용의 대폭적인 증가, 산업기반의 강화 및 AI나 양자컴퓨팅, 첨단반도체 등과 같은 중요한 기술 개발에 있어서 세계를 견인하기 위한 협력, 경제적 위압에의 대항이나 회복탄력성 구축을 위한 틀의 강화,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지지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성장을 공동으로 촉진 및 보호, 그리고 서플라이체인의 회복탄력성 강화를 위해 정책정합성을 향상시키는 논의의 지속”에 대해서 결의하였다. 또한 양국 정상은 “경제적 번영을 지지하는 도항제도의 완성을 향한 커미트먼트를 공유하고, 기술절취, 범죄자에 의한 도항 및 불법이민에 대처하기 위해 도항자의 심사 및 일상적 또는 안전한 정보공유에 관한 조치를 강화한다”는 의도를 밝혔다.

 

  셋째는 미국의 대일무역역조, 대일무역적자를 감소시키는 방안으로 미국산액화천연가스를 일본이 수입한다는 내용으로, “양국 정상은 또한 미국의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및 천연자원을 해방시켜서, 쌍방에 이득이 되는 형태로 미국으로부터 일본으로의 액화천연가스수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에너지 안전보장을 강화한다는 의도를 표명했다”고 제시하였고, “이와 함께 주요광물의 서플라이체인의 다각화 및 선진적인 소형 모듈로 및 기타 혁신로에 관한 기술의 개발 및 도입에 관한 협력”의 조치에 대해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미국 대통령 선거기간 중 트럼프 재선과 관련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려했던 부분은 크게 관세인상, 미일간 무역역조, 인플레 영향, 환율 영향, 미국 진출 일본기업에의 영향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트럼프와 네트워크 구축, 일본의 역할 및 공헌 강조 및 설명, 그리고 미일간 협력의 역사 강조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대응준비에 더해 미국에 대한 투자패키지가 추가되어 기대 이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그 자체로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시바는 회담장에서 트럼프에게 1조 달러의 대미투자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에는 도요타자동차와 이스즈자동차의 전자트럭투자계획이 포함되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미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시바가 자신과 고교 및 대학 동창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회장을 은밀히 직접 만나서 “미국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싶다”는 그의 메시지 및 투자계획을 받아서 트럼프에게 전달하였다. 이스즈자동차의 투자계획서는 약 3억 달러(약 450억 엔)를 투자해서 미국의 전기자동차 트럭 및 엔진을 제조하는 공장을 2027년까지 새롭게 설립한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간 약 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이스즈자동차는 향후 “북미에서 중장기적인 사업확대를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도 계획서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본의 투자계획과 관련하여, 이시바는 “서로 산업을 강화해서, 양국의 파트너십을 더욱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에 일치했다”고 역설하였고, 이에 대해 트럼프도 “신규투자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3)

 

  그럼에도 트럼프는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는데, 이와 관련해 이시바는 미국산(産)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계획을 발표하였다. 일본은 원유 및 천연가스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유럽국가들에 대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독려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본의 수입 중 1% 정도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한다면 미국의 관세 압박 및 무역역조 시정요구에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미 있어서 일본 정부가 검토했었다고 한다.4) 미국산 LNG 수입에 대한 이시바의 발표는 이러한 준비를 배경으로 한 것인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공동성명의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을 장식했다.

 

| 미일 정상회담의 의의 및 시사점


   1. 미일 정상회담의 의의

 

  미일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재등장 이후에도 양국의 동맹관계가 굳건히 지속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첫째,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핵억제력을 포함한 미국의 일본방위에 대한 관여가 확인되었다. 트럼프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동맹국인 일본 방위를 위해 미국의 억제력, 국방력을 100% 제공한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대일방위의무를 규정한 미일안보조약 5조의 센카쿠 열도 적용과 자위대와 미군의 지휘통제시스템의 향상, 방위장비 및 기술협력 추진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미일 안보협의위원회의 조기 개최에 합의하였다.

 

  그동안 일본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동맹을 중심축으로 하는 다자협력 시스템을 중시해왔다. 트럼프는 다자협력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공동성명에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다층적이고 공동보조를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쿼드(미일호인), 한미일, 미일호, 미일필 협력을 추진하는 방침이 명기되었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일동맹이 중심이 된 격자형(lattice-like) 소다자 안보 협력네트워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한국 정부 입장에서 ‘북한 비핵화’가 재확인된 점은 매우 큰 의의를 갖는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했던 것을 염두로 두고 “한반도 안전과 안정을 확실히 하기 위한 관여를 계속하겠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시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관여’가 동일하게 표현되었다. 최근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장(nuclear power)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향후 북미대화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했던 일본과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향후 대북정책에서 미국과의 연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셋째, 트럼프 재등장이라는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안보와 경제에 유익한 방향으로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데 일본 여야를 비롯한 일본 사회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시바의 방미 전부터 이시바의 정적이었던 아베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와 만났고, 스가, 기시다 전 총리 및 트럼프와 만난 적이 있는 손 마사요시(孫正義, 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조언이 이시바의 트럼프 대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자민당 내 반이시바 세력 및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이시바의 이번 대미외교를 무작정 비판하지 않고 일정 정도 평가하였다. 이시바 역시 트럼프가 요구하기 전에 일본이 대미 강화를 위한 트럼프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조건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미국의 요구가 아닌 일본이 스스로 향후 방위비 증액 논의 등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2. 한국 정부에 대한 시사점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정부의 철저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시바는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2024년 12월경부터 외교, 안보, 경제, 무역 등 각 분야에서 10명~20명 정도의 전문가들과 함께 강습 및 토론을 회담 직전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총 30시간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이시바는 “만났을 때 그냥 나서서 승부를 거는 것과 ‘준비됐구나’하는 생각을 상대방이 갖게 해서 승부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생각에서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5)

 

  이러한 준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트럼프 및 그 행정부가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파악해서 그에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산액화천연가스 수입이라고 하겠는데,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안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유럽 각국에 대한 대응에서 파악해서 사전교섭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둘째는 이시바의 방위비 증액 및 일본 ‘1조 달러’ 투자계획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공헌 및 미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배려 및 동행 의도를 최대한 강조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미국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추구할 것인가와 관련해 일본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얼마만큼 미국과 함께 할 것인가를 보고자 한다고 파악해서 최대한의 성의 및 공헌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러한 미국의 기대 및 관심에 적극 부응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일본의 입장을 최대한 납득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US스틸의 매수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알 수 있는데, 이시바는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가 일본기업에 의한 대표적인 미국기업에 대한 매수가 아닌 투자(또는 출자)라고 설명하면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최종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본 정부의 설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납득을 표시했던 것이다.

 

  ‘스트롱맨’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소수연립 내각을 이끄는 연약한 이시바에 대해 ‘나이스’하지만 ‘터프’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임전태세’를 방불케 하는 이시바의 철저한 준비와 일본 정부를 비롯한 일본 각계의 노력 및 대응계획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아베 전 총리의 기억이나 마이크 왈츠(Michael Waltz)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 국방차관과 같은 친일 성격 인사들의 포진 등이 회담의 긍정적 성과를 가져왔다고 지적되는데, 이 중에서도 중요하게 제기되는 것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6)

 

  일본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일본이 미국의 대중견제에 대해 얼마만큼 동참할 것인가를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인식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러한 점에서 만족할 만한, 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얘기할 만한 상대라고 파악했기 때문에도 이러한 긍정적 평가가 가능했다고 하겠다. 물론 이는 일본으로서도 마찬가지인 측면이 있었다고 하겠는데, 이런 측면에서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장기간의 돈독한 미일관계 속에서도 서로가 믿을 만한 상대방인가를 탐색하는 전초전과 같은 성격의 만남이었다고 하겠다. “텔레비전을 보면 매우 무서운 할아버지의 인상이었는데, 만나 보니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사람이었다. 이후 차분히 진솔하게 얘기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가졌다. 서로 맞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시바의 자평이 이러한 전초적인 측면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따라서 일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관세와 관련된 논의나 일본제철의 US 스틸 매수에 대한 확실한 답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었던 소이라고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5년 2월의 미일 정상회담은 미국의 요구에 응하고자 하는 일본의 전반적 준비태세로 해서 긍정적인 성과를 빚어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한국에 있어서도 이러한 일본의 노력 및 성과는 앞으로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무엇을 추구, 요구할 것인가 하는 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치상황이라는 우선적인 과제를 가진 한국이기에 일본에서처럼 대중경쟁에서 얼마만큼 함께 할 것인가가 주된 사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미일동맹 강화는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요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연계될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즉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반도 안보를 벗어나서 대만을 포함한 지역 안보의 안정과 질서유지를 위한 한미일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한국의 고민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논의만이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관심사항에 대해 지역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역시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의 미국 경제 부흥을 위해 한국이 이제까지 얼마만큼 노력했고, 앞으로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이 제시한 것처럼, 미국의 경제적 부흥이 한국의 재도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렇게 되는 방향에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도 일본이 진행한 것처럼 한국의 각계가 아이디어를 모으고 정부는 간추리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일본과 같이 에너지 안보에서 취약한 한국으로서도 수입원 다각화의 차원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겠다는 일본의 방안이나 최근 무역적자 폭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되는 수출자율규제 등은 고려해 봄직하다. 이처럼 다양한 부분에서의 아이디어 개발은 각계의 종합적인 협력 및 조정 속에서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새로운 리더십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누가 리더십을 갖든 간에 바로 트럼프와 만나서 협상할 수 있는 준비를 한국 각계 인사와 정부가 협력해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

--------------------------------------------------------------------------------------------------------------------------------------------------------------------

1) 2025년 2월 19일 현재,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의 부모 중 생존자는 요코타 메구미(横田めぐみ)의 모친인 사키에(横田早紀江, 89세) 1명뿐이다.

2) 이면우, “트럼프 2.0에 대한 일본의 대응전략 및 그 시사점,” 김현욱 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미국의 대외정책 전망』 (서울: 세종연구소, 2024).

3) 時事通信, 2025.2.8.

4) 時事通信, 2025.1.20.​

5) スポニチ-sponichi annex, 2025.2.9.

6) 時事通信, 2025.2.8.

 

* 필자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ifsPOST>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포커스](2025.2.19.)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폅집자>

 

2
  • 기사입력 2025년02월20일 10시08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20일 10시12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