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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제조업에 대한 접근 변화와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2월15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15일 10시10분

작성자

  • 지만수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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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각각 제조업의 안보적, 경제적, 사회적 역할을 재평가하고 국내 제조업 육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에 보호주의, 블록화, 과잉설비 현상을 초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유의와 대응이 필요함.

▶ 미국은 세계화 시대에 이루어진 제조업의 해외유출이 미국을 경제안보적으로 취약하게 하고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미국 내 제조업을 육성코자 함. 

▶ 중국은 자신에 대한 미국의 다양한 견제 때문에 중국 제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이 제공하는 시장, 기술, 자본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중국 내 제조업을 육성 및 지원하고 있음.

▶ 이 과정에서 관세전쟁, 공급망의 분절화, 과잉설비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리 제조업은 수출환경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동시에 장기적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 

▶ 단기적으로는 미국발 관세의 형태에 따라 반사이익을 잘 활용하고 최종적으로 관세부담이 귀착되는 구조가 우리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이 되도록 지원하며, 장기적으로는 금리와 환율의 안정적 운용,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 엄격하게 선택된 기술과 업종을 지원하는 산업정책 등을 통해 우리 제조업 기업들이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함​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민과 마약 단속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관세를 무기로 쓰고있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쇠락해 온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깔려 있다.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여 중산층과 노동계급에게 안정적이고 존중받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공동체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중요한 정책 기조다.1)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이른바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이미 제조업 수출 및 투자를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삼아 왔다. 중국은 2010년 세계 최대의 제조업국이 되었으며 2024년 세계 제조업 생산 중 31.6%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제조업을 “국가의 근본이자 강국의 기초(立國之本 强國之基)”라고 평가하고 있다.2)

그런데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이 모두 제조업이 가진 경제안보적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각국 내부의 정치적·경제적 상황도 제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더 늘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나타난 제조업에 대한 접근 변화는 다시 보호주의 확산, 가치사슬의 분절화(블럭화), 과잉설비 형성 등의 실질적 위험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리와 환율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그 내용과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경제안보적 중요성 부각

 

2017년 미국에서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중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아 통상법 301조를 발동하여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조사(2017년)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25%의 보복관세를 부과(2018년 3월 이후)하였다. 그런데 무역수지를 둘러싼 미중 간 충돌의 근본적인 배경은 중국 제조업의 빠른 성장과 고도화다.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에는 6% 수준이었으나(미국, 25%), 2010년에는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의 제조업국이 되었고 2021년에는 30.9%로 미국(16.3%)의 두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3)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상품수출이 2000년에2,492억 달러에서 2010년 1조 5,784억 달러로, 2023년에는 3조 4,222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대미수출 또한 같은 기간 701억 달러, 2,836억 달러, 5,070억 달러로 늘어났고 대미 무역흑자 또한 2000년 298억 달러에서 2010년 1,817억 달러, 2023년 3,396억 달러로 증가했다.4)


결과적으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의 배후에 있는 중국의 제조업 성장을 근본적인 경제안보적 위협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국 소비자와 산업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의존과 미국 제조업의 상대적 쇠퇴를 중요한 경제안보적 취약점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트럼프 1기 정부 시기, 이러한 인식과 판단은 중국이 미국의 기술, 기업, 자본을 활용하여 자신의 제조업을 고도화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으로 연결되었다. 중국에 대한 301조 조사보고서(USTR, 2018년)는 중국 정부의 강제적 기술이전 요구나 기술절취 위험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으며, 이후 미중간 무역협상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관철하였다. 동시에 중국기업의 대미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미국기업의 대중투자를 제한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의 대중수출을 통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의 기술발전과 제조업 고도화를 억제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 시기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핵심 제조업에서 미국의 제조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즉 취임(2021년) 초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희토류 등 핵심 4개 품목의 공급망 안정성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를 억제하는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미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유도하고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억제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였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조업에서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고 미국 및 동맹국의 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한 것이다. 2024년 들어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한층 더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하였다. 

 

금년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는 관세를 적극적으로 정책수단으로 사용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특히 EU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나,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모든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겠다는 계획은 교과서적인 국내 제조업 육성 정책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미국은 트럼프 1기 정부, 바이든 정부, 트럼프 2기 정부를 거치면서 제조업에 대한 경제안보적 관점의 접근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순차적으로 중국에 대한 상품수입 의존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핵심 제조업에서 미국 및 동맹국의 위상을 유지하며, 미국내 제조업 기반 전반을 회생시키려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제조업 구조의 변화가 가진 경제안보적 의미에 주목하고 이에 대응하면서, 그 주요 타켓이 된 중국도 반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술이전 차단이나 반도체 설비 수출통제 등에 직면한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견제 하에서 제조업의 성장을 유지하고 혁신을 지속하는 것이 거꾸로 중요한 경제안보적 과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20년부터 “국내대순환을 위주로 한 국내 · 국제 이중순환”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른바 쌍(雙)순환 전략을 제시하였다. 

 

제조업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연결 방식 변화 

 

지금 미국과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제조업에 대한 인식 및 접근 변화는 제조업의 양적 성장을 둘러싼 것이라기보다는5) 양국이 국내 제조업과 글로벌 가치사슬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자유무역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세계화 시대가 펼쳐지면서 미국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해외조달을 통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을 활용하였다.6) 그러나 이렇게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제조업 고용이 크게 감소하였다. 미국의 제조업 고용은 1979년 1,900만에서 2000년 1,730만 수준으로 약 20년간 점진적으로 감소(170만)하였으나,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이후 10년간 매우 가파르게 감소하여 2010년에는 2001년 대비 600만명 감소한 1,146만으로까지 위축되었다. 미국 제조업 고용은 2024년 말 1,287만에 머물고 있다.7)


트럼프 정부는 글로벌 가치사슬 심화 속에서 진행된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중국의 제조업 성장을 도와주었으며 핵심 제조업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손상시켰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어 중산층과 노동자가 서비스업의 비숙련 · 저임금 일자리에 더 많이 의존하도록 만들었다고 인식한다.8) 글로벌 가치사슬을 이용한 아웃소싱이 “수백만의 미국인들에게서 안정적이고 부유한 삶을 누리기 위한 믿을 수 있는 통로를 파괴”하였다는 것이다.9)


이러한 인식은 트럼프 1기 및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면서 대중 추가관세, 국내 법인세 인하, 해외기업의 미국투자 유도 등 국내 제조업 육성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연결되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보편관세 부과와 법인세 추가 인하 등을 통해 이러한 정책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무역 · 제조업 담당 고문을 맡은 피터 나바로는 이러한 정책의 목표가 해외로 옮겨진 미국기업의 생산기지를 다시 미국으로 복귀시키자는(onshoring)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10)


중국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 활용 가능성을 재평가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 등 제조업생산요소의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수출산업을 성장시켰다.11) 이 외국인투자는 중국과 글로벌 가치사슬 사이의 연결을 촉진하였고 2005년에는 전체 수출의 58.3%를 외자기업이 수행할 정도였다(2023년 현재 28.6%). 나아가 2010년 이후에는 그동안 성장한 중국기업들이 해외 첨단기술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첨단기술 흡수와 제조업 고도화를 촉진하였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해왔던 해외시장, 기술, 원자재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시진핑 주석은 “국제 산업사슬의 대중 의존 관계를 강화”하여 외부의 공급차단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고, 산업내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자체순환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실물경제가 기본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각종 제조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2020년 4월). 

 

이러한 생각은 2020년 이후, 중국내에서 안정적인 제조업 공급망과 활력있는 소비시장을 동시에 육성하여 이들 사이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국내대순환” 전략과, 이렇게 국내에서 형성된 강력한 공급망과 시장을 중력(重力)처럼 활용하여 해외의 시장, 자본, 기술을 흡수한다는 “국내 · 국제 이중순환” 전략(이른바 쌍순환)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이에 입각해서 중국은 2023년 9월 “새로운(新質) 생산력” 육성 방침과 2024년 4월 “대규모 설비개조” 계획 등 제조업 육성 및 지원 정책을 실시하였다. 특히 2020년 이후 중국의 제조업 육성전략은 과거 제조업 2025 전략처럼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상위 가치사슬로 이동하기 위해 전략적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새로운 경제안보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 전업종에서 생산능력과 경쟁력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12)

 

불확실성, 보호주의, 과잉설비 문제가 대두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에 대한 접근 변화는 다시 글로벌 경제 전반에 보호주의의 확산, 경제안보적 차원의 공급망 분절화, 그리고 과잉설비 우려와 같은 위험요인을 생성하고 있다. 즉 미국의 공격적 관세부과는 상대국의 상응조치를 유발하여13) 이른바 “관세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고, 다른 나라들이 관세부과를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문턱도 낮출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중간의 공급망 분절화는 글로벌 차원의 경제적 효율성을 낮출 뿐 아니라, 분절화된 블록별로 생산설비가 추가 건설됨으로써 과잉설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제조업 확장과 제조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중국발 과잉설비와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14) 또한 관세부과로 인한 미국 내의 물가상승, 중국발 과잉설비 및 디플레이션 등의 요인으로 국제금리 및 환율의 예측이 어려워지고 그 불안정성도 커질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달러 약세를 원하는 수출 제조업의 요구와 달러 강세를 선호하는 금융시장의 논리가 충돌할 수 있다. 관세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적 환율 약세 시도도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다층적 변화가 야기하는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2024년 대미 무역흑자가 557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이 국가별 무역적자 순위에서 8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의 관세 위협이나 생산설비 이전 요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파트너인 중국은 한편으로는 관세전쟁의 한쪽 당사자로서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설비확장과 경기둔화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로 우리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다. 즉 우리 제조업은 앞서 논의한 다양한 수출환경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기적 설비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2024년의 경우에도 수출이 상당히 회복(8.1%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설비투자는 3.1% 감소하였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내수부진으로 연결된 것이다. 

 

대응방향 

 

단기적으로는 미국발 보호주의 확산 위험과 생산기지 이전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전쟁같은 개별적 관세부과는 거꾸로 각국의 수입선 전환을 통해 제3국 기업들에게 반사적 이익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판매 및 구매 지역을 원활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판매 및 공급망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는, 이는 모든 수출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사실상 우리의 경쟁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개별거래에서 관세의 부담이 생산자, 수입자, 소비자 중 누구에게 전가되느냐는 조세귀착 문제가 있을 뿐이다. 이 경우 특히 협상력이 약한 중소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코트라 등 무역지원기관이 정확한 대응을 위한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반면 미국의 생산기지 이전 요구는 주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대기업이 영위하는 업종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이들은 이미 충분한 자체 정보능력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들이 기업의 이익에 맞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기존에 합의된 보조금 지급 약속 이행 등을 정부간 협상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드라이브가 야기하는 제조업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과잉설비 형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기업이 직면한 중요한 불확실성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적절한 설비투자의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시장 및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지연은 경제성장도 둔화시킨다. 그러나 당장의 어려움을 재무적으로 완화해주는 재정 및 금융지원은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필요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등 효율적 자원배분을 해칠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금리와 환율 등 거시변수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 기업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을완화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수출기업뿐 아니라 내수기업들의 투자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미시적으로는 현재 직면한 불확실성의 성격에 맞는 제도 개혁을 통해 제조업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제안보적 관점의 수출통제, 투자심사 제 도 등을 강화할 경우 기업계의 참여를 보장하여 경영환경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업종전환이나 신산업 진출이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중국발 과잉설비 문제와 불공정한 보조금 문제를 WTO나 관련국 간에 공동으로 논의하고 다자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제조업 고도화를 위해 필요한 이공계 연구개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이들이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기업에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고용 및 노동의 제도환경 정비도 필요하다. 기술적 혁신을 이룬 기업이 충분한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지적재산권, 공정거래, 자본시장 제도도 점검해야 한다. 이때 효율적 논의 및 의사결정을 통해 제도개선 논의가 기업들에게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물론 재정 및 금융지원을 포함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실시하여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계기와 동력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2020년 이후 미국, 중국, EU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진화된 형태의 산업정책들을 연구하여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정책의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경제안보, 탈탄소 전환, AI 등 기술적 변화, 국내의 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래에 필연적인 발전이 예상되거나 구조적인 수요가 발생할 기술과 업종을 선정하여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가령 기술을 기준으로는 제조업 설비와 공정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탈탄소 전환을 위한 설비개선 등이 중요한 지원 분야가 될 것이다. 또 업종을 기준으로는 장기적 노동력 부족이나 고령사회 대두와 같이 분명하게 예상되는 국내의 사회적 변화와 연계하여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 바이오, 의료기구 등의 업종에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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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NN (2024.9.24.), “Here’s how Trump says he’ll help US businesses through tariffs and taxes”.

2) 2024년 9월 27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제일중공업(中國一重)그룹 노동자 대표에 보낸 서신

3) Thomas, D. (2023), Annual Report on the U.S. Manufacturing economy:2023,NIST.

4) 이 상, IMF 기준, 중국의 대미수출이 5,825억 달러로 정점에 달했던 2022년에는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4,036억 달러를 기록하며 같은 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1조 1,824억 달러의 40%를 차지했다. www.kita.net

5) 세계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양적 비중은 점진적으로 감소해왔다. 제조업 부가가치가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19%에서 2023년 15%로 하락하였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그 비중은 1997년 16.1%에서 2021년 10.5%로 감소하였다. 중국도 2004년 32.0%에서 2023년 26.2%로 감소하였다(이상 세계은행 기준). 이러한 장기적 감소추세는 계속해서 유지될 전망이다.

6) 1990년 310억 달러였던 미국기업의 해외투자는 2000년 1,426억 달러로 증가하였고, 2011년에는 3,965억 달러로 정점을 기록했다(UNCꠓTAD 기준).

7) 제조업 취업자 수는 https://fred.stlouisfed.org

8)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2023), '자유무역이라는 환상', 마르코폴로, p.49.

9)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마코 루비오의 연설문에서 인용함. 

https://www.theamericanconservative.com/my-plan-for-american-renewal/.

10) Peter, N. (2023), "Trade: The Case for Fair Trade," Paul, D. and S. Grobes (Ed.), Mandate for Leadership: The Conservative Promise,Project 2025.

11)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1990년 35억 달러, 2001년 469억 달러, 2010년 1,147억 달러, 2022년에는 1,892억 달러로 증가했다.

12) 새로운(新質) 생산력 육성 방침의 경우 초기에는 첨단 산업 육성전략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실시 단계에서는 “지역과 업종의 실정에 맞는 (因地制宜) 생산성 개선”을 강조하였다. 또한 2024년 4월 발표된 “대규모 설비개조” 방침에서도 철강, 석유화학, 건자재, 전력, 조선, 경공업 ,전자 등 사실상 모든 업종을 설비개조 지원 대상으로 지정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지만수(2024), “중국 20기 3중전회에 나타난 경제정책 방향과 전망”, 금융브리프 33권 17호 등을 참고

13)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위협에 대해 이미 캐나다, 멕시코, 중국, EU 등은 상응하는 대응조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2월 1일 첫 번째로 10% 추가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된 중국은 즉시 미국의 석탄, 천연가스, 원유, 농기계, 대형차량, 픽업 트럭 등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였다(2월 4일). 

14) 중국은 2021년부터 진행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구조조정 조치의 여파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2024년 이후 적극적으로 제조업 설비투자를 장려 및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EU 등은 이미 이로 인한 글로벌 과잉설비 문제를 중국에 대한 중요한 통상의제로 제기하고 있다.이에 관해서는 지만수(2024), “중국발 과잉생산 지속과 수출환경 변화” 금융브리프, 33권 특별호를 참고. 또한 중국은 세계적인 보호주의 추세가 확산되는 상황을 이용하여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2019년 84억 위안에서 2023년 729억 위안 규모로 늘리는 등 국가주도적 체제를 이용한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ifsPOST>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4권 03호] (2025.2.14.)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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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2월15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15일 10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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