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관련링크
본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자신의 SNS 글에서 2기 정권 발족 후 처음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전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관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곧바로 시작할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호 방문을 포함, 양국의 관계 정상화에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방침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이런 ‘협상 개시’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직접’ 협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는 당사자 입장이 배제돼 큰 타격이 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통화하기 전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먼저 통화한 것에 대해 불쾌하게(not very pleasant)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임 바이든 대통령 정권 당시에는 줄곧 우크라이나를 배제하는 협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宥和的)’ 자세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선명히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궁극적으로 속국(屬國)을 삼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계략을 미국 측이 어떻게 저지할 것인지가 핵심 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을 포함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모든 카드를 러시아에 안겨줄 것을 우려하며 우크라이나에 협상 타결을 강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U 집행부 외교 안보 최고 책임자 Kaja Kallas(전 에스토니아 총리)는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우리 등 뒤에서 진행하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미국은 러시아에 양보하려는 것. (종전 협상을) 서둘러 타결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Any quick fix is a dirty deal. It will just simply not work.)'이라고 경고했다.
■ 트럼프 대통령, “지극히 생산적인 협의, 곧바로 협상을 시작할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화 회담에 응해준 시간과 노력에 감사한다” 고 말하고, ‘지극히 생산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흥분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푸틴과의 전화 협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싸우고 있는 의미가 없는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일치했다” 고 말했다. 동시에, 양측은 각국의 강점을 가지고 정차 서로 협력함으로써 얻을 수 있을 이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은 이날 전화 협의에서 이란 핵 개발 의혹을 포함한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고, 에너지, 인공지능(AI) 대책, 달러화 신인도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이미 구속돼 있던 미국인 Mark Fogel 씨를 석방했고, 백악관은 이에 대해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성의 있는 대응이고,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해 올바른 방향의 진전의 조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SNS를 통해 미국인 석방에 대해 사의(謝意)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정권 주요 인사들이 속속 유럽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긴박한 움직임을 두고 ‘드디어, 트럼프 정권이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 Scott Bessent 재무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어서, 주요 각료들이 유럽을 방문해 관련 인사들과 러-우 전쟁 정전(停戰) 조건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J.D. Vance 부통령 및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등은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안전보장회의에 참석,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는 한편, 유럽 각국과 협의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good possibility)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not practical)'고도 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 이전 상태의 국경선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할 것(unlikely to return to its pre-invasion borders) 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정권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는 경우에는 유럽은 곧바로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NATO 회원국들에게 국방비 지출을 현 GDP 2%에서 5%까지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정권 시절에는 NATO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해서 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트럼프, ‘푸틴 대통령과 조만간 사우디에서 회동할 가능성’ 시사”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첫 회동은 아마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동 일정에 대해서는 ‘그리 멀지 않은 장래’ 라고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우리(자신과 푸틴 대통령을 지칭)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하마드(MBS) 황태자를 잘 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가 만나기 좋은 장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도록 초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여기로 올 것을 기대한다. 나도 러시아에도 가고, 사우디에서도 회담할 예정이다. 우선 사우디에서 만나서 어떤 성과가 있을 것인지 지켜보자” 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 정말 피비린내나는 무서운 전쟁이다” 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회담 구도는 될 수 있으면 이른 시기에 이루어지고 성공리에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고, “만일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러-우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크렘린궁 페스코프(Dmitry Pescov) 대변인도 12일,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1시간 반 동안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대해 논의했다” 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분쟁 원인을 제거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평화적으로 장기적 해결을 이룰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고 말했다.
만일, 트럼프-푸틴 사우디아라비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6년 전임 바이든 대통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처음 대면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 회담이 성사될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회담에 동석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회담을 열고 나서, 다음 회담에서 검토하게 될 것” 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에 가는 것을 확약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갈지 말지는 추후 생각할 것” 이라고 말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점령지 영토 할양(割讓)을 요구할 가능성”
2024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진작부터 머지않아 3년이 되는 러-우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킬 것을 사실상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통해 종전(終戰)을 중개할 의향을 내비쳐 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권은 전쟁 종식 협상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촉구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에 자신들이 사실상 실효(實效) 지배하고 있는 영토의 할양을 요구할 방침으로 있어, 향후 협상은 이를 둘러싸고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와 관련해서, 미 헤그세스(Peter Hegseth) 국방장관은 최근 벨기에에서 행한 연설에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자국 영토(크림 반도를 포함)의 탈환을 노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대해 “비현실적 목표” 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가입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NATO는 회원국 전원 동의를 전제로 각국이 판단해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문호개방 정책을 택해 왔으나, 우크라이나 가입 저지를 위해 노력해 온 러시아 입장을 수용해 사실상 수정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 동부 지역에서 서서히 영토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 전쟁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러시아군은 새로 4,168Km2에 달하는 영토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0.7%에 불과하고, 푸틴 대통령이 목표로 삼고 있는 동부 4개 주를 장악한다는 목표 달성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하루 1,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고 있어, 심각한 병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러시아 국내에서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전쟁을 수행함에 따라,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군수 산업 집중으로 일반 재화 생산이 위축되어 물자 부족이 극심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악화 및 재정 고갈 상태로 곤경이 심화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속국화(屬國化)라는 목표를 남겨놓기 위해서도, 현 시점에서 일단 양보를 연출해서 군사력 및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전쟁 종결에 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어, 러-우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유럽 각국이 군비(軍備)를 증강해서 지역 내 평화 유지를 확보하는 체제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러-우 전쟁 종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예상했던 만큼 신속하게 끝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러-우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해 왔으나, 정작 1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반년 내에 종식시킬 것이라고 후퇴했다.
■ 젤렌스키 “트럼프와 전화로 장시간 협의", 협상 배제 우려에 '불만' 표시설(說)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SNS에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갖고, 푸틴 대통령과 전화로 협의한 내용을 설명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평화를 원하고 있다’ 고 말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14~16일 열리는 뮌헨 안전보장회의에 대해서도 “회의 결과가 전향적인 것이 되길 기대한다” 고 당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12일, SNS ‘X’(구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푸틴 대통령과 나눈 전화 협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 자세에 사의(謝意)를 표하고, “향후 연락을 주고받으며 ‘협상을 계획할 것’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 함께 러시아 침략을 저지하고 영속적이고 확실한 평화를 확립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계획 중” 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안전 보장, 경제 협력 및 자원 파트너십 등에 관해 새로운 문서(협정?)를 준비할 것을 의제로 협의했다” 고 밝혀, 구체적 협력 내용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팀(team) 차원에서 협력할 용의가 있다. 드론 등 첨단산업을 포함한 기술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유럽 각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계속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거액의 재정 부담을 하며 지원을 계속할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稀土類)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하려 한다는 의심을 가지고 ‘불쾌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유럽 각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직접’ 협상을 시작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 숄즈(Olaf Scholz) 총리는 '어떤 강제된 평화도 배격한다' 면서, 미국이 이미 러시아에 양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영 BBC 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14일,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않고 미국 및 러시아가 제안하는 어떤 평화 제안도 동의할 수 없다고 언명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유럽 국가들도 평화 협상 테이블에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지금,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당연히 자신들에 불리한 조건으로 전쟁이 끝나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담대한 의욕과 자신감에 충만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힘이 없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운명을 타의에 의해 결정하게 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시,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강불식(自强不息)’만이 유효한 길이라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는 상황이라는 느낌이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2월14일 16시32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15일 11시2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