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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국가 운영의 혈액
국가 운영에서 예산은 혈액과 같다. 예산을 어떻게 편성하고 집행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기능이 유지되기도 하고, 마비되기도 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예산을 대거 삭감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정부 정책을 견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사업들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행정 기능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스스로 예산을 대폭 삭감해 놓고, 이제는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이는 단순한 정책 실수가 아니라, 무책임한 정치적 전략이 만들어낸 자가당착에 가깝다.
정부 기능을 마비시킨 예산 삭감
대표적인 사례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기능을 분리하고, 법무부 내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고위공직자의 검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무부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운영 예산 3억 3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인사정보관리단은 수도·전기 요금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직원들은 인근 공공기관의 화장실을 빌려 사용하고, 인쇄 용지나 프린터 토너가 부족하면 다른 부처에서 빌려와야 하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소송 대응 예산도 전액 삭감되면서, 현재 방통위는 외상으로라도 변호사를 구해야 하는 처지다. 외국계 IT 기업이나 대형 언론사와의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정상적인 법적 대응을 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유일의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인 고려대 구로병원의 운영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이달 중 폐쇄 위기에 놓였다. 대한민국 의료 체계에서 중증외상센터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기관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해당 센터는 더 이상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삭감이 정당한 검토를 거쳐 진행되었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정 기관과 사업을 정밀하게 평가해 삭감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예산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결국 정부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추경 요구,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
그러나 정작 민주당은 이제 와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지원금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이를 포기하려 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경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
정부 예산을 삭감해 필요한 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만든 것이 민주당이었다. 그 결과 정부 부처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다시 추경을 주장하며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최소한 추경을 요구하려면 지난해 예산 삭감을 강행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적이다.
예산은 정략이 아니라 국가 운영을 위한 수단
예산은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 중 하나다. 그러나 견제와 무력화는 다르다. 민주당이 지난해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통해 정부 정책을 저지하려 했다면, 지금의 추경 요구는 그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행태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 국민이라는 점이다. 정부 부처가 기본적인 행정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예산을 삭감하고, 이제 와서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다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추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자신들이 단행한 예산 삭감이 불러온 결과에 대해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예산은 국가 운영의 기본이다. 무분별한 삭감과 무책임한 추경 요구를 반복하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을 멈추고, 국가 운영의 본질적인 목적에 충실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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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2월16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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