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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국의 문화전망대 <9> “지역의 창의(創意) 인력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문화의 역할 (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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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2월1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10일 22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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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정표 ‘생활인구’ 늘리기에 매진하는 전국 지자체들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을 비롯해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루 3시간 이상 월 1회 이상)하는 사람,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생활인구를 근거로 인구감소지역에 행정·재정적 특례를 부여하거나 지방소멸 대응기금 등 국가의 재정지원 기준에도 반영하고 있다. 주민등록인구가 지방교부세를 배정받는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듯이, 생활인구를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유지·확대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등록인구가 줄어도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은 지방공공재 사용 비용, 행정서비스 제공 비용 등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지방교부세를 늘린다는 것이다.
‘고향사랑 기부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제 혜택과 더불어 지역특산품을 답례로 받는 제도)와 함께 생활인구 제도는 외지인을 미래에 해당 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주를 유도해 정주 인구를 늘리면 최상이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생활인구를 늘리는 일만으로도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데 유리해진다는 말이다.
지자체들은 이에 따라 생활인구 증대에 매진하고 있다. ‘농촌 한 달 살기’ ‘텃밭 가꾸기’는 기본이고, 워케이(work+vacation) 농촌유학 치유산업 축제 관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타 시도, 특히 수도권 주민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행안부는 89개 인구감소지역 시군의 생활인구 유치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각종 행정 통계는 물론 이동통신사 기록과 신용카드사의 소비데이터를 연계해 소비업종 및 금액 등 생활인구의 소비 특성을 도출하고 이를 해당 지역에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생활인구 유인책 수립을 독려하고 있다.
문화예술로 생활인구 늘리는 방안 … 2년째 맞은 ‘로컬 100’의 버전업 필요
생활인구 유입을 위해 문체부도 발 벗고 나섰다. 대표적인 사업이 2023년 7월 문체부에서 지역문화와 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로컬100’이다. 지역의 명소와 콘텐츠, 명인 등 지역문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100곳(지역문화매력 100선)을 선정한 후 ‘로컬100 보러 로컬로 가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장관까지 직접 나서 홍보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문체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전국 228개 지자체와 문체부의 2030 정책자문단 ‘MZ드리머스’, 4070 지역문화매력기자단 등 국민발굴단의 추천을 받은 후보 461개 중에서 선정되었다. 지역의 문화공간, 생활·역사형 축제·이벤트, 문화마을·거리·상권, 문화예술형 축제·이벤트, 지역 문화유산, 지역문화 상품·브랜드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EBS1 TV에서 방영된 ‘한국기행’에서 ‘로컬100’에 선정된 인기 지역 5곳이 소개돼 많은 사람이 지역문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 광주 남구(양림역사문화마을, 남도달밤야시장), 강원 동해시(북평민속5일장, 무릉별유천지), 서울 노원구(화랑대철도공원, 공릉동도깨비시장), 대전(성심당, 테미오래), 경북 울산(장생포문화창고, 지관서가)의 사례가 그것이다.
'로컬100'은 그러나 운영 2년째를 맞는 오는 7월을 앞두고 ‘로컬200’으로 확장되고 버전업될 필요가 있다. 100개로는 전국의 모든 지역을 포괄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200개로 확장하면서 더 많은 지역을 포함해 지역문화콘텐츠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해야 한다. 초기 100곳의 경제적 문화적 성과를 데이터 기반으로 평가해 우수 사례는 글로벌 한류 시장에 연계하는 한편 타 지역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의 다양한 창의적 문화사업들
문체부 차원의 정책사업은 아니더라도 각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창의적 문화사업들도 많다. 역사 자연 특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 계절에 맞춘 문화 이벤트, 카페 미술전시관 공방 등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인프라 등으로 외지인들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청년 문화사업가들의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감자꽃 스튜디오’ (강원 평창군), 단순한 카페를 넘어 대화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카페 레체 & 복합문화공간 광순’ (충북 청주시), 택시 회사의 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로컬 창작자들을 위한 전시장-카페-코워킹 스페이스 등으로 활용되는 ‘연남장’(서울 마포구 연남동), 생활예술창작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지역 경제와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는 ‘파란공장’ (제주 애월읍), 골목의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유 공간에 디자이너 시각예술인 사진·영상작가 음악가 문화기획자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탄탄마을 무브노드’ (강원도 태백시) 등이 있다. 이런 사례들은 지역예술가와 문화기획자 등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생활인구를 적극 유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예술가-문화기획자-로컬 크리에에터 등 지역의 창의(創意) 인력이 중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의 인력은 이렇게 지역소멸에 맞서 지역 부활의 불씨를 살려 나가고 있다. 창의 인력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지역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콘텐츠나 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자인 로컬 크리에이터 (Local Creator), 문화예술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기획자, 지역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지역예술가가 그들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비즈니스적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역의 문화를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지역예술가는 예술 그 자체로 지역 가치를 표현하며, 문화기획자는 이러한 창작활동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연결한다. 이 세 그룹은 서로 협력할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로컬 크리에이터, 문화기획자, 지역예술가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촉매자 및 매개자로 역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제공, 프로젝트 기획 및 지원, 거버넌스 형성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예술가는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창작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예술가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지역이 단순 소비형 문화공간이 아니라 창작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다. 지역예술가가 직접 창작물을 판매하며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시장이나,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창작하는 커뮤니티 예술 프로젝트 등은 예술가가 뿌리내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의 ESG 활동과 연계해 지역예술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창작과 전시·공연 등 발표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문화기획자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양성은 문체부 예산사업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체부가 2023년 초 ‘2023~2025년 3년간 지역문화 전문인력 900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예산상의 문제로 이를 접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특히, 지역을 떠나지 않고 남아 지역문화 발전의 꿈을 품고 열정을 다하는 인재를 지원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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