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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이스라엘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Gaza)’ 지구를 미국이 인수해서 현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타국으로 이주시킨 다음, 장기적으로 소유하며 ‘중동의 리비에라(Riviera)’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중동 지역 국가들을 위시한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들고 일어나 이런 ‘무모하고 불법한’ 발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파만파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Gaza Riviera’ 제안은,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래 15 개월 동안에 팔레스타인 주민 47,000명이 사망하고, Gaza 지역 전역이 초토화된 전쟁을 멈추는 6주 정전 합의에 이어 나온 것이다. HAMAS 병력은 17,000명이 전사했다. 지중해 연안 Gaza 지역 대부분은 거의 완전히 황폐화된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재건될 이 지역에는 국제 사회가 조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도 이런 담대한 구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는가 하면, 보수 진영 집권 구상으로 알려진 ‘Project 2025’에 대한 전면 거부 움직임마저 태동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앨 그린(El Green)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 공세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향후, 이런 비이성적(insane) 발언을 둘러싸고 미국 내외에서 벌어질 사태의 귀추가 크게 주목된다.
■ “Gaza 주민 외국에 강제 이주시킬 방침, 이집트 · 요르단과 협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취임 후 첫 외국 정상과 가진 회담 모두(冒頭)에 기자들에게 “Gaza 팔레스타인 자치구 지역은 이스라엘과 HAMAS 전투로 괴멸적(壞滅的) 피해를 입었다. Gaza 지역은 쓰레기 더미가 돼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다. Gaza 주민들을 항구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시킬 것이고, 이집트 및 요르단이 이들을 받아들일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지금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 이집트 및 요르단 외에도 4~6개 지역에 이주할 지역을 마련해 주어서 대단히 풍요로운 나라들이 제공하는 자금을 받아들이는 등의 해결책이 마련된다면 이들은 Gaza 지구로 되돌아오려고 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즉, 170~180만명에 달하는 Gaza 주민들을 영구적으로 타국으로 이주시켜, 동 자치구를 영원히 해체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일부 보도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요르단 Abdullah 국왕 및 이집트 Abdel Fattah el-Sissi 대통령과 협의하고 Gaza 주민들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CNN은 이 ‘Gaza Riviera’ 구상은 지난 15개월 간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학교, 병원 등의 60%, 주택의 92%가 파괴된 Gaza 지구를 미국이 인수해서 장기적으로 소유하며 재건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해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 국가정보국 Beth Sanner 부국장의 발언을 인용해서, 전례가 없는 이런 플랜이 작동할 메커니즘이 없다며, 이런 구상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플랜을 실행하려면, 우선 20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타국으로 이주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럼에도 이들을 강제로 재배치하려면, 아랍 국가들이 개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미군이 개입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에, 과연 국제법이 금하는 이런 행위를 미국이 군대를 동원해서 실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이 지역을 탈출해 지금까지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약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UN 집계에 따르면, 현 Gaza 주민의 절반은 외부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고, 이들 가운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몇 차례 강제 이주되며 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제 이주된 팔레스타인인들이 폐허가 된 Gaza 지구로 되돌아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 “트럼프, 가자(Gaza) 지구를 부동산 개발 사업 기회로 여기는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하 정전 협정이 실행됨에 따라 Gaza 지구에 거주하는 수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죽음과 파괴의 심볼로 여기는 Gaza 지역으로 몇 시간씩 걸어서 돌아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은 자신들의 고향 땅이고 자신들의 터전이기 때문에 돌아오는 것이라고 외치는 기자들을 향해 ‘아름다운 땅을 제공하려는 데, 그들이 왜 돌아오겠느냐’ 고 반문하고 있다.
한 HAMAS 간부는 트럼프의 제안은 혼란을 부추길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는 “Gaza 주민들은 이런 플랜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에 대한 점령과 침략을 종식시키기를 원하는 것이다. 우리를 몰아내지 않기를 원한다” 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권 당시에도,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Golan Height)’ 점령지에 대한 통치권을 인정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는 등, 미국이 수십년 간 지켜온 외교 노선을 깨트렸던 적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문제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외교 과제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문제에 담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그가 이 문제를 부동산 개발 사업 기회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Gaza 지구 잠재성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수 있고 이는 엄청난 일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었다.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위 쿠쉬너(Jared Kushner)가 Gaza 해안의 가치를 좋게 평가한 것을 칭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동 문제 특별 대사로 임명한 윗코프(Steve Witkoff) 대사도 역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이다. CNN은 그가 지난 주 미 정부 고위 인사로는 몇 해 만에 처음으로 Gaza 지구를 방문하고 돌아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재건’ 플랜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다음 주 백악관을 방문하는 요르단 국왕과 이 플랜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CNN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Gaza 소유’ 플랜에 이르게 된 배경은, 정부 내 전문 관료들이 신중한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백악관으로 올리는 형식이 아니고, 대통령 자신에게서 발단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심지어 백악관의 중동 문제 자문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표하기 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뒤에 이런 보도를 듣고 크게 놀랐었다고 전했다.
■ “미 의회에 기대와 회의(懷疑)가 혼재, 민주당 및 일부 공화당 인사들도 비난”
미 의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한 많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회의적 시각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오랜 동안 트럼프를 지지해 온 공화당 중진 Lindsey Graham 상원의원은 “흥미로운 제안이나 문제점도 있는 것” 이라며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중동 우방국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Gaza 지구를 인수하기 위해 미군을 보내는 것도 문제를 안고 있어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공화당 소속 Mike Johnson 하원의장은 ‘Gaza 소유’ 제안의 상세한 내용을 봐야 하나 ‘좋은 발전(good development)’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 John Thune 상원의장은 중립적 입장에서, “중동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안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소속 Jeanne Shaheen 의원은 이런 제안은 “팔레스타인 국가 성립을 필요로 하는 인식에 미달하는 것이고, 팔레스타인의 관심사를 해결하기 전에는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것” 이라고 경고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핵심인 Chris Coons 의원은 ‘공격적이고 미친 짓(insane)이고, ‘위험하고 어리석은 것’ 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모든 외국에 ‘미국은 대통령이 이런 미친 제안을 하는, 균형을 잃은, 믿지 못할 나라로 비쳐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중동 국가들은 일제히 강력히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팔레스타인 주민 및 중동국들은 트럼프의 Gaza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동 방송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압바스(Abbas Ibrahim) 의장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 이라며, Gaza 주민들을 외국으로 이주시키는 것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동시에, UN이 팔레스타인인들과 그들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보호해 줄 것,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종식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슬람 무장 조직인 HAMAS도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토지 권리에 반하는 무책임한 발언이고, 불에 기름을 붓는 격(格)” 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시온(Zion)주의자들에게 점령, 학살, 강제 이주 등의 책임을 묻지 않고, 벌을 주는 대신에 오히려 보상을 주는 것이라며, 미 정부 및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제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Al Jazeera 방송은 반(反)차별위원회 American-Arab Anti-Discrimination Committee의 간부 Abed Ayoub를 인용해서, 미국 대통령 발언은 ‘미친 말’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구상은 Gaza 지역에서 소수 인종을 청소하겠다는 이스라엘 계획에 따르는 것이라며 가볍게 여기지 말 것도 경고했다.
■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들고 일어나 맹비난, 반발 기류 급속 확산”
트럼프의 ‘Gaza 소유’ 제안에 대한 비난의 물결은 중동 지역 국가들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장래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형성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 국가’ 형태로 공존하는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은 공고하다는 강경한 성명을 공표했다. EU 대변인은 ‘Gaza 지구는 장차 설립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에 귀속될 영토의 한 부분’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안정과 평화를 되찾는 과정에 위험하다” 며, Gaza 주민의 강제 이주에 전면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영국 스타머(Keir Starmer) 총리도 의회 연설에서 Gaza 주민들의 귀환과 재건을 보장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국가와 이스라엘이 두 개의 국가 형태로 공존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독일 Annalena Baerbock 외무장관도 “Gaza 지구 장래 문제 논의에 팔레스타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동 장관은 “Gaza 주민의 강제 이주는 국제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새로운 고난과 증오로 연결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무성 대변인도 “Gaza 주민들을 강제 이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공표했다. 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도 “호주의 입장은 오늘도, 작년에도, 10년 전에도 한결같다” 고 강조하고 ‘2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UN 인권사무소 Volker Türk 고등판무관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Gaza 지구에서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결권(自決權)은 국제법의 기본이고, 최근 국제사법재판소가 환기한 바와 같이 모든 나라가 준수해야 한다. 점령지에서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거나 추방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요르단 Abdullah 국왕 및 이집트 Abdel Fattah el-Sissi 대통령이 자신의 강제 이주 플랜을 수용하고 마음을 열어 이주 Gaza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에 필요한 땅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미국 국영 라디오 채널 VOA도 영국, 중국,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등이 ‘Gaza 지구,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서안(West Bank) 지역을 포함해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바탕으로 하는 ‘2 국가’ 해법을 계속 지지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방안은 과거 수십년 간 지속되고 있는 중동 분쟁 및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미국의 정책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다. VOA는,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 국가 해법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Gaza 플랜은) 2 국가, 1 국가 혹은 다른 숫자의 국가 해법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고 말했다 (doesn’t mean anything about a two-state or one-state or any other state’).
■ “트럼프, 거센 반발 제치고 ‘Gaza Riveria’ 구상을 관철할 지 주목”
CNN은 이번에 트럼프가 제안한 ‘Gaza 소유’ 플랜은 아랍 우방국들과 엉뚱한 분란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한 중동 지도자가 응답한 ‘미친 짓(Mad)’이라는 단어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연한 Gaza 정책 번복 행보가 트럼프 자신,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누구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요르단 및 이집트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해진다. 두 나라는 국가 생존을 미국의 재정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신, 1948년, 1967년 중동 분쟁 때처럼 대규모 난민 수용을 각오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정상은 겉으로는 난민 유입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으나, 내심으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Bloomberg 통신은 트럼프 제안이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의 광범한 반발에 부딪히자, 보좌진들이 황급히 진화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Karoline Leavitt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Gaza 지역에 관련해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고, 미국은 Gaza 재건에 자금을 내지 않을 것이고,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이라고 해명했다. Gaza 주민 이주 방안도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Marco Rubio 국무장관도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Gaza 재건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지 Gaza 지구를 소유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미국은 물론, 전체 국제 사회에 돌연한 충격을 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Gaza Riviera’ 플랜은 지금까지 미국 등 관련국들이 제시해 온 중동 평화 구상 중 가장 ‘낯선’ 방안임이 분명하고, 부동산 개발업자 감각의 소유자 트럼프 자신과 가장 큰 잠재적 수혜자로 점쳐지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국제 사회 어느 일원도 반기지 않는 제안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고, 트럼프 대통령도 정권 초반에 쉽게 물러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만난을 무릅쓰고 이처럼 ‘엉뚱한’ 해법을 고집할 지, 아니면,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에 기가 꺾여 물러설 지, 실로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국면이 아닐 수 없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2월07일 10시05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07일 23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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