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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22>앨 고어의 담화문(談話文), 윤석열의 담화문(痰火文) ③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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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1월2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20일 15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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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나는 방금 조지 W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의 43대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축하 인사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만나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생긴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습니다.”

  

“아….”

 

2000년 12월 13일(현지 시각), 선거 36일 만에 앨 고어가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날 저녁 뉴스를 보면서 정말 감탄 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현존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저렇게 깨끗하게 놓을 수 있다니. 팀원이라고는 5, 6명 밖에 없는 보잘것없는 자리조차 놓지 않으려고 어제 한 말을 뒤집고, 얼굴에 철판을 깔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말이다.

 

나는 만약 플로리다주 재검표가 모두 이뤄졌다면 당선자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재검표가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시가 537표 앞선 결과를 고어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전국 유권자 투표수에서도 고어는 48.38%를 얻어 47.87%를 얻은 부시보다 54만여 표를 더 얻었다. 1시간 후 공화당 부시 후보의 당선 연설이 있었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고어의 패배 인정 연설이었다. 다소 길지만 다시 한번 그의 패배 연설을 소개하는 이유는 지구 반대편의 한 소인배 지도자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150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스티븐 더글러스 상원의원은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패한 뒤 ‘당파심이 애국심보다 앞설 수는 없다. 나는 당신과 함께 할 것이며, 각하에게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같은 심정으로 부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파적인 증오의 찌꺼기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그가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빌었습니다. 이 길고 힘든 길은 그도, 나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고, 그 상황은 민주주의의 명예로운 제도를 통해 이제 매듭을 짓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한 법과대학 도서관에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과 법에 따라’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적 자유의 원칙이며 민주주의적 자유의 출발점입니다. 지난 5주 동안 나는 이 글귀를 길잡이 삼아 충실히 따라왔습니다.

 

이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나는 그 판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이겠습니다. 나는 다음 주 월요일 선거인단 투표에 의해 비준될 결과를 수용할 것입니다. 오늘 밤 나는 국민의 단합과 민주주의의 강화를 위해 승복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나의 책무도 인정합니다. 조건 없이 새 대통령 당선인을 존경하며, 그가 독립선언문에 명시돼 있고 헌법이 추구하는 비전을 실현하는 데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역사는 우리에게 숱한 도전과 투쟁의 과정을 보여주는 교과서입니다.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 무수한 논쟁이 오가지만, 일단 결과가 정해지면 승자나 패자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화합의 정신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실어준 지지자들이 느끼는 것처럼 나도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애국심으로 실망감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의 모든 분께 말씀드립니다. 이번 대선 과정을 미국이 허약해졌다는 징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힘은 미국이 겪어낸 난관들을 통해서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평소 같지 않았던 이번 선거 과정이 새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되리라는 우려를 표시하지만, 나는 그것이 기우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 당선인이 짊어질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나와 함께 했던 지지자들에게 이제는 새 대통령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기를 당부드립니다. 그것이 미국입니다. 위기가 닥치면 함께 힘을 모았듯이, 이제 모든 논란이 끝났으니, 대열을 정비해야 합니다. 지금은 분열보다는 화합이 더 절실함을 깨달아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 당이 지켜온 신념보다 더 귀중한 의무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입니다. 우리는 정당보다 국가를 우선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새 대통령을 뒤따를 것입니다.

 

이후에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하는 물음에 아직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마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오랜 친구들과 휴가를 즐길 날을 기다릴 것이며, 테네시에서 울타리를 고치며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내게 후회가 남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후회라면 오직 하나, 앞으로 4년간 미국인들을 위해 일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뿐입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나는 귀담아들을 것이며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중략)… 정치싸움은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일터로 돌아가 전 세계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언젠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미국을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한 사회를 이끌어야 할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25년 후 지구 반대편에 엉뚱한 지도자가 나타났다. <④편으로 계속>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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