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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전통문화 반딧불이 <4> 국립정동극장 K-컬처시리즈 <소춘대유희-광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1월2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20일 10시57분

작성자

  • 김용호
  • 전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한국학 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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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시청역에 내리면 바로 덕수궁이 나온다. 궁을 따라 왼쪽으로 돌면 1897년에 세워진 정동제일교회가 보이고 몇 걸음 더 가면 “국립정동극장”이란 푯말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은 국내 최초의 근대식 극장 원각사를 복원하여 전통공연예술 사업을 하는 현대식 중규모의 극장이다. 또한, 역을 올라와 반대로 궁의 정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1976년에 개관한 아담하고 정겨운 극장 하나가 나오는데 7080세대 연극 좀 보고 다녔다는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명소로 과거 “세실극장”이라 불렸고 현재는 “국립정동극장 세실”이란 이름으로 연극, 뮤지컬, 전통, 무용 등 다양한 창작물이 공연되고 있는 극장을 보게 된다. 이곳은 극장 구조가 부채꼴의 공간 구성으로 작지 않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시야 확보가 용이하여 배우와 관객의 친밀도가 높아 1970년대 대한민국 연극계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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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을 낀 두 곳 중 오늘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소재는 바로 왼쪽의 “국립정동극장”에서 지난 1월 15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전통연희극 <광대>라는 작품이다. 이번에 개막된 <광대>는 과거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정기공연이었던 <소춘대유희>란 작품에 영상기술과 연희적 효과를 심층 가미하여 더욱 창의적인 구성의 새로운 ‘K-컬처시리즈’로 제작된 창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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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춘대유희>란 과거 근대극장 원각사 전신이었던 협률사〈1902년 고종황제의 재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을 위해 만든 황실극장 일명 협율회사(協律會社)로 알려져 있다〉의 최초 근대식 유료공연 작품으로 궁중정재, 민속춤, 탈춤, 땅재주 등의 신명과 유희를 담고 있으며 판소리의 멋들어진 소리 구성이 녹아나 있다. ‘소춘대’란 ‘웃음이 만발하는 극장’이라는 뜻으로 민초들의 순수함을 담고 있으며 청초의 삶을 대변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123년 전의 작품을 꺼내어 다시금 그 시절 유희와 함께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관객을 위한 즐거움 때문일까? 아니면 선배 전통예인들의 모습을 재연하고 싶어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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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대본을 맡은 강보람 작가는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명창 이동백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게 됐는데 ‘활동사진이란 것이 유행하는데 판소리를 어떻게 접목하여 재미있게 만들어볼 수 있을까’ 고민하셨더라”라면서 당대에도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현대에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음을 엿보았다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의 호환 즉 동시대성을 향한 전통의 노력이 현시대에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현란한 영상과 조명 또한, 전통을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제작의 요건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이 바뀜에 따라 흐려지는 연결고리 즉 두 세계의 결계(結界)를 끊어내고 이어짐을 찾는 일이다. 작가는 고뇌한다. 연출가 또한 많은 시행과 반복을 통해 1902년이 남긴 그 시대의 의도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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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전통공연은 국립국악원을 비롯하여 공립 전통공연 제작단체에 의해 많은 작품이 발표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순수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창의적인 작품이 전통문화계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데 진정 현시대를 보듬으며 전통을 품은 작품은 희귀하다. 많은 제작 여건과 노력이 경제적 이유로 가늠되는 현대이지만 작품을 향한 제작 의도 그리고 작품이 내재한 본질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로 남아야 한다. 그럼에 있어 전통연희극 <광대>는 내, 외적 가치의 충분한 공감력을 갖고 있다. 전통 유희의 현대적 표현은 고유하지 않다. 하지만 지극히 전통적이다. 그것은 한류 전통문화를 세계에 투영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열정이며 투혼의 결과다. 동시대적 고리인 판소리의 극적 이입. 플롯과 연결 지어 만들어 낸 이동백 CG의 옛 모습 그리고 소리의 감흥. 여느 전통연희극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EDM(Electronic Dance Music) 극음악 진행은 신묘하기까지 하다. 우스꽝스러운 연희 역할의 다채로운 등장과 신명 난 연기는 관객의 큰 웃음을 자아냈으며 어깨를 들썩이게 한 단단한 내공의 춤, 화려한 의상과 다채로운 영상, 조명은 관객을 더욱 즐겁게 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유료공연 작품을 선정하여 다시금 보여준 국립정동극장 <광대>는 오랜만의 신선한 감흥으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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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1월2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20일 10시57분
  • 검색어 태그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정동극장 #원각사 #협률사 #소춘대유희 #광대 #전통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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