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22>앨 고어의 담화문(談話文), 윤석열의 담화문(痰火文) ②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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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
앨 고어와 민주당에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한 방법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전시킬 방법이 없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곱게 주기 싫어서 별 해괴한 짓을 저지르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헤어지자는 말에 광분해서 애인과 그 부모에게까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놈들이 어디 한둘인가.
멀리 갈 것도 없다. 2021년 1월 13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혐의는 ‘내란 선동’. (글을 쓰면서 기시감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 바이든 당선인 승리 인증을 방해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의회를 공격하도록 선동했고, 이는 미국의 안보와 민주주의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했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며칠 전인 6일 국회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인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인증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쳐들어가 국회를 점거하고 인증식을 무산시키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폭동 전 백악관 남쪽 일립스(Ellipse) 공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루디 줄리아니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을 구하라(Save America)’ 집회가 열렸다. 다음은 이날 트럼프가 거의 1시간 넘게 한 연설에서 직접 한 말이다. (4년 뒤 어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을 투입하며 한 말과 참 비슷하다. 빙의했나?)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이겼고, 압승했다.”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으면, 다시는 나라를 갖지 못하게 된다.”
“여기 있는 모두가 곧 의사당으로 평화적이고 애국적으로 행진해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려 한다는 걸 안다.”
“우리는 의사당까지 걸어갈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고 시위대가 행진을 시작하자 정작 자신은 합류하지 않았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라고 하고 2025년 1월 5일 현재까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누구와 비슷하다. 형제인가?)
국회의사당으로 행진한 시위대는 난폭해졌다. 이들은 의회 경찰대와 기자들을 위협하고, 국회의사당 앞에 교수대를 세우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외쳤다. 상원의장을 겸하고 있는 펜스 부통령이 시위대가 요구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인정 거부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펜스 부통령 등 의원들을 인질로 붙잡기 위해 급기야 국회에 난입했다.
정말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민주주의가 강력한 ‘빅 엿’을 크게 먹었는데, 이 난동으로 5명이 죽고 경찰 등 수십 명이 다쳤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이 탄핵안 토론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 그는 물러나야 한다. 이 나라의 명백한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탄핵을 촉구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트럼프도 그런 폭동으로 당선자를 바꿀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곱게 주고 싶지 않은 몽니였을 텐데, 트럼프와 달리 고어는 정말 억울했을 것 같다. 주 법이 재검표인데, 연방대법원 때문에 사실상 그걸 못 하게 됐으니까. 더군다나 정해진 기간 안에 나온 결과만 반영하겠다니 누가 승복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일까지 재 검표된 표로만 당락을 결정하고 그 뒤에 개표된 것은 반영하지 않는다’인데 사실 이게 말이 되나? 우리나라에서 만약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 국회나 광화문은 촛불이 아니라 불바다가 됐을 거다. 고어가 트럼프처럼 폭동 사주나 윤 모 조선의 사랑꾼처럼 계엄을 선포할 리는 없겠지만, 승복하지 않고 다른 방법(합법적이라는 전제 아래)을 동원한다고 해서 그를 탓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의 선택은 달랐다. <③편으로 계속>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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