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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전통문화 반딧불이 <3> 판소리가 트로트로 되어가는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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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1월07일 17시04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08일 10시49분

작성자

  • 김용호
  • 전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한국학 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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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이자 트랜드 연구자, 컨설턴트, 작가, 유튜버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랜드 코리아 2025』란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현 시대를 논하고 트랜드를 예측했다.  

 

“똑같은 것은 싫다. 개성이 드러나는 나만의 소비를 추구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상품은 없다’는 명제를 교리처럼 따르는 신인류가 나타났다. 손댈 데 없는 완벽한 상품은 재미없고, 내 손길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미완의 상품이 좋다.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보다는 취향대로 조립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소비를 통해 ‘나 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통예술의 방향성에 무슨 트랜드가 필요하냐? 라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우리 전통예술은 이미 트랜드가 되어 있다. 전통음악은 더욱 그렇다. 자, 우리 국악에 대하여 논하여 보자. 국악 중에는 매우 느린 음악이 많다. 세종이 만든 <여민락>이란 곡도 그렇고 전통 민요인 <육자배기>도 그렇다. 그 빠르기가 일상적인 감각을 초월하여 보통사람들이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느리다. 그것은 트랜드이기 전에 민족의 수난에 따른 ‘한(恨)’의 역사로 시대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극복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절대적 트랜드는 ‘느림의 미학(美學)’으로 해탈(解脫)과 자아의 승화(昇華​)를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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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전통예술은 본디 가진 자존감에 비해 지극히 위상이 떨어진 현실에 서 있다. 쏟는 예술가의 정성에 대비하여 결과는 매우 미미하다. 그것은 국가나 사회단체의 지원 부족, 전문가들의 근성 부족 등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전통음악이 현대와 대중화를 충분히 이뤄내지 못한 점과 경제적 여건, 부족한 인식 등 ‘배고프고 따분하고 느리다’라는 인식의 종속적 판단이 시대 고민을 충분히 풀지 못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방식의 국악 트랜드로 양식을 갖고 가야 할까? 본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악(樂), 가(歌), 무(舞) 일체의 종합 예술 형태를 많이 간직했으며 발달시켜 왔다. 즉, 춤과 노래와 기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술 양식이 주종을 이루어 왔으며 그러한 양식은 관객에게 충분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많은 전문 전통공연단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단체는 다양한 예술 양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악가무(樂歌舞) 즉, 음악(기악)과 춤, 노래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현재 많은 음악회의 대부분이 기악곡 중심의 연주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주단체의 사정은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작곡가들이 성악곡이나 춤을 포함한 종합예술형태 작품보다는 기악곡의 창작에 전념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창작되어온 국악작품의 성향을 살펴보면 쉽게 드러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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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국악 창작활동이 기악곡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전통예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제 우리에게는 기악작품보다는 성악, 춤을 함께한 종합예술형태의 작품이 더 필요한 시기에 도래했다. 가무악 여성국극이 시대의 트랜드로 자리 잡았던 과거처럼 지역의 각 국공립 국악연주 전문단체는 각자의 트랜드에 맞는 방향성을 고민하며 그에 따른 중장기적 계획을 갖추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이다. 기회가 주어져 개인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공연하러 간 적이 있다. 서양 클래식의 최고 교육기관으로 알려진 러시아 모스크바음악원(차이콥스키음악원)의 한 교수분께서 한국 전통음악 연주회를 보신 후 회식 장소에서 말씀하신 내용이 생각이 나 몇 자 적는다.

“너희 한국에는 전통음악 연주단체가 서양음악처럼 지휘봉을 흔들고 오케스트라 흉내를 내던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전통 안에 잠재된 예술 방식은 없나?”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수긍이 안 되었지만 이제 필자는 그 교수의 말을 이해한다. 물론 현 시대에서 국악 창작곡을 담당하는 단체의 지휘자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방법론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며 간절히 요구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성악곡은 기악곡에 대비해 그 의미 전달이 빠르고 깊다. 그렇기에 많은 민요와 판소리, 가곡 등 부르는 노래가 치지하는 전통예술의 범위는 넓고 컸다. 하지만 현 시대에 와서는 전통성악 전공자들이 전문 공연단체의 어려운 취업난, 경제적 난제로 대중적 인기와 보수가 좋은 트로트 가수의 꿈을 꾸는 이가 많아졌다. 그 결과 전통 맥을 잇는 이의 수는 줄고 대중음악으로 자신의 능력을 돌리고자 하는 안타까운 시대의 단면에 서 있다. 

 

이제 국공립 국악연주단체들이 시대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여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각 국악연주단체는 전통성악 단원을 보강하여 다양한 접목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판소리의 구수한 성음, 각 지역의 밝고 경쾌한 민요, 다양한 구성의 시조, 잡가 등 지역 특유의 성악곡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음악의 주역들이 종편 방송의 대중가요 가수로만 나와야 하는지 우리는 현실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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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가치의 판단 그리고 시대의 공감 트랜드는 수요자의 욕구에 많은 영향이 있지만, 수급자의 의지에도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전통을 이으며 그 속에 내재한 가치를 이으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바라보고 향해야 하는지 이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교의 『법화경』을 보면 ‘무가지보(無價之寶)’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석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내용은 친한 친구가 많이 취했을 때 옷 속에 귀한 보물을 넣어 두었으나 그 친구는 사실을 모른 채 계속 가난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예술적 충분한 역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통성악에 대한 가치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어떠한 환경에 종속되어 끌려만 간다면 판소리, 가곡, 민요 등 전통성악 전공자들의 순수한 존재와 가치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이제 우리의 보물을 찾아 드러내고 인정받아야 할 시대에 다시 도래했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전통예술가로서 역할이자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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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1월07일 17시04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08일 10시49분
  • 검색어 태그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악원 #국립창극단 #판소리 #가곡 #민요 #트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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