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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인들: 그 출구를 찾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2월31일 17시20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31일 16시49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남덕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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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인들이 없다면 평화로운 세상이 될 텐데~~~”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내 주변엔 많다. 그러나 이런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지금의 여의도 정치인들을 그들이 축성(築城)한 부패도시 “조커의 고담시”에서 추방할 방법이 현재의 정당, 정치자금 관련 법률 체계와 현행 미디어 서클의 행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24년 대한민국 국회예산은 7,000억 원 규모다.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300명의 국회의원이 매년 지원받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국회의원 1인당 9인의 보좌관이 제공된다. 국회의원 1인과 그에게 지원되는 보좌관들이 받는 봉급은 합해서 1년에 5억 원이 넘는다.여기에 각종수당도 추가로 지원된다.
오로지 쌈박질밖에 모르는 정당들이지만 그들의 정쟁(政爭)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는다. 한국의 정당들이 2024년에 정치자금을 얼마나 지원받았을까? 경상 운영비로 220억 원, 총선 보조비로 502억 원 수준의 정치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이 받은 것이다. 2024년 한 해만 그런 것도 아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0년간을 계산해 봐도 연평균 739억 원의 정당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정당 보조금을 주는 OECD 국가들 중 최상위 그룹에 해당하는 금액 규모다.

이들 정당이 거리에 내붙이는 무수한 현수막, 거리투쟁 당원 동원, 각종 여론조사, 다양한 홍보활동, 당 대표 활동비, 당 관련 각종 법률소송비, 각종 선거 시 후보 지원금 등이 모두 국민이 낸 세금에서 지급되는 것이란 사실을 되살려보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활동하면서 그 세금을 낸 국민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요즈음 우리 국민들은 그들의 권력 다툼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부동산 거래가 경색되고, 미 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등의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불안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2025년에 국민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 규모는 한층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고담시 조커”들이 활개 치는 정당, 그 “조커”들의 광대놀음이 회오리치는 정치판을 희망의 신세계로 바꿔줄 “배트맨”이 왜 한국엔 나타나지 않을까? 참으로 답답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정치자금, 즉 “돈”이다. 부패도시 고담시에서 조커를 대적했던 배트맨은 부유한 집안의 도련님이었다.

“썩어빠진 정치권의 물을 신선한 새 물로 갈아야 한다”는 구호를 우리는 오랫동안 들어왔다. 물론 각종 선거 때만 되면 “신선한 물”이라고 새로운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온다. 그러나 ‘썩은 물’들이 선택한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선택된 신선한 물은 그들을 선택한 썩은 물”에 곧 동화되고 만다. 그런 정치권의 퇴화(退化)현상을 우리는 되풀이 해서 경험해 왔다.

독자적인 능력으로 정치 입문을 하는, 국가공동체의 희망과 화합에 도움이 되는 정치 신인은 왜 찾기 어려울까?
어떤 사람들은 독자적인 정책이나 차별화된 비전 제시 능력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나는 그 의견엔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나 정치권을 출입하는 기자들이나, 정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들이 특정인의 정책을 분석하고 집중 보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정책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인지도를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심지어 대선 후보들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의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능력이 독립적인 신선한 물의 성공적 정치 입문의 선결 조건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는 그 조건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기 돈으로 정치하는 미국의 일론 머스크?. 한국의 검찰이나 국세청의 힘이 미국의 그 기관보다 현실적으로 더 강하다. 과거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선 실패로 겪었던 고초를 어떤 기업인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불법적인 정치자금 조달과 부패를 막는다는 명분하에 여러 제한을 두고 있다. 물론 추구하는 명분으로 보면 일리가 있는 제한들이다. 그러나 기부금 제한, 기부자 제한, 정치자금 출처 공개, 정치 활동 관련 제한 등은 실제 그 적용에 있어 기존 정치인보다는 새로운 정치 지망생들의 자금 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은 그동안 구축해 온 인맥이나 대중 인지도를 바탕으로 모금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요즈음 극단적인 언행을 통해서 정치 팬덤을 조성하여 거액의 후원금을 모은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치자금 조달 행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행태는 국가공동체를 분열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신인 정치 지망생들은 모금 네트워크가 취약하다. 정치 후원금은 여러 가지 활동으로 맺어진 인연에 의해서 조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신인 정치 지망생들은 이런 인연의 기반이 약하다. 
반면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은 이런 네트워크 조성에 매우 유리하다. 때문에 그들의 정계 진입은 상대적으로 쉽다. 과거 그들이 함께 했던 활동들은 그들이 추구한 어떤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가 그 가치 구현을 내걸고 정치 활동에 나서면 지원할 동기가 충분하다.

그러나 보편적인 일상생활을 해온 직장인이나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해온 사람들에겐 모금 네트워크 구성이 어렵다. 그들의 평소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은 집단적 사고보다는 독립적 개별 사고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 동료들은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추구해 왔고, 얻을 것이 확실하지 않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이들은 누군가가 자기 이익을 대변해 주는 무임승차(無賃乘車)를 더 즐기는 편이다.현재 한국의 정치권을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이 지배하게 된 뿌리는 일부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다른 시민의 “무임승차”의 결과이다. 

운동권이나 시민단체로부터 흘러들어온 “새 물”은 국가 공동체의 번영과 화합을 위한 “타협의 정치”보다는 그들이 평소에 해온 특정 집단별 고유 가치를 추구하는 “투쟁의 정치”에 익숙하다.
그렇다면 보통 시민들이나 전문성을 가진 정치 신인들이 정치권의 “썩은 물”을 대체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선 매우 힘들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들 스스로가 평화로운 웰빙을 추구할 뿐 아니라, 설령 그들이 국가 공동체를 위하여 나선다 해도 그들을 도와줄 개인도 조직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퇴행하여 감성적 선동과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있다. 그 와중에 경제력은 하향 국면에 진입하여 앞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증가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할 전망이다. 이런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절망을 느낀 기업인들과 국내 자본, 그리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해외로 탈출하거나 탈출하려 하고 있다. 참으로 걱정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다시 희망을 찾으려면 정치의 물갈이가 필수적이다. 물갈이 없이는 국민 세금으로 국민들을 괴롭히는 망나니짓을 잠재우기 어렵다. 기득권 위주의 정치권 규제들도 바꿔야 마땅하다. 

 동시에 그 물갈이가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과 보통 시민들 간에 균형을 이루며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매우 어렵다. 어찌해야 할까?
나는 주요 미디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시민 출신의  정치 신인을 발굴하고 널리 알려 모금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 생활 수준을 하향시키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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