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연합(新主流聯合)이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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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가에 의병장 곽재우가 세웠다는 누각이 있는데 이름이 망우정(忘憂亭)이다. 우연히 거기를 들렀던 십여 년 전,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하고 의아해 했다. 나중에야 우(憂)가 ‘나라 걱정’이라는 걸 깨닫고 나름 멋을 부린 이름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여러 의병장들 중에는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도 나라 걱정을 지나치게(?) 많이 하여 역적(逆賊)으로 몰려 죽은 분들도 있었다. ‘나라 걱정’이라 하여 언제나 좋고 필요하거나, 나라와 개인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 수 있다. 곽재우는 스스로를 경계하고 달랜 듯하다.
오늘을 사는 늙은 식자(識者)인 나도 역시 경계하고 달래면서 상투적인 ‘나라 걱정’을 하기보다는 작은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어떤 의견 내기를 주저한다. 존경하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님의 권유가 없었다면 입안에 웅얼거리고 말았을 이야기를 쓴다.
나 같이 우둔하기 짝이 없는 관찰자가 지난 7, 8년 간 보수 진영 인사들과 교유(交遊)하면서 느낀 바로는 경상도,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보수진영은 더 이상 이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는 상태까지 온 것 같다. 아마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때 이미 그런 지경에 왔던 것 같다. 마지막 상징 자산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파행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내면(內面)의 정신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보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이나 ‘부정선거론’과 같은 마약에 지난 몇 년 간 더 깊이 빠져들어 왔다. 나라를 이끌고 가는 데 필요한 포용력과 이해력, 도덕성, 지성이 쪼그라들고 현실을 부정하는 음모론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 눈에 기존 보수는 더 이상 나라를 이끌고 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의 진보에 나라를 맡길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진보진영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을 벗어나서 친중·친북의 위험한 길로 들어선 지 오래다. 마약과 불법 도박과 매춘에 우리 청소년들이 병들고 있는 배후에는 친중·친북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리나라 진보에게는 정화(淨化)를 위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가 불안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테네 민주주의가 타락한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선동정치와 포퓰리즘이 나라를 흔들면서, 극우 파시즘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 또 지금의 시대 상황 역시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신주류연합을 형성하여 나라를 안정시킬 중심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신주류연합은 우리의 한국호(韓國號)가 삼각파도가 밀려오는 이 해역(海域)을 벗어나면 해체가 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양대 진영의 일부도 신주류연합에 합류하여야 한다.
신주류연합은 기존 보수 중에서 일부와 기존 진보 중에서 일부, 그리고 새로운 세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세력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세력이 어디에 숨어 있는가? 과연 숨어 있는 그들을 찾아내면 곧장 친구로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의 태도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먼저 하나의 명확한 사실부터 보자. 1961년부터 1996년까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긴 세월이 있었다. 그 기간은 무려 36년이고, 공교롭게도 일제 식민 통치와 같은 세월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피해의식의 뿌리는 깊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고 부추기면서, 이를 핑계로 친중·친북으로 경로를 이탈해가는 현재의 민주당에 반대하는 호남인들이 있다. 이른바 중도(中道)라 불리는 사람들의 다수를 이룬다. 이들을 신주류연합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두 번째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한국 사회의 특징이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진 세 세대(世代)가, 아니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후진국 사람과 중진국 사람과 선진국 사람이 섞여 살고 있다. 이 세 세대 간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나라가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45세부터 65세에 해당하는 세대는 가장 숫자도 많고 또 지금 사회 모든 분야에서 중견(中堅)으로 요직(要職)을 차지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전대협 세대’와 ‘한총련 세대’라고 불리는 만큼 독특한 문화와 의식, 세계관∙역사관을 가진 세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오랜 학생운동, 시민운동으로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서로 뭉쳐 있고 과잉 정치화되어 있다.
이들 중년들, ‘철딱서니 없는 삼촌들과 이상한 이모들’에 비판적인 청년 세대가 있다. 특히 남성 청년들이 있다. 이들을 신주류연합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세 번째로 큰 한국 사회의 문제로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가 있다. 이른바 상위 10% 내지 20%의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과 나머지 80%의 격차가 매우 크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나라의 정책으로 격차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이 오히려 대기업 정규직과 공기업, 공무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그 격차가 벌어지는 방향으로 힘을 쓰고 있다.
이런 노동운동을 비판하면서 하층노동을 대변하고자 애쓰는 노동운동가들이 있다. 이들을 신주류연합의 한 흐름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들이 주장하는 정책에 동의할 수 있는가?
이런 세 가지 질문에 진지하게 긍정적으로 답한다면, 신주류연합은 든든한 사회적 기반 위에 선 정치연합으로서 형성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몰려오는 삼각파도 속에서도 한국호를 안전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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