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21> 앨 고어의 담화문(談話文), 윤석열의 담화문(痰火文) 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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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
담화문(談話文) :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한 견해나 태도를 밝히기 위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담화문(痰火文) :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국민을 화나게 하고 복장을 뒤집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표하는 글. 단군 이래 처음으로 2024년 12월 7, 14일 두 번 등장했다. <신조어>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가 나와봐야 당선 결과를 알겠군요. 너무 야박하게 말한다고 생각지 마세요.” (앨 고어)
“지금 조금 전에 축하 전화로 밝혔던 ‘패배 인정’을 철회한다는 겁니까?” (부시)
“이건 분명히 해둡시다. 당신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이 이번 선거에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세요.” (앨 고어)
<2000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당선 축하를 취소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부시 후보의 전화 통화 중>
너무 오래돼서 잊은 사람이 많겠지만, 2000년 11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붙은 미 대선 개표는 혼돈의 연속이었다. 선거인단 538명 중 270명을 확보해야 당선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선거 다음 날까지 개표 결과는 246(부시) 대 260(고어). 오리건주(선거인단 7명)와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5명)가 마지막으로 접전 중이었는데, 플로리다주 결과로 당선자가 정해지게 됐다.
출구 조사와 달리 플로리다주 개표 시작 후 부시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혼란은 시작됐다. CNN 등 언론은 성급히 부시가 플로리다주 승리로 271명을 확보해 당선됐다고 보도했고(결국 오보가 됐다), 이 보도를 본 앨 고어는 부시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다. 문제는 부재자 투표를 제외한 개표 결과 두 후보의 차이가 1784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 플로리다주 법은 두 후보 간 득표 차가 유효표의 0.5% 미만일 경우 재검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플로리다주가 재검표에 들어간다고 밝히자, 고어는 부시에게 다시 전화해 당선 축하 인사를 취소했다. 불과 30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주 내 67개 선거구에서 재검표가 시작되자 플로리다주는 물론이고 미 전역이 혼돈에 빠졌다. 팜비치와 볼루시아 등 선거구에서는 부정 투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재검표 사무실에는 정장을 입은 공화당 측 사람들이 몰려가 재검표를 강제로 중단시켰다.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파장은 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뉴멕시코주, 위스콘신주, 아이오와주 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였다. 이런 속에서 재검표가 진행됐는데, 한때 부시와 고어의 표차가 1784표에서 327표까지 줄기도 했다.
재검표 파동은 플로리다주 법원과 연방대법원까지 동원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미국 언론은 후보들이 결과에 승복하고,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가지 말 것을 촉구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몇백 표 차이 승부에서 누군들 쉽게 승복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재검표를 막는 난동까지 벌어졌다면 말이다.
민주당은 기표 혼란을 부른 투표용지로 논란이 빚어진 팜비치 카운티 등의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했고, 공화당은 수작업 재검표 금지 가처분 소송으로 대응했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주지사가 부시 후보의 동생 젭 부시였고, 주 국무장관도 공화당 소속이었다)은 법정 개표 보고 마감 시한 이후 접수되는 개표 보고는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마감 시한을 연기하고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하도록 판결했다.
그러자 부시 측은 연방대법원에 호소했고, 연방대법원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개표 마감 보고 시한을 연장한 것은 근거가 없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요구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의 무효표 1만3000여 표에 대한 재검표 요구도 기각됐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플로리다주 내 큰 선거구 중 하나고, 부시가 근소한 차이로 앞선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1만여 표가 넘는 무효표에 대한 재검표 중단은 고어에게 큰 타격이었다. 고어가 한국의 어떤 지도자처럼 군대를 동원할 리야 없겠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했다. 아니, 안 하는 게 더 이상할 일이 아닐까? 그런데….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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