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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의미와 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6월05일 09시35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05일 09시29분

작성자

  • 이태환
  •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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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5월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코로나와 한일 갈등, 미중 갈등으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가 어렵게 복원되었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회의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따라서 회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회의 자체가 정상화된 것에 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적 교류와 경제, 문화교류 협력 중심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한반도 비핵화, 정찰위성 발사 통고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이슈에는 별다른 합의 없이 각국 입장 표명만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중 회의 정상화가 중요한 것은 경제와 문화교류 협력 외에도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 형성 추세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3국간 소통 채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국내외 정세변화와 관계 없이 3자 회의가 지속될 것인가이다. 정례화 합의로 모멘텀이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모멘텀이 유지되기 위해서 어떠한 조건과 노력이 필요한가. 
3국의 이해관계는 복잡하지만, 무엇보다 미중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의 관점에서 3국 정상회의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의 입장과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중국은 전략적인 관점에서 3국 간 경제와 안보 협력을 통해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을 약화하기를 원한다. 이는 글로벌 타임스(환구시보 영문판)지 사설에도 잘 나타나 있다. 3국 정상회담 재개에 한국과 일본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 그동안 지나치게 친미적 입장 때문에 소원해진 대중 관계를 재정비하기 위해 전략적인 조정을 한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다. 미국의 진영 논리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전략대화를 통해 3국 간 소통을 원활히 하여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3국 협력의 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장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미 뉴욕타임스지도 중국이 3국 정상회의에 참가한 것은 미국과의 경쟁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불안정한 국제정세하에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중국은 국제 통상 질서 조정의 관점에서 미중간 갈등과 충돌보다 안정적인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과 한일중 정상회의 재개를 지난해부터 논의해왔으나 개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2023년 11월 미중 정상회의에서 미중간 외교·안보 대화 채널복원을 합의하고 지난 4월 군사 대화 채널 복원이 실행된 이후에 재개된 것도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셋째, 한중일 3국 간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반도체 산업 협력을 특정해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반도체 분야 공급망에의 기여를 예로 든 것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압박 정책에 대한 외교적 대응의 일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실현을 목표로 3국 간 협상을 가속하는 것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입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넷째,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도발에 관한 안보 문제를 공동선언에 합의로 하지 않은 것은 밀착되는 북러관계와 북한을 의식해 3자 회의 채널보다 미중 간 안보 대화 채널을 통해 혹은 비공개로 논의하려는 입장일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은 한일중 교류 협력을 통해 3국 간 소통 채널 확대와 신뢰 회복을 추구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수준으로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독립성을 갖추어 나가기를 원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과 전략을 고려할 때 한일중 회의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향후 많은 도전과 과제가 있지만 모멘텀이 마련된 기회를 살려 지속되려면 우선 다음과 같은 3자 및 양자 간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 전략이 논의되어야 한다. 전략뿐 아니라 사안별 세부 정책에 대한 양자 및 3자 간 논의 채널이 중층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일, 한일중 채널같이 소다자 협력 채널이 다양한 것이 바람직하다.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중국에 한일중 협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수사적 표현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조율을 통해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도 한일중 협력이 한미일 협력과 배치되지 않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정책 조율에 있어 양자 간 소통 채널의 확대로 3자 간 협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점에서 한중 양국 간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 채널 신설이 의미 있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거 국장급 외교·안보 대화 채널이 시도되었음에도 왜 지속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검토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선언에 포함된 3국 협력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3국 협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려면 수립된 정부 정책을 대변하는 기관별 회의 못지않게 의제별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한 정책 아이디어 교류의 장이 먼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fsPOST>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포커스 2024.6.4.]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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