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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5% 전후’ 경제 성장 목표는 구체적 계획이 없어 회의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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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3월07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07일 19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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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全人代​’, 중국의 국회) 2차 회의가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7일 간 일정으로 개막됐다. 또 다른 정치 집회인 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 전국위원회도 같이 열려, 중국에는 지금 가장 중요한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인대​’는 2024년 경제 성장 목표를 설정한다. 최근 국가통계국(NBS)은 2023년 경제성장률을 5.2%로 발표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공표했으나, 외부 관측자들은 Covid-19로 인해 이례적으로 저조했던 2022년 경제 실적에서 반등한 기저(基底)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인대​’ 첫 날 리창(李强) 총리는 「활동보고」에서 2024년 실질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전후’로 유지할 것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공표된 IMF의 2024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연 4.6%보다 높다. 극심한 부동산 침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 및 기업의 불안도 커서 목표 달성에 장애 요인들은 산적해 있다. 이런 난관을 감안하면, 과연 어떤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이런 엄중한 국면을 돌파할 것인가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 정권 지도부는 작년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적극적 재정 출동’을 강화할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14기 전인대​ 2차 회의가 2956명 대의원 중 2872명이 출석해 법정 참석인 수에 부합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개막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리 총리는 2023년도 업무 회고, 2024년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총체적 요구 및 정책 방향, 2024년 정부 업무 수행 임무 등 3 가지 방면에 대해 보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상(異常)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어려운 중책인 개혁 발전 안정 업무에서 중대한 승리를 얻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했다. 동 대회는 일정에 따라 2023년 국무원 ‘국민경제사회발전계획’ 집행 정황 및 2024년 계획 초안을 심의하고, 2023년 예산 집행 정황 및 2024년 예산안을 보고받고 심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Financial Times는 리 총리가 ‘고무 도장(rubber stamp)’ 격인 전인대​에서 행한 ‘활동보고’에서 대체로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제시된 각 분야 목표 및 정책 대안들은 종전의 시장 기대와 일치하고, 경제성장률 목표는 근년 들어 계속 하락 추세에 있으나, 이는 ‘부채 의존형’ 성장 패턴을 탈바꿈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 수요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당면 과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참고; 중국 ‘전인대​’는 중국의 입법기구로 헌법이 정한 국가 최고권력기구이나,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이 정한 방침을 추인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매년 3월 전국 각 성(省), 직할시, 군(軍) 단위 대표들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여 향후 1년 간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정책 운영 방침을 심의하고, 국방비를 포함한 예산안을 승인한다. 회의 모두에 국무원 총리가 활동보고를 낭독하고, 경제 성장 목표 및 주요 정책을 발표해, 중국 경제 및 외교 전망을 엿볼 수 있어 내외의 관심이 높다. 통상 10일 정도 열리나, 2020년부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1주일 정도로 단축됐다. 한편, ‘정협(政協)’은 국정 자문기구로, 국무원이 수행할 다양한 국정 분야에 의견을 제시한다. 

 

■ “리 총리 「활동보고」 요지; 최우선 과제는 ‘산업 시스템의 현대화’”  

 

이번 ‘전인대​’에서 리 총리는 취임 후 첫 활동보고에서 아직도 높은 청년 실업률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고, 금년 중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미증유의 1,2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고용 목표에 대해서도 역시 구체적인 실행 플랜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개인소비 촉진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계의 자동차, 가전제품 등 대형 구매 품목의 수요를 촉진할 지원 방침도 밝혔다. 중국은 지금 내수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출동이 요구되는 상황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리 총리는 정부 관료들을 향해 향후 정부의 최우선 정책 방향으로, 시 주석이 주창하는 ‘첨단기술’ 분야를 지칭하는 ‘새로운 생산 동력’ 창출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향후 산업 시스템 현대화에 중점을 둘 것을 시사한다. 한편, 향후 이미 취약해진 국내 수요 분야보다는 공급 부문의 확대에 중점을 둘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 방향에서는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한 디플레이션 및 국제 통상 측면의 긴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1조위안 규모의 초(超)장기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는 계획도 공표했다. 이런 초장기 물 국채 발행은 2025년에도 계속되고 국가 핵심 프로젝트 혹은 국가 안보 관련 분야에 집중해서 투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방 정부가 발행하는 인프라 관련 채권 발행 한도도 증액할 방침이다. 리 총리는 이를 통해 시진핑 정권 하에서 높은 질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데 매진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이렇게, 재정 확대를 통해 수요 부족을 보강할 방침이나. 재정 투하 정책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인프라 관련 분야에 의존하는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재정 지출 소요에 충당할 국채 발행을 감안한 재정 적자는 2023년과 같은 GDP의 3% 수준을 유지할 것을 제시했다. 이는 해외에서 점증하는 국가 채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서 재정 확대를 자제하는 것이어서 해외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국가발전연구소 황셔우홍(黃守宏) 소장은 “이번 예산은 잠재적 리스크 대응 여유를 가진 것” 이라고 설명했다. HSBC Holdings PLC. Jing Liu 중국 전문가는 “실제로, 제시된 예산보다 늘려 집행할 가능성이 크나, 고질적인 주택 부문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부동산 부문의 장기 침체를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이나, 이번 활동보고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발본 대응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중국은 지금 주택 수요가 침체돼 관련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고,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국채 발행을 통해 특별기금을 만들어 예약된 물건의 완공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반적으로, 리 총리의 활동보고는 신뢰 회복 및 강력한 경기 대책을 기대하는 국내외 여망에 부응하는 뚜렷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자세는, 중국 지도부가 ‘완만하나 지속가능한’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시 정권은 국민들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이슈에는 언급을 회피해 사회 안정을 우선하는 자세도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 개혁을 지체하면 앞으로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모순적 상황이 심화될 수도 있다.

 

* 참고; 리 총리의 정부 활동보고의 분야별 정책 방향 (Nikkei 참조) 91fef5ddf10c06c1209f4f5ef1889032_1709798

 

■ “개인소비 촉진 및 신뢰 회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  

 

Bloomberg 통신은, 리 총리가 ‘5% 전후’라는 의욕적인 경제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히고 있으나, 외부 전문가들은 리 총리의 발표에는 현재 중국이 처한 엄중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할 상세한 계획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초 미국과 통상 분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경제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정부는 ‘모든 분야에서(on all fronts)’ 분발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고는 부동산 위기 등을 돌파할 구체적인 플랜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Natixis SA의 Alicia Garcia Herrero 아시아 태평양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 공표한 경제 성장 목표는 계획이 없는 것” 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현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금처럼 임금이 하락하고,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권은 이대로 민간 부문 활동이 반등하고 신뢰가 회복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나, 지난 십 수년 간 중국 경제는 계속 둔화해 왔다. 

 

특히, 중국 경제가 최근 2년 동안 불과 4% 성장에 그치고 있는 것은 바로 시 정권이 경제 상황을 기술 자립 및 국가 안보와 동열로 놓으려는 노선을 택한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시 정권이 부동산 시장을 더 이상 경기 촉진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고, 지방 정부의 부채를 통제하는 방침으로 일관하자 종전부터 시행해 온 경기 촉진 수단은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칭화대(淸華大) 리다오귀이(李稻葵) 경제학 교수는 2024년 경제 성장 목표는 2023년의 높은 실적에 비하면 ‘상당히 의욕적인(pretty aggressive)’ 것이라고 평가한다. 리 교수는 “이번 전인대​에서 보고한 경제 운용 계획에 포함된 낡은 도시 지역 개선 프로젝트 등은 국내 수요를 진작할 것이기는 하나, 개인소비를 촉진할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리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 부문 장기 침체, 국내 수요 부진, 과잉공급, 1990년대 이후 최장 기간 디플레이션 지속 및 미국과의 지정학적 대치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경제 재건을 향한 강한 자세를 보여주지는 못해 왔다. 정부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것으로 알려지는 부동산 부문 문제만 해도, 시 정권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개발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대체로 은행 시스템에 맡겨놓다 시피하고, 적극적인 재정 지원은 극력 꺼려오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이번 정치 집회에서 결코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방책을 도출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동 통신은 리 총리는 종전에 ‘부채 의존형’ 성장 패턴을 깨트리려고 노력 중인 가운데, 경기 확장을 위해 대규모 경기 촉진 수단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 온 점을 지적했다. 

 

■ “심각한 경제 부진 속에 국방비 7.2% 증액, 軍 확장 노선을 유지”  

 

리 총리가 이번 전인대​에 보고한 2024년도 예산안(중앙정부 분)에는, 지금 중국 경제가 겪고 있는 유례없이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국방비 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액한 1조6,655억위안으로 편성됐다. 이로써, 국방비 예산 증가율은 3년 연속 7%를 상회해서, 군비 확대를 우선하는 자세를 선명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오는 2027년을 “건군 100년 분투 목표”로 정립하고, 사실상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대만 무력 통일’도 시야에 두고 이를 위한 군비 확충에 진력하고 있다. 미국과 핵 탄두 및 미사일 전력(戰力) 차이를 축소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미 본토를 사정으로 둔 ICBM 개발에도 주력하는 한편, 정찰 및 공격용 무인기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결국, 무기 품질이 요구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 주석이 주창하는 “세계 일류 군대 건설’ 목표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리 총리는 “병력 훈련과 전비(戰備)를 전면 강화하고, 국가 주권 · 안전 · 발전이라는 이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을 표명했다. 이는 주로 대만 통일을 위해 군비를 증강하는 한편, 미군의 대만 해협 접근을 견제할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 국방부가 발행한 중국 군사력 관련 보고서는 중국이 핵 탄두를 증가(22년 400발 → 23년 500발)시키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35년까지는 보유 핵 탄두가 1500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보유한 3,000발에 대항하려는 의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통일을 위한 해병 상륙 침공을 상정하고 상륙용 함정이나 헬기를 적재한 강습 상륙함도 추가로 건조하는 중이다.  

 

2024년 전인대​ 러우친젠(婁勤倹)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국방비 증가 페이스에 대해 ‘합리적 수준’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 해협 및 남중국해에서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GDP 및 국가 재정지출에서 점하는 비율이 작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의 국방비 규모는 과거 10년 동안 2배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0년 전에 비해 하락하고 있기는 해도, 여전히 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무기 개발 비용 및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위한 지출은 계상하지 않은 것이어서, 국방 관련 총지출은 이보다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 “시진핑 중심 체제의 완성, 天安門 사건 이전 ‘密室’ 제도로 회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30년 간 지켜온 관례인 全人代 종료 직후 열리는 국무원 총리 기자회견을 돌연 폐지한 것이다. 이 국무원 총리의 기자회견은 국민들이 정권의 최고지도자와 경제 정책 결정과 관련해서 의사 소통할 수 있는 아주 희귀한 기회가 돼 왔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리 기자회견 폐지 결정은 이번 대회 최대의 화제가 될 것이다. 

 

2024년 전인대​러(婁) 대변인은 “올해 총리 기자회견은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향후에도 없을 것’ 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총리 기자회견을 폐지한 결정의 배경은 시 주석이 당과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개입해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무원 총리는 당의 지도 하에 정부 정책을 결정해 왔다. 즉, 국가 정상은 당 총서기이나 총리가 정책 결정 권한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런 체제는 당과 정부 간의 오랜 권력 투쟁의 산물이다. 1949년 마오(毛) 주석의 新 중국 건국 이래, 권력이 행정부 및 총리로 이전되기 시작한 것에 불만을 품고 ‘당정 불가분’이라는 조직 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 결정권은 党으로 이전됐다. 그 결과, 대약진운동’이 펼쳐졌고 그 결과 수많은 국민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마오(毛) 주석 사후 등장한 덩샤오핑(鄧小平) 지도자는 이런 폐단을 절감하고, 한 사람의 지식과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제도를 폐지하고 ‘당정 분리’ 체제를 확립했다. 지금 시 주석은 이 권력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당 중앙에 위원회 조직을 만들어 외교 실무, 재경, 금융,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의 정책 결정을 당 중앙으로 일원화했다. 따라서, 정부는 당에서 정한 정책의 집행기관으로 전락했고, 공무원 인사권도 온전히 당으로 이관됐다.

 

이렇게, 지금 국무원 총리 역할은 행정부 사령관이 아니라 당의 논의를 준비하는 보좌역이 되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불투명해서 시 주석 일극(一極)으로 권한이 집중돼 있고 의사소통은 용이하지 않은 상황으로 변했다. 중국 내부의 한 관측자는 “이런 권력 집중 체제 하에서, 말하자면 시 주석 비서실의 사무원에 불과한 리 총리가 국내외 미디어를 상대로 화려한 장에 등장해서 정책을 설명하는 장면은 어울리지 않는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온 지금, 과거의 관례는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결과적으로, 종전에 총리가 관할하던 경제 운영도 이제는 시 주석 스스로 결단, 결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 “이번 대회 핵심 키워드는 ‘안전’, 美 中 대립 장기화에 대비한 것”  

 

한편, 리 총리의 이번 활동보고에는 정치 체제 안정과 경제 성장에 기반한 국가 안전을 중시하고 사회불안을 봉쇄할 것을 서두르는 자세가 뚜렷하다. 미국과 사이에 통상 및 지정학적 대립이 장기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공급망의 정비 및 확충에 주력하는 반면, 경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책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활동보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안전’이다. 과거 12년 동안 활동보고에서 언급된 키워드로는 이번에 빈도가 가장 높다. 이와 함께, ‘리스크’ 단어도 자주 등장했다. 배경은, 지금 중국 사회에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1년 이상 경과했으나, 경제 회복은 아직 멀다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일상 생활에 안전을 저해하는 위협 요인의 싹을 제때 자르지 못하면 이에 따른 국민들 비판은 시 정권으로 집중될 것이다. 

 

한편, 리 총리는 2024년 최우선 과제로, 독자적 공급망 구축을 들고, 이를 위해 산업 시스템 현대화를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유럽 등 동맹국들과 연대해서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인 분야로는 자동운전 기술을 탑재한 전기자동차 등, 신 에너지 자동차를 들었다. 중국은 이미 EV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을 점하는 대국이 됐으나, 반도체 등 관련 소재, 제조 장비는 해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서, 주요 부품 및 소재를 포함한 산업을 내재화(內在化)할 것을 서두르는 것이다. 

 

재정 출동과 관련해서도 미국 및 유럽 등 서방국 시장과의 연계를 벗어나 중국 독자적인 공급망의 구축을 시야에 두고 ‘경제적 안전보장’을 중시하는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4년부터 앞으로 수년 동안 초(超)장기 만기의 특별 국채를 발행해서, 이를 통해 조달된 재정 자금의 사용 목적을 “국가 중요 전략의 실행과 국가 발전의 핵심 분야에 대한 안전 보장 능력의 정비에 충당한다” 고 명기하고 있다. 

 

과학 기술 및 교육 진흥에 의한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전략(‘과학기술진흥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립이 장기화하는 것을 의식한 내용으로 보인다. 외자 유치와 관련해서도 전향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자세로 보인다. 제조업 등에 외국자본 참여 규제 철폐를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외국자본의 불안을 불식할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리 총리가 제시한 정책들은 경제, 사회 현상에 대한 기본 인식 및 향후 집행 방향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5% 전후’ 성장 목표는 당면한 부동산 부문 침체 및 근년의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목표 달성 과정에 험난한 장애 요인들이 허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가장 고질 부문인 부동산 부문의 ‘수요 침체’ 및 ‘기업 투자 부진’ 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한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총체적으로, 리 총리의 이번 활동보고는 종전 내용을 답습한 색채가 짙다. 특히, 국방 정책도 종전에 시진핑 지도부가 내놓은 정책들과 별반 다른 내용이 없어 참신성도 떨어진다. 이런 배경은, 전임 리커창(李克强) 시대와 달리, ‘全人代’ 역할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종전에는 전인대​가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어 새로운 정책을 도출해 내는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시 주석의 방침을 대외에 공표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를 보면, 향후 중국 지도부가 보여줄 정책 실행 체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한 마디로, 중국공산당의 정부에 대한 지도(개입)가 더욱 엄격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은 쉽게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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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3월07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07일 19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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