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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국가의 부상: 지정학 시대 중견국 전략의 모색을 위한 개념적 기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1월30일 15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1월30일 11시07분

작성자

  • 김상배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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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글은 ‘플랫폼(Platform)’의 개념을 원용해 최근 변화한 세계정치의 양상을 파악하고,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중견국(Middle Power) 전략을 가늠하는 이론적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한국의 중견국 전략은 지구화 시대의 협력적 환경을 전제로 하고 그 안에서 ‘틈새’와 ‘연대’를 모색하는 일종의 ‘네트워크(Network)’ 프레임을 바탕으로 했다. 그런데 최근의 변화를 네트워크로만 보기에는 좀 더 갈등적이고 내향적인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드러낸다. 신냉전까지도 거론케 한 변화의 양상을 살펴보면 네트워크와 비교했을 때 자신이 속한 진영 내로 좀 더 응집되고 진영 밖에 대한 개방성과 호환성이 문제시되는 플랫폼 경쟁의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플랫폼 프레임으로 본 오늘날 세계정치는 권력게임의 성격이나 이를 수행하는 국가 행위자의 성격 등에 있어서 지정학적 경쟁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 글은 이러한 양상을 ‘플랫폼 권력’과 ‘플랫폼 국가’ 및 ‘플랫폼 지정학’의 부상으로 개념화해서 파악했다(김상배, 2023).

 

플랫폼 권력의 부상

 

디지털 경제의 핵심으로 플랫폼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경제는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글로벌 활동 중 1/3이 플랫폼에 의해 직접 중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볼 때, 거대 플랫폼은 미국과 중국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는데, 최근 미·중 기업들이 벌이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초기의 미·중경쟁은 중국 시장에서 이뤄졌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미·중경쟁의 장이 글로벌시장으로 퍼져나갈 것이라 전망된다. 여태까지는‘GAFAM’이라 불리는 구글(G), 아마존(A), 메타/페이스북(F), 애플(A), 마이크로소프트(M)와같은 미국 기업들이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해 왔다. 최근에는 BAT로 알려진 중국의바이두(B)(또는 바이트댄스), 알리바바(A), 텐센트(T)와 같은, 이른바 ‘차이나 플랫폼’의 약진이 괄목할만하다(김상배, 2022).

 

디지털 플랫폼은 상호작용의 규칙을 설계함으로써 새로운 성격의 권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플랫폼 권력은 플랫폼 사용자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그 플랫폼이 지닌 가치가 더 커지는,소위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 형태를 특징짓는 권력의 집중과 활동의 지리적 분산은 플랫폼 권력이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탈영토적 방식으로 행사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나 중국의 선전에 소재한 민간 기업들에의해 취해진 특정 키워드의 검열이나 특정 사용자 그룹의 금지 결정은 지구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렇듯 기존의 영토 기반 권력은 점점 더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운영관행에 의해서 침식된다. 각국의 플랫폼 시장은 점점 더 광대역으로 작동하는 미·중의 거대 플랫폼에 흡수되고 지배된다. 이와 같은 권력의 행사는 미국과 중국이 장악한 해외 거대 플랫폼과 각국 정부들 간의 마찰로 나타나기도 한다(Rolf and Schindler, 2022, p.6).

 

이들 플랫폼은 점점 더 탈영토적 디지털 인프라를 통제하기 위한 강대국 간 지정학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토 경쟁을 벌인 이전의 강대국 경쟁과 달리,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탈영토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다. 경쟁은 주로 디지털 인프라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군사적 영역에서 진행되지만, 이 과정에서 출현하는 각국의 사회경제적 이권 경쟁은 지정학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중은 누가 플랫폼 경제로부터 경제적 가치를 추출할 수 있는지, 누가 방대한 사회공학적 시스템을 통해 법과 규범을 제정하고 이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누가 디지털 데이터와 인프라에 대한 통제 또는 접근에서 파생되는 전략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를 놓고 경쟁한다. 종합해보면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만은 아니다. 미·중 양국의 국가 행위자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할 뿐만 아니라 그 규제의 논리 자체가 순수한 경제 논리가 아닌 지정학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Rolf and Schindler, 2022, p.6).

 

이에 더해 양국 정부는 지정학적 견제를 목표로 상대국의 플랫폼 기업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자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의 육성을 위해 미국의 플랫폼 기업을 체계적으로 배제했다. 정부의 비호 아래 많은 수의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독과점을 보장 받으며 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도 중국 플랫폼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 지정학의 프레임이 씌워진 대표적 사례로는 ‘화웨이 사태’가 있다.

 

최근 중국계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을 둘러싼 논란도 미·중 지정학적 갈등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은 매우 짧은 분량, 언어에 대한 낮은 의존성, 우수한 자동 번역 및 콘텐츠 추천 기능 등으로 인해 Z세대 취향을 타격하며 크고 열정적인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형성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최근 데이터 안보와 플랫폼의 윤리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강한 비판과 견제를 가하고 있다(Gra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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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국가의 부상

 

영토 공간을 넘나들며 작동하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권력은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관련 데이터들을 계속 축적해 나가면서 지배의 메커니즘을 강화해 간다. 최근 제기된 가장 큰 논란거리는 이러한 거대 플랫폼 권력의 독과점화 가능성이다. 플랫폼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갑질을 하고, 검색 및 추천 서비스를 불투명하게 운영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거대 플랫폼의 각종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해 주요국의 정부들은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 국가권력을 능가하는 플랫폼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규제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밖의 주요국에서도 초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개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플랫폼 대기업들은 국가와 충돌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이미 일국 단위를 넘어서 국제적 문제로 진화 중이며, 독과점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주로 경제·경영학 분야의 기존 연구는, 이상에서 설명한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론에서 상정하는 바와 같이, 규제정책을 집행하는 국가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관계를 상호대척적인 것으로 설정한다. 그러나 국내적 차원에서 규제정책을 둘러싼 국가-기업 갈등의 구도를 설정하는 시각은 규제 국가와 플랫폼 기업 간에 형성되는 이해관계의 중대한 결합양상을 놓치고 있다. 최근 국가의 경제적 역할은 시장을 규제하고 선도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부터 생산자와 자본가로서 국가가 시장에 직접 참가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가는 경제난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대응해 경제 공간을 적극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강한국가’의 귀환은 성장과 발전을 창출했던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한 외생적 충격,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등과 결합해서 이뤄지고 있는데, 국가가 ‘실패기업’을 구제하고 수요를 부양하며 확장적 통화정책을 채택하는 행보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역할 확대와 디지털 플랫폼이 결합하는 현상은, 최근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 SPC)’의 부상으로 개념화되고 있다(서르닉, 2020; Alami et al, 2022; Rolf and Schindler, 2022). 디지털 플랫폼은 표면적으로 민간기업을 통해 행사되는 탈영토적 권력 투사의 새로운 장을 구성한다. 그러나 초국적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들임에도 자국 국가기관 및 제도에 기대 활동하면서 기업과 국가가 서로 긴밀하게 의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정치경제적 목적을 위해 플랫폼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가의 명령이 점점 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도 수익 창출의 인센티브를 확보하고 징벌적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점점 더 국가에 순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는 주요 인프라와 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구조적인 권력을 발휘하게 된다.

 

최근 가속화되는 미·중 패권경쟁은 이러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지정학적 맥락에서 대외적으로 투사되는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관념은 새로운 경쟁양식의 출현을 의미하는데, 경제적 혼란과 가속화되는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해 국가가 디지털 경제에 직접 개입해 상호 결합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국가는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통제를 행사하고 국가이익에 점점 더 구조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다양한 전략을 추구해 왔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지정학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도구적으로 동원하는 한편, 플랫폼 기업들은 해외에서의 지원과 국내에서의 데이터 및 시장에 대한 특권적 접근을 대가로 점점 더 국가의 조치에 기꺼이 응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기업 복합체’로서 ‘플랫폼 국가’가 미국과 중국에서 출현하는 양상은 다르다. 양국에서 플랫폼 국가의 양상은 국가전략적 계획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과 중국에서 나타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다양성은 세 가지 변수의 영향을 받는데,① 국가기관, ② 초국적 지향성을 갖지만, 국내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 ③ 국내 및 글로벌 금융자본과의 관계 등이 그것이다. 미국 내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와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과 민간 벤처 및 금융자본을 결합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글로벌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점점 더 정치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내 규제를 강력하게 부과하는 것이 특징인데, 대외적으로는 국가 지원 금융과 민-관 파트너십 등을 통합해 상업적 기반의 해외 진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플랫폼 지정학의 부상

 

미·중이 벌이는 디지털 패권경쟁은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지정학적 경쟁과 결합한‘플랫폼 지정학’의 모습을 보여준다. 플랫폼 지정학의 전개 과정에서 ‘플랫폼 국가’는 국경을 넘어서는 데이터의 유통에 대해서 디지털 무역장벽을 세우고, 중앙은행을 통해서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며,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까지도 규제하는 행보를 보이고있다. 다시 말해 인프라, 각종 네트워크, 초국경 경제통합을 통제함으로써 상대국의 영토 공간을 자신들의 영향권 내로 통합하려는 플랫폼 국가 간의 경쟁, 즉 ‘플랫폼 간 정치(Inter-Platform Politics)’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는 지정학적으로 자급자족 시스템을 전제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주요 인프라와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각각의 영향권으로 영토 공간을 통합하고 국경을 초월한 경제통합 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복합적인 경쟁을 전개한다. 궁극적으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디지털 제국을 구축하고 탈영토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토대를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은 어느 한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군(群) 단위로 재편되고, 글로벌 사용을 전제로 출현한 인터넷마저도 외교적 동맹과 이념적 진영의 구도로 분할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분할인터넷’(Splinternet)의 우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부각됐고, 공급망의 디커플링, 데이터 국지화, 이커머스와  핀테크 시스템의 분할, 콘텐츠 검열제도의 갈등 등으로 입증됐다. 최근에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의 전선에 민주주의 가치와 인권 규범의 변수까지 동원하면서 ‘신냉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이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지정학의 양상은 디지털 분야를 넘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정치와 국가전략 일반에서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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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지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구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 전략이 모두 플랫폼 지정학의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중국은 자국이 추구하는 일대일로 선상의 국가들을 모아서 이 지역에서 ‘신형 국제관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네트워크의 연결성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광범위하게 국가가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 개발금융 등을 통해서 유라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까지 영향권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일대일로 구상의 중요한 구성 요소는‘디지털 실크로드’인데, 디지털 인프라의 제공과 자금 조달을 통해 중국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해외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공세적 행보는 미국 정부가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도록 자극했으며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케 하는 동기를 제공했다. 미국은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실리콘 밸리의 글로벌리더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기술 추격에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중국 플랫폼의 증대되는 존재감과 실력을 인식한 미국은, 제3국에서 자국의 국가 스택(Stack), 즉 디지털 플랫폼의 인프라-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가치와 규칙 기반 질서에 바탕을둔 보편적 플랫폼의 구축을 지향하고 그 플랫폼 위에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의 정치,안보, 기술, 안보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시도했으며, 최근에는 인프라와 금융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발휘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요컨대,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두 국가의 국경을 넘어서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최근 국가가 적극적인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에 대한 이념적 거부감이 감소해 국경을 넘는 국가와 민간 자본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플랫폼 자본주의의 출현인데, 전통적인 다국적 기업의 경우와는 달리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그 공간적 활동 범위와 지배의 잠재력을 방대하게 확장하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국가 개입성의 증가와 플랫폼 기업의 발흥이라는 두 가지 현상이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대전략이 대외적으로 투사되는 주요 동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플랫폼으로 보는 세계정치는 어느 특정 플랫폼 분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플랫폼의 플랫폼(Platform of Platforms, PoP)’ 경쟁이라고 칭할 만큼 복잡하게 얽힌 양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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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플랫폼의 개념을 원용해 최근의 세계정치 변화를 플랫폼 권력의 부상으로 파악했다. 미·중 플랫폼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니다. 양국 정부는 지정학적 견제를 목표로 상대국의 플랫폼 기업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초국적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들이지만 자국 국가기관 및 제도에 기대어 활동하면서 기업과 국가가 서로 밀접하게 의존하는, 이른바‘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정학 시대를 맞아 ‘플랫폼국가’들이 벌이는 세계정치 게임의 산물로서 ‘플랫폼 지정학’의 세계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지정학의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은 플랫폼 권력의 전략과 플랫폼 국가의 모델에 대한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정부와 업계는 모두 국내시장에만 시야를 고정하고 있어, 글로벌 차원에서 부상하는 트렌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정치에서 플랫폼을 놓고 벌이는 지정학적 경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끝>

 

<참고문헌>

김상배. 2022. 『미·중 디지털 패권경쟁: 기술-안보-권력의 복합지정학』, 한울.

김상배. 2023. “플랫폼 지정학 시대의 중견국 전략: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전략이 주는 함의, 『국가전략』 29( 4)

서르닉, 닉(Nick Srnicek). 2020. 『플랫폼 자본주의』 킹콩북.

Alami I, A.D. Dixon, and R. Gonzalez-Vicente, et al. 2022. “Geopolitics and the ‘New’ State Capitalism. Geopolitics. 27(3), pp.995–1023.

Gray, Joanne. E. 2021. “The Geopolitics of ‘Platforms’: The TikTok Challenge.” Internet Policy Review. 10(2), pp.1-26.

Rolf, Steve and Seth Schindler. 2022. “The US–hina Rivalry and the Emergence of State Platform Capitalism.”

Environment and Planning A: Economy and Space. pp.1-26.

 

<ifsPOST> 

 ※ 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한 [SW중심사회 12월호]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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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01월30일 11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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