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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무기체계의 기술수준 평가 <1> 목표와 실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1월23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24년01월23일 17시34분

작성자

  • 장영근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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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021년 국방력발전5개년계획, 어느 정도 실행됐나?-

 

1. 서 론

 

  북한은 '21년 1월 당 8차 대회에서 국방력발전5개년계획을 발표하였고, 그동안 이들 무기체계 개발에 모든 국가적 재원을 투입해왔다. 핵잠수함 개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무기체계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시험발사나 열병식 또는 국방 전시회 등을 통해 공개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들 무기체계는 모두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는지, 북한이 발표하는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체계인지, 그리고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보여주거나 발표 데이터를 기준으로 각 무기체계의 기술수준(기술완성도)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보자.

  특히 이들 무기체계의 성능 목표가 세계적 수준임을 감안할 때, 기술적 난이도도 높고 그만큼 개발비용은 엄청나게 투입되고 있을 것이다. 국가경제력이 빈약하고 각종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무기체계 개발에 올인하고 있을까.

 

  요약하면, ‘21년 당 8차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개발발전5개년계획에 따른 북한의 모든 무기체계 개발은 기존에 상당 기간 기반 기술을 구축해온 것도 사실이며, 개발비용과 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의 최신 무기체계 설계를 모방하거나 심지어 해킹을 통해서 설계, 개발 자료를 탈취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방 개발도 기본적인 무기체계 기술 인프라가 없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RQ-4 글로벌 호크의 형상, 제원 등을 그대로 복제한 샛별-4 무인전략정찰기와 MQ-9 리퍼의 형상, 제원 등을 그대로 복제한 샛별-9 무인공격기 개발했다. 심지어 명칭도 노골적으로 4, 9와 같이 동일한 숫자를 사용함으로써 복제품이고 북한도 미국 수준의 무인기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스크래치 상태에서 개발한다면 우선 동체 형상설계부터 풍동시험 등을 수행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나 이러한 복제를 통해서 복잡한 시행착오의 기간을 상당히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최신 무기체계 개발은 모방에 기반하고 있어, 아직도 기술적으로는 목표 성능 대비 상당한 한계가 있고, 외부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기술성숙도를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됨(이는 대내적으로는 체제 홍보,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억제 차원의 목적). 하지만 이들 무기체계의 목표성능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전시에 이들 무기체계를 사용한다면 파괴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2. 북한 무기체계의 기술수준 평가기준 및 방안

 

  최근 항공, 우주, 국방 등 소위 복합시스템엔지니어링(System Engineering)에 해당하는 거대 과학기술분야에서 TRL(기술성숙도)의 사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TRL은 Technology Readiness Level의 약자로 특정 복합체계를 개발하는데 요구되는 핵심기술요소(CTE; Core Technology Element)를 식별하고 이들 기술에 대한 기술수준과 개발단계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TRL은 시스템 기술개발의 위험관리와 연관되어 기술수준이 낮게 되면 그만큼 일정과 비용 초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측면에서 보면 어떤 새로운 기술이 개념적으로 제시되거나 제품으로 제작된다 하더라도 바로 시스템에 결합되어 활용될 수는 없다. 이는 기술뿐만 아니라 구성품, 부품, 재료, 소프트웨어 등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이 실제 시스템에 결합되어 활용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각종 실험(Experiment), 시험(Test), 인증(Qualification), 평가(Evaluation) 등의 많은 개발 및 검증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 통상 복합체계 개발을 위해서는 모든 핵심기술요소를 식별하고 개별의 핵심기술들은 최소 TRL 5 또는 6 이상을 보유해야 일정 및 비용 내에서 성공적인 개발을 담보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복합무기체계를 개발하는데 요구되는 주요 핵심기술요소들에 대해 TRL이 1~3 정도의 수준이면 체계개발이 어렵다는 의미(핵심기술을 확보하는데 장기간 소요)이고, TRL이 4~6 수준이면 일정과 비용의 최소의 지연을 통해 체계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TRL이 7~9라면 미사일의 시험발사와 같이 실제 환경에서 검증이 되거나 이미 비행 헤리티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원래 시스템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기술개발"은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정확하게 완료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일련의 개발과정(process)을 의미한다."기술개발"은 기술이 미개발된 상태이거나 기술개발이 완료된 상태, 이렇게 두 가지로 단순 구분되지 않고 일련의 단계 혹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기술단계들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TRL이다.

  일반적으로 무기체계는 복합체계로 구성된 다양한 기술이 내장되어 있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부품, 어셈블리, 구성품, 부체계 및 체계의 계층(Hierarchy)으로 구성된다. 결국 특정 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구성품, 부체계 및 체계의 설계, 해석, 제작, 조립 및 시험 등의 과정과 검증단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본 고에서 무기체계 개발을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로 요약하고, 북한의 국방력발전5개년계획에 따라 개발 중인 복합무기체계의 기술수준은 이를 기준으로 논의하고 평가한다.

 

  ○ 1 단계; 구성품 및 부체계 수준에서의 설계, 해석, 제작, 조립 및 시험(인증 및 성능 평가)

  ○ 2 단계; 무기체계 수준에서의 설계, 해석, 제작, 조립 및 시험(유사 환경에서의 시험인증 및 성능시험 평가)

  ○ 3 단계; 실제 환경에서의 시험평가(미사일의 시험발사, 항공기의 초도비행, 등)

  ○ 4 단계; 초도생산 및 야전운용시험평가

  ○ 5 단계; 생산 및 전력화 배치

 

  통상적으로 무기체계 2~3 단계에서의 시험인증 및 성능시험 평가에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있으나, 북한은 미사일 등 모든 복합무기체계 개발에서 예외적으로 이들 단계에서 비용 및 일정을 고려해 최소의 시험인증 및 평가를 수행하는 추세이다. 이는 초기단계에서 시험인증 대신에 해외(러시아, 중국 및 미국, 등) 유사무기체계의 형상과 성능을 대부분 모방하여 개발하기 때문에 최소의 시험인증 및 평가를 시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검증 및 평가의 단축은 결국 신뢰성의 한계로 귀결될 것이다.  <계속> 

 

 ※ '북한 신형무기체계의 기술수준 평가'는 오늘(24일)부터 4회로 나눠 매일 연재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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