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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망 <5> 세계안보정세와 우리의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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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1월04일 17시10분

작성자

  • 한용섭
  • 국제안보교류협회 회장,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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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의 안보정세를 좌우할 3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 속에서 전쟁이 계속될지 혹은 휴전이 될지 여부이다. 둘째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이 개선될지 혹은 악화될지 여부이다. 셋째는 핵미사일 강국이 된 북한의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도발하느냐 혹은 도발하지 않느냐의 여부이다.

 

  제일 먼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여다보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10개월을 끌어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에 해당하는 돈바스와 루한스크 등 4개 주를 점령하고 강제 병합을 선언하였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반격으로 전쟁은 소모전과 참호전으로 대표되는 전선의 교착상태에 들어갔다. 러시아가 초기 공격군 36만 중에서 90%를 잃고, 후속 증원군의 전투력의 수준미달로 손실율이 높아 현재의 전황을 지키기에 급급해 하며, 전쟁은 장기 소모전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대규모 군사 및 재정 지원 속에 우크라이나가 선전을 해 왔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함으로써 제2의 전선이 형성된 결과 미국의 대 우크라이나 지원은 부득불 감소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어,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전쟁수행에 곤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푸틴은 2024년 3월 중순에 대통령 선거를 맞게 되고, 젤린스키는 3월 말에 대통령 선거를 맞는다. 현재는 푸틴과 젤린스키가 상대방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외 선전전에 돌입한 형국이다. 두 지도자가 계속 집권하는 한, 휴전협상은 불가능하다. 양국의 휴전조건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장기 소모전으로 내닫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의 향방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동맹을 추구하는 미국과 중국특색사회주의를 내세우는 중국 간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세계 1위 패권 탈환’이란 ‘중국몽’을 만천하에 드러내었고 3차 연임으로 독재정권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자 했다. 

  러시아의 침공 직전 시진핑은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 무제한 협력”을 선언하며 푸틴을 지지하였고, 러시아에 대한 유엔의 규탄과 제재 결의안에 기권 및 거부권을 행사해 오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2001년부터 상하이협력기구(SOC)를 베이징에 유치하고 러시아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2023년에 이란을 가입시키고, 벨라루스의 가입 신청을 접수했으며, 중동 및 아프리카 14개국을 대화파트너국가로 초청하는 등 나토에 맞먹을 정도의 지역안보기구를 주도하면서 미국과 서방 영향력의 배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과 서방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중국은 BRICS를 확대하여,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을 수용하였으며,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반 서방 경제협력권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2023년 시진핑 3기 출범과 동시에, 중국은 반미 반패권 격문을 발표하고 정치, 군사, 경제, 기술, 문화 등 5대 영역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탈 미국화 공작을 개시하였다. 정치분야에서는 인지전 차원에서 가짜뉴스를 포함한 미국 민주주의의 단점을 대외에 선전하기 시작했다. 군사분야에서 “미국은 무력으로 세계 패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무기를 수출하는 군산복합체 국가”라고 선전하고 있고, 인민해방군이 2027년까지 대만을 통일하고 태평양의 지배권을 미국과 양분하는 것은 합리적 군사정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미국의 달러화 금융패권 및 무역전쟁에 맞서서 인민폐를 국제기준통화로 만들기 위해 탈 달러화, 중동 산유국과의 관계개선 및 위안화 결재, 일대일로 대상 국가들과 인민폐 거래 실시, 자원전과 에너지전을 전개하고 있다. 기술분야에서 미국이 첨단과학기술 패권국의 지위를 독점한다고 비판하고, 중국은 ‘중국제조 2025’에서 ‘품질강국 2035’로 미국의 기술패권을 돌파하겠다고 선포하였다. 문화분야에서 미국이 문화제국주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중국의 전통문화와 시진핑의 인류운명공동체론을 강조하며, 중국은 세계와 공존을 추구한다고 함으로써 미국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중국의 전방위적 반미 탈미 공작과 격화되는 미-중 패권경쟁에 대해서 미국은 중국을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수정주의자”로 규정하고, 동맹국과 우호국을 연합하여 대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군사적인 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수립, 중국의 대만침공 방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및 제1도련선 구축 저지, 중국의 늑대전사외교 및 회색지대 전략 추구를 국제적으로 알리며, 동맹국 및 우호국 간 연합훈련을 통해 인태지역에서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정책을 거부하고 중국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2024년에 미중 패권 경쟁은 더 심화될 요인과 현재 상태가 지속될 요인이 병존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미국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중국 때리기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고, 2024년 가을에 미 하원선거가 있어 여름부터 중국 견제 법안들이 미 의회에 상정될 것이므로 미국측에서는 미중 패권경쟁이 더 악화될 소지가 있다. 중국측에서 보면, 시진핑 정권의 국내 기반의 취약성과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때문에, 미국과의 전면적 패권경쟁을 심화시키기가 어렵다. 중국은 시진핑이 정권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공포정치와 반부패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시진핑의 핵무력 및 군비 증강 시도는 중국내의 불만 고조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이 2023년 11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사이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고 미중간의 경쟁이 파국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를 디커플링(탈동조화) 하지 않고 디리스킹(위험축소)한다는 선에서 당분간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양국은 군 당국 간 소통과 신뢰구축을 강화해 나가고 AI의 군사적 이용에 대해 대화를 갖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이 회담에서 시진핑은 미국에게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을 중지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미국은 중국의 대 대만 무력사용 금지를 주문함으로써 상호간에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중국의 대 대만 무력침공은 실현되기 힘들다.

 

 셋째, 북한 발 불안정 요인을 보자. 

2024년에 김정은 정권은 13년차에 진입한다. 김정은은 과거 5년간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잦은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긴장을 높여 왔다. 김정은 독재정권의 강화를 위해 핵미사일을 비롯한 국방력 현대화에만 올 인해 온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김정은은 핵무력정책법을 만들어 핵선제공격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고, “남북관계는 교전국 관계이고, 한국은 적국”이라고 규정지으며, “2024년에는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자”고 협박하고 나왔다. 이렇게 외부의 긴장을 조성하는 원인은 김정은의 내정 실패와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핵미사일 무장으로 내부단결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김정은은 미국을 비롯한 한국에 대해 적대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윤석열  정부 흔들기와 4월 총선에의 개입, 2024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미 행정부를 흔들고 트럼프에게 유리한 선거 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ICBM 시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앞에서 말한 3대 불안정 요소를 감안하여, 2024년의 국제안보정세를 전망해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의 승리, 김정은 정권의 무력 도발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사태이다. 하지만 이 3가지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장기 소모전으로 전개되고 있으므로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미­중 패권경쟁에서는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시진핑 정권은 국내 기반의 취약성 때문에 미국과 협력할 부분과 경쟁할 부분을 구분해서 미중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북한의 한국 및 미국에 대한 도발 시나리오이다. 

  북한 김정은의 대남 핵 공갈 속에서 한국의 안보를 굳건하게 지키려면, 한미관계를 튼튼히 하고, 미국이 우리에게 약속한 핵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해 나가는 길이 중요하다. 2023년 5월 워싱턴선언에서 합의한 핵협의그룹을 제도화하고, 각종 북핵 사용 시나리오 개발과 이에 대비한 한미 공동작전계획 수립과 훈련을 정례화 해나가야 한다. 혹자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윤-바이든 워싱턴선언은 무실화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나, 한미 양국 간에 이미 제도화 시켜 놓은 것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한미일 3국 간에 핵확장억제력을 통합 운영해 나간다는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은 정책협의와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의 안보, 산업, 과학기술, 문화, 정보 동맹으로의 확대 작업을 정부의 모든 부처 뿐만 아니라 민군산학연 모든 행위자들이 협력하여 이행할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관계에 있어서는 정부, 기업, 학계가 총동원되어서 대중국 경제관계에서 협력할 분야, 경쟁할 분야, 탈중국 하고 리쇼어링 혹은 대체 해외투자 분야를 각각 세밀하게 분류하고, 분야마다 다른 전략을 추진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미국과 유럽, 인태지역의 유사입장(like-minded)국가들이 연합하여 우크라이나를 군사적 및 재정적으로 계속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의지가 관철되는 것을 막아야, 유사사태의 발생을 방지할 수가 있다. 또한 러시아­중국­북한으로 이어지는 북방 삼각관계의 연대 강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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