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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를 직접 거래한다는 의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1월14일 17시00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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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RePower EU) 등 재생에너지 공급 관련 우호적인 글로벌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신환경경영전략선언 등 주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며 재생에너지 수요도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객사를 필두로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기사용을 요구함에 따라, RE100이란 용어가 이젠 점차 익숙해 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RE100이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더 부상하고 있다. RE100은 2050년까지 전기 사용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으로 2014년 출범했는데, 2023년 11월 기준으로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 수는 400개가 넘고, 국내 기업의 경우 34개 기업이 가입하고 있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현재 사용 중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2050년까지 약 25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태양광 기준)가 필요하다. 국내 전체 발전소의 약 2배 규모로, 앞으로 8GW의 발전소를 매년 신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더 확연하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전력 다소비 기업상위 30개사의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100TWh가 조금 넘는데, 삼성전자(18TWh), SK하이닉스(TWh9), 현대제철(7TWh) 등의 순으로 높다. 그러나 같은 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0TWh 남짓으로, 국내 상위 30개사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100T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수요 충족의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수요공급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우선은 현재 생산 중인 재생에너지부터 수요 기업에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2020년 9월 3일 한국형 RE100 이행 수단으로 (1) 녹색 프리미엄, (2)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3) 제3자 간 전력거래(제3자 PPA), (4)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지분 참여, (5) 재생에너지 설비 자체 건설이라는 다섯 가지 방법을 발표한 이후,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RE100 제도를 도입하였다. 2021년 1월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도입으로 재생에너지 전기 구매가 가능해졌고, 같은 해 6월과 8월에는 제3자 PPA가 시행되었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시장이 개설되었다. 

 

그러나 한국전력거래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직접PPA 활성화를 위한 국내 RE100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RE100 이행을 위해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은 직접PPA(27.4%), REC구매(22.0%), 자체건설(17.1%), 녹색프리미엄(16.5%), 지분투자(12.8%), 제3자PPA(1.8%) 순으로 나타났다. RE100 이행 대상 83개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 및 공급사업 40개 기업이 조사에 응답했는데, 직접PPA를 가장 선호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이유는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리스크 회피와 장기간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조달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글로벌 RE100 기업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RE100 이행수단과도 일치하며, 글로벌 RE100 기업들은 탄소배출 저감효과가 직접PPA 선호사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업 요구에 발맞추어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기사용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직접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제도를 추가로 시행했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RE100 이행 수단이 추가된 것이다. 직접 PPA란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 계약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는 생산된 전기의 판매처를 다양화할 수 있고, 전기사용자는 재생에너지전기 사용실적을 인정받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실적도 활용할 수 있다. 

 

전기사업법의 개정에 따라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전기사용자와 직접 전력수급계약을 체결하여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전기를 공급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직접PPA고시)’ 제정안이 지난 2021년 12월 행정예고 되었었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9월 1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소위 전력구매계약인 PPA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의 계약 방식이다. 작년 9월 이전까지는 전기사용자인 국내 기업은 한전이 중계역할을 하는 제3자 PPA제도를 활용하는 것만 가능했는데, 9월부터는 발전사업자와의 직접 계약도 가능해진 것이다.

 

주요내용을 살펴 보면, 대상은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해양에너지 등 발전설비에 의하여 생산된 전기에 한정되고, 설비용량은 1MW를 초과하여야 한다. 전기사용자는 300kVA 이상 수전설비를 갖추거나 계약전력 300kW 이상 일반용전력(을) 또는 산업용전력(을) 고객이어야 하고, 시간대별 전기사용량을 한도로 발전사업자가 공급하는 시간대별 재생에너지 전부를 구매하여야 한다. 다만, 시간대별 발전량이 사용량에 미달하여 추가 전력이 필요한 경우, 전기사용자는 전력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시간대별 발전량이 사용량을 초과하여 잉여 전력이 생기는 경우, 발전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 이를 거래할 수 있다. 또한, 발전량 중 일부는 직접 PPA로, 나머지 일부는(20MW초과시에 한함)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분할거래도 가능하다. 단, 모든 시간대별로 동일한 직접PPA비율을 당사자간 합의로 정하여 분할 거래할 수 있고,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발전량에 대하여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발급받는 것도 가능하다. 직접 PPA에는 재생에너지발전설비 및 당사자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연간 보장공급량, 계약기간, 전력량 단가와 같은 구체적인 전력거래 조건을 포함해야 하고, 발전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계약 체결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의 생산과 사용을 장려하여,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전기사용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취지의 제도이다. 발전사업자는 생산된 전기의 판매처를 다양화할 수 있고, 전기사용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재생에너지전기 사용실적을 인정받아 RE100 이행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재생에너지전기를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이 줄어든 양만큼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전력거래소가 부과하는 거래수수료가 3년간 면제되고, 중소·중견기업은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전력 거래제도의 출현으로 기업은 이행수단별 장단점 및 비용 분석을 통해 적합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등 이행 수단 선택 폭이 넓어졌지만 정부는 공급과 수요 균형, 거래자 간 기대가격의 차이, 전력시장 인프라 한계 등은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경쟁의 원리에 기반한 건강한 전력시장이 구축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 있는 한국 기업들이 그간 해외 고객사는 물론이고 투자자 및 소비자 등으로부터 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대응함으로 단기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적극 활용하여 이해관계자와 소통함으로서 글로벌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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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14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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