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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으로 본 미국의 야당과 한국의 야당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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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0001년11월30일 00시00분

작성자

  • 김원식
  •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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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에 새로운 예산이 집행되는 미국이 지난 9월 말 9시간 전에 셧다운 위기를 넘겼다. 상·하원에서 일단 45일의 임시예산안을 의결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공화당이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예산은 반영하지 않는 대신 바이든정부가 요구한 자연재해나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지원 예산은 증액을 수용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셧다운의 근본적 원인은 의회가 법정부채한도인 6조7천억원을 증액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국민들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서 정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본분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미국의 셧다운은 연방정부의 지출이 정지되는 것으로 수십만명의 연방공무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거나 임시휴직(layoff)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국민들은 정부의 복지 등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심각한 불편을 겪게 된다. 정부나 의회의 야당이나  국민들의 불만을 낳게 되어 어느 쪽이든 다음 선거에 영향을 받게 된다. 

 

재정적자의 증가와 재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8월초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조정하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회가 정부의 적자예산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국민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제1의 목적인 의회, 야당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야당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보다 예산절감이 우선임을 보인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35조원 규모의 추경편성을 요구했다. 이어서 다수당의 횡포로 민주당의 추경요구가 심화되고 있다. 여당이 아닌 야당 대표가 추경을 요구하는 것도 그렇고,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 총선용으로도 오히려 반길만도 한데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스럽다.  

 

지난 8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천조원이 넘어서 1,110조원이 되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초기 600조원에서 2021년말 939조원으로 5년간 58.6%가 늘었을 뿐 아니라 증가 폭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사태로 인한 요인도 있으나 문재인 정부의 현금을 살포하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로 의무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40%에서 지난해 53.8%로 증가했다. 지난 15일 IMF는 향후 5년 국가채무는 2028년 57.9%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비기축통화국가 가운데 싱가포르 다음가는 수준이 됨을 의미한다. 

 

기준금리가 2020년 0.5%대에서 올 10월 현재 3.5%까지 이르는 고금리 자본시장 하에서 국채 이자부담의 폭증을 감내해야 하는 정부는 정책적으로 활용해야 할 재량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고령화로 노인들에 대한 기초연금, 의료비,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비에 대한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불경기로 세수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적자재정을 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나서서 추경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야당과 비교되는 행태를 보인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0%대의 낮은 이자율로 국채발행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준금리가 당시의 7배나 뛰었고, 하락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더 이상의 국채발행으로는 국채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정상적 야당이라면 이러한 위기 국면을 현금으로 유권자를 매수해서 총선에 활용할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정부에 요구하여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정책수단이 고갈되고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 돈을 빼서 선거를 치루려고만 하고 이를 자신의 치적이라고 과시한다. 노인빈곤, 저출산, 그리고 청년실업 등에 대한 무절제한 정부지출은 도덕적 해이를 낳으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기초연금이나 노인생계비 지원은 노인빈곤율을 개선시키지 못한다. 출산 및 육아비 지원은 이미 0.7대의 합계출산율을 돌이키지 못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청년수당은 청년을 백수로 만든다. 지출 만능주의는 이러한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시스템 개혁없이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정부에서 논의 중인 재정준칙안들은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채무비율이 60%가 되어야 작동되기 시작한다. 결국 53.8%인 올해의 채무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보장하겠다는 것이고 국민들이 더욱 현금만능주의에 빠지게 할 것이다.  

 

시장원리에 기초하지 않은 정부지출은 대상자들의 도덕적해이만 유발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사중적 손실(deadweight loss)만을 낳는다. 현금만능주의 정치예산은 남미로 가는 첩경이라는 것이 글로벌 경제의 정설이다. 재집권을 위한 혹은 집권 연장을 위한 효과없는 예산 확대는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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