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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38> 일자리 나누자며 당신들은 왜 두 개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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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1월15일 16시47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2일 11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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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어디 다녀오십니까?”

“응,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행사에… 청년들 일자리 문제가 정말 심각해.”

“그런데 일자리 나누자면서 장관님은 국회의원직까지 두 개나 갖고 계신가요?” 

“응?… 허허허. 이 사람이….”


 이명박(MB)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 중에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job­sharing)’가 있다. 간단히 말해 한 사람이 하루 8시간 일하던 것을 두 사람이 4시간씩 일하는 방식으로 바꿔 고용을 늘리자는 것인데 일자리도 늘리고, 장시간 근로문화도 개선하는 장점이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문화 확산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제시했는데 기업이 고용 유지를 위해 노사 합의로 임금을 삭감하면 삭감분의 일정 비율을 세법상 손비 처리할 수 있게 해주고, 일자리 나누기를 한 회사가 추가로 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하면 교육 훈련비 등 간접 노동비용의 일부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또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한 기업은 연구개발, 컨설팅, 정책자금 대출 등 각종 지원사업에서 우대해주겠다고 했다. MB는 이 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상당한 애착을 느꼈다. 오죽하면 “현재 노동계와 기업에서 일자리를 나눠 갖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어쩌면 지난 97년 외환위기(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이 금을 모았던 운동보다 더 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라고 했을까. (MB는 2009년 3월 12일 1차 국민원로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MB는 금 모으기 운동과 비교했지만 실제로는 정부만 떠들었을 뿐 국민적인 운동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선도해야 할 정부와 공기업조차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만 불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자리 나누기는 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정책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런데 자신들은 두 자리를 차지하면서 국민에게는 일자리를 나누자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지역구)은 장관을 겸직할 수 있다. 그래서 장관에서 물러나면 다시 의원으로 복귀한다. 너무 오랫동안 그래오다 보니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됐는데, 이게 왜 이상한지는 여의도 사람들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되면 의원직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헌법 제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진상이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역시 기대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우리의 여의도 분들은 국회법(제29조 제1항)에 슬그머니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만들어 넣었다. 표현을 좀 어렵게 해서 그런데 ‘의원은 총리와 장관은 해도 된다’라는 말이다. 사실상 하위법인 국회법 동생이 헌법 형님에게 “웃기지 마, 우리가 다 해 먹을 거야”하고 대든 거다.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삼권 분립을 추구하는 대통령제에서 의원의 장관 겸직은 그 자체로도 모순이다. 권력 기관 간의 견제를 위해 삼권 분립이란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입법부 사람이 행정부에서 일하면 무늬만 삼권 분립 아닌가. 차라리 의원내각제를 하든지 아니면 헌법을 개정하던지 뭔가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위헌도 문제지만 의원 겸직 장관도 상임위원회를 배정받고, 의원 보좌진에 대한 급여와 의원회관 사무실 유지비 등도 여전히 나간다. 의원 일은 하지 않는데 이게 말이 되나? 의원 겸직 장관들이 장관 임기 중에 하는 유일한 일은 국회 본회의 표결 대결에서 수가 불리할 경우 총동원령이 내려지면 참석해 표결하는 것뿐이다. 입법부의 본령 중 하나가 행정부 감시인데 내가 나를 감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냔 말이다. 

 일자리 나누기에서 말이 많이 샜는데, 아무튼 솔선수범해야 할 사람들이 되레 그렇지 못하다보니 이 일자리 나누기 운동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이상한 형태로 변질했다. 2009년 2월 시행한 ‘공공기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대표적인 경우다. 공공기관 대졸 초임 임금이 높으니 이를 낮추고, 낮춘 여력 분만큼 사람을 더 뽑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 정책을 발표하며 대상인 297개 공공기관 중 246곳이나 참여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나누기를 우리 사회가 가져가야 할 시대정신으로 이끌어가자”라고 까지 했으니까. 이 정책은 기성세대와 어른들은 하지 않고 사회 초년병인 신입사원들에게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일자리 나누기가 더 중요하다는 명분 때문에 대체로 호평받았다. 사실 정책 자체는 굉장히 좋은 제도였다. 


그런데…   윗물이 안 맑은데 아랫물이 맑을 수는 없다. 1년 뒤 실제로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취재했는데… 정말 그들의 잔머리에 경의를 표했다. 대졸 초임을 삭감하기는 했다. 그런데 246곳 중 151곳(61.4%)이 그해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신입사원 월급을 낮춘 건 맞는데 그 낮아진 월급을 받을 신입사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4067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깎았지만, 신입사원 채용을 하지 않았다. 3732만원에서 2866만원을 깎은 한국마사회도 채용자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보고용 유령 임금 삭감이었던 거다. 신입사원을 채용한 95곳 중에서도 임금 삭감으로 생긴 여윳돈을 사람을 더 채용하는 데 쓴 곳은 52곳뿐이었다. 나머지는 직원 퇴직금에 충당하거나 자체 사업에 재투자했다. 어린 막내들 월급 뺏어서 어른들이 챙겨간 셈이다. 뭐 이런 시대정신이 다 있나. 공공기관 대졸초임 삭감과 관련된 다음 기사를 보면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얼마나 국민을 우롱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연합뉴스 2009년 2월 19일

<공기업 대졸 초임 최대 30% 삭감…평균 2천900만원→2천500만원 16%↓>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공기업 대졸 초임이 최대 30% 삭감된다. 이에 따라 공기업 평균 대졸 초임은 기존 2천900만원에서 16%가 깎여 민간기업 수준인 2천500만원으로 조정된다.

정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마련했다. 대상은 297개 공공기관 중 2008년 기준으로 대졸 초임이 2천만원 이상인 기관이다. 정부는 실태 파악을 마친 116개 기관에 초임 삭감을 즉시 권고하고 나머지 181개 기관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권고안 통보 후 입사하는 대졸 신입사원부터 곧바로 적용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초임 삭감에 적용되는 기본 연봉은 기본금, 제수당,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합한 비용으로, 개인 능력을 평가한 성과 상여금은 제외된다.

정부는 현재 2천만~4천만원 수준인 초임을 2천만~3천만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공기업간 임금 격차를 줄이면서 하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보수 수준에 따라 삭감률은 최소 1%에서 최대 30%까지 차등 적용된다. 이에 따라 초임 3천500만원 이상은 삭감률이 20~30%, 3천만~3천500만원은 15~20%, 2천500만~3천만원은 10~15%, 2천만~2천500만원은 10% 이하며, 2천만원 이하는 해당되지 않는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최고 초임은 3천900만원으로 이번 삭감으로 1천만원 정도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기준 116개 공공기관 대졸 신입사원 평균 보수는 2천936만원으로 민간기업의 2천441만원 대비 1.2배 수준이다. 특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한국투자공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 12개 기관은 평균 연봉이 3천106만8천원에 달한다. 초임 삭감 기간은 신입 사원이 2급 또는 3급 이상의 간부직 승진시까지 적용된다. 또 기존 사원들은 기존 호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신입 사원들은 별도로 삭감된 호봉 체계를 앞으로 계속 적용받게된다.


◆동아일보 2009년 12월 24일자 A14면

<공공기관 대졸초임 평균 15% 삭감…인천공항공사 26%로 최대>


올 5월 예금보험공사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들의 연봉은 2995만 원이다. 이전 신입사원인 2007년 입사자(3991만 원)보다 996만 원이나 적다. 올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입사한 신입사원들도 3000만 원을 받게 되는데 이는 지난해 입사자의 연봉(4067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낮다. 1년 사이 공공기관 신입사원의 연봉이 크게 깎인 것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맞춰 252개 공공기관들이 대졸 신입사원 초임삭감 작업을 최근 완료했다. 평균 삭감률은 15%이며 이 중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6.2%의 가장 큰 삭감률을 보였다. 보수 측면만 보면 취업 준비생들에게 공기업은 이제 ‘신의 직장’이 아니게 됐다. 

재정부 당국자는 “각 공공기관들이 이사회를 통해 보수 규정을 모두 개정해 초임삭감 작업을 마쳤다”며 “보수 규정을 바꾼 이후에 뽑은 신입사원들은 모두 낮춰진 초임에 맞춰 연봉을 책정했고, 내년 이후에도 계속 그 수준에 맞춰 임금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입사 1년 차이로 기존 직원과 많게는 1000만 원 이상 임금 격차가 나게 됐다. 이 구조는 향후에도 이어지기 때문에 입사 시점 2009년을 기점으로 ‘이중 임금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2010년 4월 22일자 A1면

<공공기관 151곳 대졸초임만 깎고 1명도 안 뽑아>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추진한 ‘공공기관 대졸초임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일자리 나누기 없이 대졸초임을 깎는 데만 주로 활용된 것으로 밝혀졌다.▶A14면에 관련기사

21일 동아일보와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실이 이 정책 적용 대상인 297개 공공기관(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가운데 자료를 제공한 246곳의 지난해 채용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공공기관은 모두 대졸초임을 4∼26%(약 100만∼1000만 원) 삭감했다. 하지만 대졸 신입사원을 뽑은 곳은 조사 대상 기관의 38.6%인 95곳(1906명)에 그쳤다. 나머지 151곳(61.4%)은 대졸 신입사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4067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깎았지만 대졸 신입사원은 한 명도 뽑지 않았다. 3732만 원에서 2866만 원으로 깎은 한국마사회도 대졸자를 채용하지 않았다.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95곳 가운데 삭감된 임금만큼 남은 여유 재원을 일자리 나누기에 활용한 곳도 근로복지공단 등 53곳(1255명)에 그쳤다. 나머지 42곳은 이 돈을 활용하지 않거나 자체사업 재투자 등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해 2월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8차 비상경제 대책회의’를 열고 29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대졸초임을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정책은 “신입사원에게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일자리 나누기’가 더 중요하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전격 시행됐다. 김 의원은 “재정부가 대졸초임삭감으로 발생한 여유 재원을 일자리 나누기에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11년 9월 29일 A12면

<공공기관초임 다시 올리기로…깎았던 신입사원 임금 정상화…‘잡 셰어링’ 2년만에 원위치>


정부와 한나라당은 27일 대폭 삭감됐던 공공기관대졸 신입직원의 임금을 다시 올려주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2년여 만에 되돌려진 것이다. 정부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일자리 나누기와 공기업 선진화 등을 위해 100여 개 공공기관에 대졸초임을 평균 15% 삭감하도록 했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더 많은 직원과 인턴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신입직원의 임금을 내린 결과 기존 직원과 많은 격차가 생겼다”며 “불공정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임금 인상을 검토 중인 대상은 2009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입사한 1∼3년차 대졸 신입직원으로, 7월분 월급부터 소급 적용해 이르면 다음 달 초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총액 임금 범위에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입 직원의 임금을 올리는 대신 임금 삭감 대상이 아니었던 직원의 임금은 동결하거나 소폭만 인상할 계획이다. 또 일률적으로 임금을 인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큰 만큼 인력수급을 포함한 공공기관별 사정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서는 임금인상의 기준과 재원 등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신입 사원의 임금이 인상될 경우 정부의 방침에 맞춰 임금을 삭감한 금융권 등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PS/정신병자들이 아니고서야 누구말대로 ‘우째’ 이런 일을…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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