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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 방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8월09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08일 09시44분

작성자

  • 윤여창
  •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메타정보

  • 4

본문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되었지만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가격기제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을 통한 감축목표의 효율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참여업체가 미사용 배출권을 이월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월 제한으로 인해 상향된 감축목표가 배출권 거래시장에 반영되지 못하는 점이 현재 배출권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월 제한을 완화하여 제4차 계획기간에 배출권 공급이 급감하며 발생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다만, 이월 제한 완화가 배출권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할 경우에 대비하여, 예비분을 활용한 명시적인 시장안정화 제도를 도입하고 배출권 공급의 창구를 확대하는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Ⅰ. 서론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대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12월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 10월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였으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였다. 그리고 2023년 4월에는 「탄소중립 · 녹색성장 국가 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의 부문별 · 연도별 감축목표와 이행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상향된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상당히 도전적이고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 

저탄소사회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상향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활용 · 검토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정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된 상황에서도,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며 가격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장기능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Ⅱ . 국내 배출권거래제 현황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는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2015년에 도입되었다. 참여업체와 배출량 커버리지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는 국가 배출량의 73.5%를 커버하고 있다(환경부, 2020. 9). 참여업체는 크게 유상할당 대상업체와 무상할당 대상업체로 나뉜다. 탄소누출 가능성과 비용부담이 높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기업경쟁력 보장 차원에서 배출권을 전량 무상할당하고, 그 외의 대상업체는 거래시장이나 경매 등을 통해 일정 비중 이상의 배출권을 유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100% 무상할당으로 시작된 이후,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부터는 유상할당이 시작되었으며,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는 유상할당 비중이 10%로 확대되었다. 또한 2019년부터는 배출권 경매가 시행되면서, 매일 운영되는 거래시장뿐만 아니라 매달 1회 시행되는 경매를 통해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었다. 

 

배출권거래제하에서 참여업체들은 스스로 온실가스를 추가적으로 감축하는 비용과 배출권 가격을 비교하여 저렴한 방법을 선택하게 되므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비용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된다.2) 만약 참여업체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높으면 배출권을 구매할 유인이 발생하고, 추가 감축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낮다면 직접 감축에 투자할 유인이 발생한다. 한편, 배출권 판매 수익은 탄소중립 지원정책을 위한 기후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조성된다.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감축 기반을 마련하고 감축활동을 지원하여 기업들의 감축유인을 증가시키는 유인 기제로 활용된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에 적절한 감축유인을 제공하고 감축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의 가격기능이 원활히 작동될 필요가 있다.3)

 

국내 배출권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향되어 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이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반까지는 주요 배출권거래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되면서 주요 배출권 가격이 2~3배 이상 급격히 상승한 것과 달리, 국내 배출권 가격은 반대로 1/3 수준으로 하락하여 주요 배출권거래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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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출권 가격이 미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낮게 유지됨에 따라, 참여업체들은 온실가스 감축 설비 및 기술에 투자하기보다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또한 배출권 판매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도 축소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향된 상황에서 배출권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 시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배출권거래제의 가격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시장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Ⅲ. 이월 제한 완화가 필요한 이유 

 

대부분의 주요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참여업체가 자신의 배출량에 해당되는 수량만큼의 배출권을 제출하고 남은 배출권을 다음 연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월을 허용한다. 이로 인해 참여업체는 조기에 배출량을 감축해서 발생한 초과 배출권을 미래에 활용할 유인이 발생한다. 

한편,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에서는 참여업체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출권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특히 일부 참여업체들이 매년 배출권 제출기한을 앞두고 배출권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유종민 · 이지웅, 2020). 이에 따라 참여업체들이 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을 매도하도록 유도하고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2017년부터 할당량을 기준으로 이월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는 배출권을 거래시장에서 매도하는 양에 비례해서 이월할 수 있도록 이월 수량 기준이 변경되었으며, 그 기준은 점차 강화되어 왔다.4) 

이월 제한은 거래시장에서의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배출권 가격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배경은 외, 2022). 또한 초과 배출권을 다음 연도 이후에 활용하는 것이 제한되어 배출권을 추가 확보할 유인이 감소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되어도 그 기대가 현재의 배출권 수요에 반영되지 않아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의 가격시그널 기능이 적절히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낮은 가격이 유지됨에 따라, 조기 감축이 충분히 효율적인 기업들조차 감축 노력을 줄이고 배출권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제3차 계획기간이 2020년에 마련됨에 따라, 상향된 2030년 감축목표가 제3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총공급량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목적을 고려하면,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제4차 계획기간에는 상향된 감축목표가 반영되면서 배출권 총공급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만약 이월이 제한되지 않는다면 공급량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충격이 여러 해에 걸쳐서 분산될 수 있지만, 이월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제4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는 2026년을 기점으로 그 영향이 단기간에 집중되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업의 대응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권 시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배출권 이월 제한을 조속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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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이월 제한 완화와 함께 도입할 보완 장치들

 

배출권 거래시장의 거래량은 제2차 및 제3차 계획기간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월을 제한하기 시작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거래 여건이 개선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ETS 등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은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여전한 우려사항이다.6)

배출권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월 제한이 완화된다면 배출권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증가하여 거래시장에서의 배출권 공급과 거래량이 빠르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 특히 감축 비용과 배출권 공급량 변화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자 하는 참여업체일수록 이월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배출권 가격은 낮지만 미래의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월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배출권 거래시장의 수요와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참여업체들이 배출권을 필요로 할 때 거래시장에서 구매하지 못하거나 시장 운영을 예측하기 어렵다면 배출권을 확보하여 이월할 유인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월 제한 완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추가적인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월 제한의 완화로 인해 우려되는 거래시장의 공급 부족에 대비해서, 배출권의 공급 창구를 확대하고 시장 운영의 장기적 예측 가능성을 개선하는 방향의 정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우선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계획된 예비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명시적인 시장안정화 제도를 도입하고, 경매 참여대상을 확대하여 배출권이 공급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배출권 총공급량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하여 배출권 시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1. 계획된 예비분을 활용하는 명시적인 시장안정화 제도

 

이월 제한 완화로 인해 확대될 수 있는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명시적인 시장안정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시장안정화 조치는 적용 조건과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하여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행 여부 역시 사전적으로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월 유인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는 만큼, 명시적인 시장안정화 제도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낮출 수 있다.

EU ETS의 MSR(Market Stability Reserve)은 배출권거래제의 대표적인 시장안정화 제도이다. 여기서는 배출권 거래시장의 유통물량을 관찰한 후 배출권 공급량을 조절한다.7) 다만, 이 제도의 우선적인 안정화 목표는 배출권 가격이 아닌 거래물량인 만큼, 가격 안정화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거래시장의 유통물량은 거래시장의 누적 공급 및 수요를 기반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계산 과정에서 시간적 지연이 발생하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동안 시장안정화 제도가 시행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뉴질랜드 ETS, RGGI, 캘리포니아 ETS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배출권 가격에 따라 총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의 시장안정화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에서는 배출권 가격에 따라 총공급량이 변한다. 예를 들면 사전에 가격계와 예비분 수량을 설정해서 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계획된 예비분을 시장에 추가적으로 공급하고,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경매를 취소하거나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가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여 예비분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가격을 기반으로 물량을 조절함으로써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고 사전에 정해진 가격 범위 내에서 안정화되도록 유도한다. 

총공급량이 정부 계획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는 배출권거래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가격에 따라 배출권 공급량을 조절하는 시장안정화 제도는 단순히 고정량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을 제시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8) 이를 통해 본래의 목적인 시장안정화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배출권거래제 전반의 시장 효율성을 개선할 수도 있다.9)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단일가격의 다물량 경매(multi-unit auction)와 거래시장이 동시에 운영된다. 우선 다물량 경매에서는 참여업체들이 실제 배출권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여 배출권 가격을 낮추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10) 이로 인해 배 출권 경매 수익이 감소하고 경매의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된다.11) 그리고 낮아진 경매가격은 다시 거래시장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12) 특히 다물량 경매에서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면 참여자들이 전략적으로 낮게 입찰하여도 물량이 유지되고 가격만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된다. 반면, 배출권 공급량이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면, 전략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입찰할 경우 공급량이 감소하는 페널티가 발생하여 개별 참여업체들의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에 따라 공급량이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을 제시하는 방식은 참여업체들로 하여금 본인들의 배출권에 대한 실제 가치에 가깝게 입찰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배출권 경매와 거래시장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가격을 기반으로 계획된 예비분을 공급하는 시장안정화 제도에서는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여건을 고려하여 가격단계와 예비분의 규모를 설정해 둘 수 있다. 가격 기반의 시장안정화 제도를 운영중인 주요 배출권거래제들은 각자의 여건에 따라 가격단계와 공급곡선의 형태를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 ETS에서 RGGI, 캘리포니아 ETS로 갈수록 가격단계의 수가 많아지고 그 종류가 다양해진다 (그림 2).13)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 이와 같은 가격 기반의 시장안정화 제도를 도입할 경우, 단순한 가격단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월은 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기제이고 시장안정화 제도는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는 기제로 그 성격이 다르지만,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상황에서는 두 제도 모두 배출권 가격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시장안정화 제도의 가격단계가 많아질수록 이월 제한 완화로 인해 단기적 가격 급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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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뉴질랜드 ETS와 같이, 예비분 공급가격과 가격하한으로 구성되는 2단계의 가격단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 ETS의 시장안정화 제도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예비분 공급가격에 도달하면 예비분이 공급된다. 예비분은 사전에 계획된 수량만큼만 공급되어, 예비분 공급으로 인해 배출권거래제의 본래 목적인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한다. 반면, 가격하한의 경우 배출권 가격이 그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공급량을 조절한다.  

한편, 가격단계들 간의 간격은 충분히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비분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다면, 조기 감축이 더 효율적인 참여업체들조차 감축에 투자하지 않고 예비분 공급가격으로 배출권을 구매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격단계들 간의 간격이 좁을 경우, 배출권 가격이 시장 여건과 무관하게 가격단계 중 하 나로 수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Friesen et al., 2022). 

 

2. 경매 참여대상 확대 

 

유상할당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배출권 경매는 해외 배출권거래제와 달리 유상할당 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배출권 경매는 거래시장에서 배출권 공급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는 주요 창구이다. 또한 앞서 언급된 시장안정화 제도의 예비분이 공급되는 창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상할당 업체로 제한되어 있는 배출권 경매의 참여대상을 확대하여 거래시장의 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중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차등적으로 더 높이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김남일, 2020). 배출권 경매에서 발전업체들의 비중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이 차등적으로 더 높아진다면, 경매시장에서 발전 부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매 참여대상 확대는 이러한 집중화 현상 역시 완화할 수 있다. 

다만, 경매 참여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중소업체들의 경우 경매 참여를 위한 인력 운영 등의 거래비용으로 인해 경매 참여가 저조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권과 증권사를 통한 위탁매매를 활성화하여, 경매 참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거래비용의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 


3. 배출권 시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 개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의사결정은 설비나 기술투자, 인력 확충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참여업체의 조기 감축을 유도하고 최적의 동태적 의사결정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배출권의 총공급량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가능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세부적인 운영 방식은 계획기간별로 구분하여 적용할 수 있으나, 총공급량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경로를 반영하여 사전에 공고할 수 있다. 

EU ETS는 배출권 총공급량이 매년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는 감축계수를 활용하여 연도별 총공급량을 결정한다. 캘리포니아 ETS는 2031년까지는 연도별 총공급량을 공고하고, 2032년부터 2050년까지는 총공급량을 결정하는 공급량 공식을 제시한다. 한편, 뉴질랜드 ETS는 매해 다음 5년간의 배출권 공급량을 발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반면,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새로 시작되는 계획기간 직전에 해당 계획기간의 할당계획을 발표하기 때문에 장기적 예측에 어려움이 있다.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5년마다 향후 10년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NDC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상향된 감축목표를 반영한 총공급량을 사전에 공고함으로써 장기적 예측 가능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가격 기반 시장안정화제도를 운영 중인 뉴질랜드 ETS, RGGI, 캘리포니아 ETS에서는 각 가격단계에 대한 기준인상률을 함께 발표함으로써 이를 배출권 가격에 대한 신호 기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출권 총공급량과 시장안정화 제도의 가격단계에 대한 장기 계획을 공고하여, 배출권 참여업체들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배출권 시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의 장기 계획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의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일관성 있게 시장을 운영해야 한다.

 

Ⅴ. 결론

 

본고에서는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현황과 시장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았다.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권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오히려 배출권 가격과 수요가 하락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이월 제한은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초과 배출권에 대한 이월이 제한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 배출권 시장에 반영되는 통로가 차단되었으며, 배출권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유인이 감소하였다.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권 시장에 적절하게 반영되고 배출권의 공급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이월 제한을 조속히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향후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월 제한이 완화된다면 단기적으로 배출권 수요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추가 장치가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사전에 설정된 가격단계에 따라 계획된 예비분을 추가적으로 공급하는 시장안정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배출권 가격과 공급을 안정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장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유상할당 업체로 한정되어 있는 경매 참여대상 제한을 완화하여 배출권 거래시장의 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감축경로를 반영한 배출권 총공급량에 대한 장기 계획을 사전에 공고하여 시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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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고는 윤여창, 「저탄소 전환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운영의 개선 방안」, 양용현 편, 『저탄소경제 전환 전략과 정책과제』, 한국개발연구원, 2023(근간 예정)의 내용을 요약 및 재구성하여 작성되었다.

 

1)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연도인 2018년부터 목표연도인 203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은 4.17%로, 기준연도로부터의 연평균 감축률이 1.98%인 EU, 2.19%인 미국, 2.56%인 일본 등 주요국보다 더욱 가파르게 감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2)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배출권 총공급량이 주어지면, 참여업체들의 감축 비용과 외부 경제 여건 등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형성된다. 

3) 이와 더불어, 배출권거래제 참여업체가 K-RE100에 참여할 경우, 이행수단 중 녹색프리미엄을 제외한 직접PPA, 제3자 PPA, 인증서 구매 등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한다. 만약 배출권 가격이 낮게 유지된다면 감축 실적 인정에 따른 혜택 역시 줄어들게 되므로 K-RE100에 참여할 유인이 감소한다.

4) 제3차 계획기간 중 이월은 2021~22년, 2022~23년에는 순매도량의 2배, 2023~24년, 2024~25년에는 순매도량만큼만 가능하다

5) 추가적으로 이월기준이 순매도량으로 변경된 이후, 배출권 가격은 제도적 요인으로 인한 계절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명세서를 작성하여 배출량을 확인하는 매년 3월 이후 배출권 참여업체들은 본인의 배출량을 확인하게 되므로 배출권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동시에 초과 배출권을 다음 해로 이월하기 위해, 배출권을 제출하는 6월까지 배출권을 집중적으로 매도하여 매도량에 연동된 이월 수량을 확보할 유인이 있다. 2020년부터는 해당 시기에 매도가 집중되어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한편, 2022년 11월 24일에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에서는 가격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배출권 이월 신청 및 제출 기한을 8월 10일로 조정하기로 하였다. 다만, 순매도량을 기준으로 하는 이월 제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6) 2021년 인증배출량 대비 거래량의 비율은 EU ETS가 9.15인 반면, 국내 배출권거래제(KAU 기준)는 0.08로 여전히 매우 낮은 상황이다.

7) 거래시장에서 지나치게 많은 물량의 배출권이 유통되는 경우 일정 물량을 다음 해 배출권 경매에서 제외하고, 반대로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유통물량이 부족하다면 계획된 예비분을 시장에 추가 공급하는 방식이다.

8) 예비분을 활용하는 시장안정화 제도에서의 공급곡선은 [그림 2]와 같이 가격에 따라 배출권 총공급량이 우상향하는 형태이다. 반면,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 가격이 변해도 공급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수직적 공급곡선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9) 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가격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공급량 역시 배출권 가격에 반응하여, 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을 통한 효율성 달성이 더욱 용이하다. 

10) 경매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수량이 하나인 단물량 경매(single-unit auction)에서는 2차 가격 봉인 입찰 경매(second-price sealed-bid auction) 등을 통해 경매 참여자들이 본인의 실제 가치로 입찰하도록 할 수 있다. 이 기제의 핵심은 최고 입찰가격을 써낸 입찰자가 자신의 입찰가격이 아닌 2번째로 높은 입찰가격을 지불함으로써 낙찰자와 낙찰가격이 분리된다는 데에 있다. Milgrom(1989)은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입찰하는 다물량 경매(multi-unit auction)에서는 입찰자와 낙찰가격을 분리하기 어렵고, 이 경우 입찰자들이 자신의 실제 가치가 아닌 상당히 할인된 가치로 입찰에 참여할 유인이 있음을 보인 바 있다. 이 균형에서는 낙 찰가가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11) 윤여창(2023)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 경매가격과 거래가격의 차이인 편향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5.28% 로 나타났는데, 이는 EU ETS의 –0.45%, 뉴질랜드 ETS의 –0.97%에 비해 현저히 크다. 

12)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는 경매일을 기점으로 거래가격이 하락하며, 경매시장의 편향이 거래시장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13) 기본적으로 Q0는 각 배출권거래제의 기준 공급량을 의미한다. 뉴질랜드 ETS의 경우, 배출권 가격이 PC에 도달하면 QC-Q0만큼의 예비분(Cost Containment Reserve: CCR)이 공급되는 예비분 공급가격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배출권 가격이 가격하한인 r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도록 공급량이 조절된다. RGGI의 경우 뉴질랜드 ETS 방식에 더하여 배출권 가격이 PE에 도달하면 Q0-QE 만큼의 공급량(Emission Containment Reserve: ECR)이 감소하는 가격단계가 있다. 캘리포니아 ETS의 경우 하나의 가격하한, 두 단계의 예비분 공급가격에 더해서, 배출권 가격이 P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배출권 공급량을 조절하는 가격상한이 운영되고 있다. 가격단계가 많아질수록 우상향 공급곡선의 형태와 비슷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14)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장안정화 제도의 공급곡선은 참여업체들로 하여금 경매에서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현상을 줄인다. 특히 시장안정화 제도의 가격단계가 많아져서 공급탄력성이 증가한다면, 입찰가격을 전략적으로 낮춤에 따라 공급량이 감소하는 페널티가 증가한다. 따라서 시장안정화 제도의 가격단계가 많아질수록 국내 배출권 경매의 낙찰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김남일, 『배출권비용의 전력시장 반영방안 연구』, 에너지경제연구원, 2020. 

배경은 · 유태종 · 안영환, 「배출권거래제 가격상하한제가 배출량 및 감축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량적 연구」, 『자원환경경제연구』, 31(2), 2022, pp.261~290. 

유종민 · 이지웅,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이 배출권가격에 미친 효과」, 『한국기후변화학회지』, 11(3), 2020, pp.177~186. 

윤여창, 「저탄소 전환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운영의 개선 방안」, 양용현 편, 『저탄소경제 전환 전략과 정책과제』, 한국개발연구원, 2023(근간 예정).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2020. 9. 

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Cost Containment Information,” 2022. 

Friesen, L., L. Gangadharan, P. Khezr, and I. A. MacKenzie, “Mind your Ps and Qs! An experiment on variable allowance supply in the US 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 Journal of Environmental Economics and Management, 112, 2022. 

ICAP, Emissions Trading Worldwide – Status Report 2021, 2021. 

Milgrom, P.,“Auctions and Bidding: A Primer,” Th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3), 1989, pp.3~22. 

New Zealand Ministry for the Environment, “Emission unit (NZU) prices and controls,” 2022. 

RGGI, “Elements of RGG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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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KDI FOCUS 2023 Vol.123](2023.7.18.)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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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09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08일 09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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