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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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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7월10일 09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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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으나 교육부총리가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입시에 대해 대통령한테 많이 배운다는 소리를 해 귀를 의심했다. 사교육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잡아 보겠다고 나서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모든 정권에서 문제로 지적하며 해결책을 모색해 왔는데도 사교육 시장은 점점 커져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사실 또한 인식해야 한다.

 

 숙명여고 사건 같은 문제 유출이든, 조민 같은 부정한 스펙 부풀리기든, 사교육과 수능 출제위원 간의 컨넥션이든 교육을 둘러싼 범죄는 철저하게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사교육 문제를 단순히 수능 킬러문항이나 조기에 수능에 대비코자 하는 학부모들을 부추기는 학원들에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고 현실을 모를 뿐 아니라 앞뒤가 뒤 바뀐 판단이다. 

 

 그러니 출제 범위를 공교육 수준으로 좁히고, 난이도를 낮추는 등의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단언한다. 또 사교육 시장의 큰 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압수수색, 세금조사 등의 조치로도 약간의 괴로움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출제의 범위를 어떻게 하든 난이도를 어떻게 하든 성적이 좋은 학생과 낮은 학생이 있기 마련인데 성적으로 줄을 세우며, 불공정을 없애겠다고 성적 이외의 선발 방식을 줄여 가면서 사교육시장을 없애겠다고 하니 어불성설이다.

 남보다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공교육은 신뢰하지 못하고 어찌되었든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성적이 더 낫고 대학교 진학 결과도 좋으니 사교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성적으로 줄 세우고 대학에서 성적으로 선발토록 하는 한 사교육을 없앨 수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몇 가지 논쟁도 설득력이 없다. 

 킬러문항을 없애고 공교육에서 다뤄진 범위로 출제하면 사교육이 줄어들까. 바둑으로 비유를 해보면 1급 이하의 범위에서 출제를 하더라도 어차피 유단자들이 더 빨리 더 잘 풀 것이다. 그러니 다 유단자를 만들기 위해 사교육을 하는 것이다. 약간의 예외는 있을지 몰라도 출제의 범위나 난이도가 어떻든 더  심도 있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더 빨리 더 잘 문제를 풀고 성적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사교육은 입시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도 않다. 체육, 음악, 미술은 말할 것도 없고 영어, 수의 원리, 바둑, 체스, 스피치 등 공교육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육의 수준과 범위를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요즈음 사교육에 몰려드는 젊은 부모들을 바라보면 단순히 입시만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더 나은 인재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확신이 없으니 더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그것도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글로벌 환경에서 교육 받고 아예 그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조기 유학을 시키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다. 

 

 결론은 문항 조정이 아니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처럼 ‘ 앞으로 필요한 능력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철학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학에 성적에 의한 선발을 강요하지 말고 완전한 자율을 줘야 한다. 성적에 의한 대학과 특정 학과의 서열이 없어져야 사교육이 사라질 수 있다.

 그야말로 공교육의 완전한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의 인재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하고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교육해야 한다. 글로벌 미래 인재는 문항조정으로 달성할 수 없다.  

 차제에 디지털과 인공지능을 비롯해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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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7월10일 09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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