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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유럽과 동아시아의 시각 차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7월07일 15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7월07일 09시25분

작성자

  • 임은정
  •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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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1)는 올해 3월 스위스의 인터라겐에서 제58차 총회를 갖고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AR6·The Sixth Assessment Report)」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IPCC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2)의 실행에 관한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을 주임무로 삼고 있는데, 이번에 발간된 AR6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는 인간 활동은 전 지구 지표 온도를 1 8 5 0 ~ 1 9 0 0 년 에 비 해 현 재 (2011~2020년)까지 이미 1.1℃를 상승시켰다. 아울러 동 보고서는 과거에나 현재에나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역, 국가 및 개인에 따른 기여도는 균등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2020년대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전 지구적인 대응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는 선진국에 해당하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개발도상국 사이에 합의를 이루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는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데 있어 국가들의 의무 수준을 선진국에 해당하는 부속서II 국가(총 24개 국)와 부속서I 국가(총 42개국)로 구분하였고, 당시 한국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들은 개도국으로서 비(非)부속서 국가로 분류되어 감축에 대한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다. 그런데 2005년에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발효되기에 앞서 2001년 3월 미국 부시 정부는 교토 체제에서 탈퇴하였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기나긴 논쟁을 극복하고 마침내 참여하는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보편적인 체제를 마련하는 장이 되었다. ‘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인 목표를 세우고 모든 참여국이 2020년부터 5년 주기 이행점검을 통해 점차 노력을 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역시 탈퇴했다. 파리협정은 발효된 지 3년이 지나야만 탈퇴할 수 있기때문에 미국 트럼프 정부는 2019년 11월 4일에 정식으로 유엔에 탈퇴를 통보했고, 그로부터 1년 뒤 미국의 탈퇴가 공식적으로 발효되었다. 이후 2021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일 파리협정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 온 유럽 

 

최대 배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행동이 일관적이지 못했던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그에 비해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에 일관되게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유럽은 산업혁명이 가장 먼 저 발생한 지역이니 만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 적 책임이 크다. 또한 높은 생활수준과 현대화된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해당하는 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배출에 대한 책임은 현재에도 계속된다. 게다가 유럽은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유럽연합 (EU·European Union)의 기후변화 모니터링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는 2022년도 연간 보고서를 통해서 유럽, 중국, 그리고 극동 지역이 세계에서도 가장 심각 한 기후변화를 보였다고 밝혔다. 2022년 유럽의 온도는 1991년부터 2020년 사이보다 기온이 평균적으로 0.3℃가 더 높았는데, 이는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하면 이미 약 1.2℃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들로 유럽의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 수준은 다른 그 어느 지역보다도 높다. EU의 행정부인 EU 집행위원회(EC·European Commission)가 코로나19 팬데믹 중인 2021년에 유럽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3%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96%가 적어도 한 가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하였고, 90%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한다고 했다. 이런 유럽인들의 의식은 소비나 투자같은 경제 활동이나 정치적인 활동에도 투영된다. 예를 들어 2021~22년 전기차 판매 매출을 보면 중국이 압도적으로 1위이지만, 유럽에서의 전기차 매출은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며 중국 다음인 2위를 차지했다. 

 

친환경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녹색 채권(green bond)의 발행도 유럽이 선도적이다. 2022년도 발행 금액을 보면 중국이 854억 달러, 미국이 644억 달러로 1, 2위였지만, 3위인 독일이 612억 달러인데 이어, 네덜란드(267억 달러), 프랑스(248억 달러), 영국(184억 달러) 등 유럽 국가들이 상위그룹에 다수 포진되어 있다. 그만큼 녹색 기술의 발전과 확대를 위한 유럽 국가들의 투자가 크다는 얘기가 된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인 목표를 세우고 모든 참여국이 2020년부터 5년 주기 이행점검을 통해 점차 노력을 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은 개인은 물론 개별 국가, 그리고 지역 전체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 정계에서도 녹색당의 입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1980년 창당된 독일 녹색당(Büdnis 90/Die Grünen)은 2021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 총리를 선출하는 연방선거에서 무려 14.8%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제3당으로 등극하였고, 전체 연방의회 총 735석 중 118석을 차지하며 사민당(SPD·Sozial 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자민당(FDP· Freie Demokratische Partei)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집권당으로서 정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의회(EP·European Parliament)에서도 녹색당은 꾸준히 그 존재감을 키워 왔고 EU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EC가 6대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세운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 지지가 급증한 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받는다. 

 

한편 2020년 6월에 EU가 처음으로 발표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인데, 2022년 2월에는 초안에서 배제한 천연가스와 일부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원자력에 대한 투자를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안이 확정·발의되기도 했다. 또한 EP는 올해 4월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법안을 찬성 487표, 반대 81표, 기권 75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로써 EU로 철강이나 알루미늄 등을 수출하는 전 세계 기업들은 올 10월부터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2026년부터는 이들 제품에 대한 이른바 ‘탄소국경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렇듯 유럽은 개인은 물론 개별 국가, 그리고 지역 전체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차이 

 

이에 비해 동아시아에서는 지역 수준의 통일된 노력이 있지도 않거니와 국내에서조차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충돌하기까지 한다. 

글로벌 조사 네트워크(WIN·Worldwide Independent Network of Market Research)가 2022년에 35개국 시민 약 2만 9천 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 중 89%는 지구온난화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라는데 동의하여, 35개국 평균(83%)이나 일본(77%)에 비해서도 높은 인식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그린피스가 올해 4월 21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에 의하면 국회의원 대부분이 기후위기가 경제위기이자 의정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현재 한국이 내걸고 있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3)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반반으로 나눠졌다. 국회의원 중 49.5%는 이 목표가 충분하다고 응답한 데 반해 나머지 50.5%는 불충분하다고 답한 것이다. 요컨대 한국에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공유되고 는 있지만 그 대응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크게 의견이 나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력 생산의 저탄소화를 위해 대체적으로 원자력발전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유럽과 비교해 볼 때 흥미로운 지점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기존의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고 원자력 비중을 늘리는 것을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있어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국제적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이라는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60 탄소중립 목표를 내건 중국은 이미 55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지만, 현재 23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추가로 45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대만 역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반원전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전력 수급 불안정 상황을 겪으면서 국민 여론이 다시 선회하였고, 2018년 11월에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을 담은 전기사업법의 해 당 조항은 폐기되었다. 

 

이렇게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원전에 집착하는 데에는 유럽과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탈탄소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탈 러시아산 가스를 표방하고 있는데, 올 3월에는 EC가 ‘EU 전력시장 개혁안 (EMD·Electricity Market Design revision)’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개혁안은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고 안전하고 탄력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유럽 지역 내 에너지 가격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이와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유럽이 이렇게 지역 단위로 재생에너지 확충과 전력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데 반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전력을 수급해야 하는 구조일뿐만 아니라 주력 산업 역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제조업이다 보니 에너지 정책에 있어 자체적인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다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원전을 에너지 수급 정책에서 우선순위로 꼽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력생산의 탈탄소화를 추구하면서도 ‘에너지 안보 = 국가 안보’라는 의식이 투영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동아시아가 유럽과는 달리 지역 단위의 에너지 협력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동아시아는 이렇듯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 지역 단위로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산업이나 투자 부문의 변화를 만들고 있느니 만큼,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들도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지역 단위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를 개별 국가가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표준을 함께 구축함으로써 지역 국가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긍정적인 자극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과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앞장서기를 바래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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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 경제학자인 이회성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는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 zation)와 유엔환경계획(UNEP·UN Environ ment Pro gramme)이 1988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이다. 

2) UNFCCC는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United Nations Confe 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을 갖는다 는 원칙에 따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동 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당사국총회 (COP·Conference of Parties)로서 매년 11~12월 즈음 열린다. 

3)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중장기 목표로 내걸고 있으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이었던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하고 있다.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정책 2023-7월호 제40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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