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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막아 버린 '타다'의 혁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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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13일 17시49분

작성자

  • 서정해
  •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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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모빌리티 혁신의 아이콘으로 '타다'의 탄생

 

다음의 창업자이기도 했던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2018년 9월 스타트업 VCNC를 인수하여 이동 플랫폼 서비스인‘타다’를 개발하였다. 이어 10월 8일에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일반 대중에게 선보였다. 타다 베이직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타다 서비스는 ‘인간의 이동권’ 욕망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며 정직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니즈를 충족시켜 이용자로부터 선풍적 호응을 받았다. 경제적으로도 디지털 대전환과 플랫폼 기반 경제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increasing return)로 국민 편익을 증대시켰다. 타다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검찰의 기소

 

그런데 2019년에 들어 타다가 선풍적 인기를 얻자 기존의 택시업계는 타다를 '불법 콜택시'라며 반발했다. 모빌리티 혁신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콜택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급기야 2019년 10월 28일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 김태훈)은 이재웅 쏘가 대표와 박재웅 VCNC 대표, 그리고 쏘카와 VCNC의 두 법인을 기소했다.

 

기소에 대해 스타드업 업계에서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신(新)산업 분야를 검찰이 현행법으로 재단한다는 불만이 폭주하였다. 정부도 검찰 기소에 유감을 표명하였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상생해법이 충분히 강구되고 작동되기 전에 이 문제를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1년 가까이 택시 업계와 스타트업 기업과 두루 논의해 법안을 제출했고, 며칠 후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는 상황에서 (검찰이) 사법적으로 접근한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정부 입장을 고려해 최대한 기소를 미뤘고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사전에 전달했다는 데도 정부가 뒤늦게 검찰 탓만 한다고 했다. 기소 전에 국토부에 타다의 불법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국토부가 판단을 계속 미루자 기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타다’의 검찰 기소에 대한 비판이 너무나 거세지자 정부와 검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게임까지 벌이고 있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각 부처가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정부 부처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고 미래 신산업 육성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조율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기소를 발표한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내놓겠다면서, 법률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정책을 발표한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당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앞다투어 검찰의 기소에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혁신의 꽃봉오리가 꺾이다

 

그 후 2020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내렸다. 무죄였다. 사법부는 타다 서비스를 ‘불법 콜택시’가 아니라 ‘운전기사가 딸린 렌터카 서비스’로 본 것이다. 타다는 모빌리티에서 합법적인 혁신사업이었다. 타다는 서비스 그 자체로는 시민의 생명 안전이나 사회의 질서 안정에 어떠한 부작용과 해악도 가져오지 않는 혁신이었다. 

 

그러나 타타 서비스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택시업계와는 이해관계에서는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혁신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아 간다고 한다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적 편익을 해치지 않고, 금지행위(negative list)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든 혁신은 적극적 행정의 원칙에서 허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해관계 조절은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를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민복(民福)과 소명(召命)을 핵심가치로 하는 공(公, 정부)이 기득권 이해관계 조절을 위해 혁신의 ‘꽃봉오리’를 잘라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타다 기소와 관련하여  당시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타다의 혁신과 관련하여 표면적으로는 대의로 ‘적극적 행정’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행동은 ‘소극적 행정’으로 혁신의 열매가 맺기도 전에 꽃망울을 꺾어 버린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타다금지법’ 발의


모빌리티의 혁신인 타다 서비스에 대해 두 번째 훼방꾼이 나타났다. 검찰 기소 후 아직 1심 판결이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정치권이 나섰다. 국회가 타다 서비스를 편법영업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2019년 10월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택시 제도화를 위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속칭, 타다 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후 이 법은 12월 6일 국회 소관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 2020년 3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3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표결 결과를 보면, 재석 185명 중 찬성 169명, 반대 7명, 기권 9명이다. 당시 정당별 의석 분포를 보면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129석,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117석이다. 여야 진영 가리지 않고 대부분이 이 법안에 찬성한 것이다.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당시 타다의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일자리를 잃을 드라이버들에게 미안하고, 더 이상의 희망 고문을 못 견디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타다 금지법은 공포되었고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4월 8일 정식 시행되었고, 그 후 타다 서비스는 불법이 되었다.

 

타다금지법과 관련하여 국회에서의 발의와 논의 과정, 본회의 표결 결과, 법안처리 기간, 법안 처리시기 등을 살펴보면, 관통되는 공통어는 '포퓰리즘'이다. 타다 금지법은 국회에서 발의되고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소관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했으며,  21대 총선거를 겨우 한 달 앞두고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그리고 “택시 업계의 표심이 두려워 이 같은 처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 되었다. 또 법안 효력 정지의 마지막 보루인 대통령 거부권도 행사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여당이 그토록 내세우던 혁신경제를, 그리고 보수 진영은 늘 최고 가치로 생각해오던 자유 시장 경쟁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2019년 12월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12월 초에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거에서 ‘표 갈라치기’포퓰리즘​에 순응하면 살아남고, 불응하여 국민편익을 외치면 죽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었다. 타타 금지법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되고 1달 후에 치루어진 21대 총선에서 타다 금지법 통과를 주도하여 타다의 베이직 운행을 멈추게 한 의원 대부분은 21대 국회에서 그대로 활동하게 되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한편 타다금지법 통과보다 국민 편익이 우선이라며 반대한 인물들은 불출마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없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모빌리티 분야에서 플랫폼 경제를 이끌어 가고, 국민 편익을 증가시키는 타다와 같은 혁신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또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다. '타다 금지법'과 같이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묶이고 정치공학적 표심에 몰두된 포퓰리즘​으로 국민편익을 증가시키는 알토란 같은 혁신의 싹을 싹뚝 잘라버리는 일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혁신의 싹이 뿌리째 뽑혀, 스스로 혁신 기회를 포기하다.

 

타다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음에도 회사 측에서는 타다 서비스 영업을 선제적으로 중단하였다. 핵심사업인 '타다 베이직'을 2020년 4월 11일부터 종료하였고, 출근 예정이었던 신입사원 입사도 취소했다. 파견 사무직원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또한 3월 13일에는 타다 금지법 국회통과의 책임을 지고 이재웅 사장이 쏘카 대표에서 퇴진하였다. 그리고 5월 1일에는 타다 금지법이 국민 기본권과 기업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도 냈으나, 6월 24일 기각판정을 받았다. 그 후 타다는 택시 호출 시장으로 방향을 틀며 생존하기 위해 애썼지만 적자에 시달렸다. 이어서 결국 2021년 10월 쏘카는 타다 지분과 경영권을 핀테크 업체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넘겼으며, 지금도 매각작업이 진행중이다.

 

이같이 정치권에서 혁신의 훼방꾼이 나타나자 혁신의 과정에서 가장 우려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기업가가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대표의 사퇴는 혁신의 꿈을 산산조각 냈으며, 차량공유(car sharing)와 승차공유(ride sharing)로 공유경제로 이끌겠다던 타타의 담대​한 계획도 무산되었다, 말하자면, 혁신 주체가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출기회를 포기하는 형태로 사태는 전개되어갔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론적 흐름에서 슘페터와 더불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커즈너(I. Kirzer)는 기회 발견이 기업가의 핵심 덕목이라고 했다. 그래서 토끼가 먹이를 찾을 때 귀를 쫑긋하듯이 기업가는 기민성(alertness)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편익도, 소명의식도 아닌 사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혁신의 훼방꾼이 나타나 기업가의 혁신 싹을 뿌리째 뽑아버린 것이 타다 사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불법 콜택시’라는 타다 서비스의 기소로부터 3년 7개월이나 지난 6월 5일, 대법원은 이재웅 쏘카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박재욱 VCNC 전 대표, 그리고 함께 재판에 넘겨진 쏘카와 VCNC의 두 법인도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타다가 불법 콜택시 영업이 아닌 기존에 허용되고 있던 운전자가 딸린 자동차 대여(렌터카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타다 서비스가 세상에 태어난 지 4년 8개월 만에 합법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판결이 나오자 스타트업계에서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타다의 혁신적인 서비스 시도를 막은 정치권과 수사당국의 그릇된 선택을 법원이 단죄했다는 환영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타다 서비스가 불법 콜택시 영업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 셈이지만, 이미 혁신의 꽃망울이 꺾여버렸고, 혁신의 싹이 뿌리째 뽑혀져서 타다와 같은 서비스 재개는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뒤였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이재웅 대표의 이런 말만이 귀전을 맴돌 뿐이다.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

 

한편 타다 금지법 추진에 앞장섰던 민주당 내에서도 자성론은 있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타다의 승소가 국회의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 시대변화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 사례”​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혁신성장을 키우는 비전 제시와 입법 추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뒤늦은 ‘타다 반성문'은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포퓰리즘에 의해 혁신의 꽃봉오리를 싹뚝 잘라버리고, 싹을 뿌리째 뽑아버린 당사자들이 자성과 성찰로 타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하니, 진정성이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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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6월13일 17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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