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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화정책 경로 점검과 국내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6월10일 11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10일 10시59분

작성자

  • 김남종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메타정보

  • 2

본문

 

 <요약>

▶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전례없는 속도로 전개되었던 주요국 통화긴축이 점차 마무리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음.

▶ 특히 미국은 5월 FOMC 회의 직후 시장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및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었던 바 있음.

▶ 실제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권 불안의 영향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이 기조적으로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 및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판단됨.

▶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고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 수요측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는 섣부른 측면이 있다고 평가함.

▶ 국내 시장금리는 물가안정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점차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등 대외부문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

▶ 통화당국은 적절한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에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 조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으며,정책당국은 외환시장의 변동성 관리를 위해 필요시 적기에 스무딩오퍼레이션 등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음.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각국의 유동성 공급, 급격한 재정지출 확대는 단기간에 전 세계적인 물가 급등을 야기하였다.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초기에 그 심각성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였으며 금번 인플레이션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함과 함께 물가상승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급격한 통화긴축이 전개되었다. 미국을 예로 들면, 연준이 2021년 11월 들어 물가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견해를 수정하고, 2022년 3월 금리인상을 개시(상단기준 0.25%→0.5%)하였을 당시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무려 8.5%에 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1)

 따라서, 제로금리에서 겨우 탈피한 통화당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적정 금리수준까지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었다. 유로존과 영국도 유사한 맥락에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인상 사이클에 진입하게 되면서 글로벌 통화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2) 국내의 경우, 2021년 8월에 금리인상을 개시하여 여타 선진국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 대응을 시작하였고, 금년 1월까지 금리인상을 지속해왔다.

 

금년 5월 미국의 FOMC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을 전후하여 그간 숨가쁘게 진행되었던 글로벌 통화긴축 중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경기둔화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주요국제기구들은 성장률 전망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을 전후로 미국의 CPI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나타내면서 시장참여자 및 각국 정책기관의 화두가 물가에서 경기로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배경으로 국가별로 금리인상 중단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하여 금년 들어 캐나다가 3월부터 금리인상을 중단하였고, 우리나라도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이후 발생한 글로벌 은행권 불안은 주요국의 통화긴축 중단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는데, 특히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미국의 통화기조 완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3)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중단을 넘어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고조되었다.4)

이에 현 시점에서 미 연준의 5월 FOMC의 함의와 향후 금리경로 전망을 점검하고 국내 상황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5월 FOMC의 배경과 내용

 

미국은 작년말 인플레이션의 하락 전환을 계기로 연초부터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였다. 그러나, 1월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4%로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물가 이슈가 다시 부각되었고, 이는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상향 가능성으로 이어져 금리인하 기대가 되돌려지고 2월 중 시장금리가 재차 급격히 반등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연준 안팎의 주요 인사들이 추가적인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미국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예상치가 5.5~5.75% 수준으로 상향되고 매파적 기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3월 중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이후 크레딧스위스(CS) 위기,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매각 등 일련의 사건은 연준의 긴축기조 강화 흐름을 완화시킨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들 은행 및 추후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되는 은행들은 대체로 저금리 기조 하에서 자금을 조달한 후 국채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에 투자하였다가 급격한 금리인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대규모의 대차대조표 손실을 입게 된 사례들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금융안정 측면에서 연준이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지속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리 상 · 하방 이벤트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5월 FOMC는 연준의 현재 국면에 대한 평가와 올해 미국의 금리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5월 FOMC의 결과를 요약하면, 25bp 금리인상으로 2022년 금리인상을 개시한 이래 누적 인상폭은 5%p(상단기준 0.25→5.25%)를 기록하였다. 시장과 정책기관들의 관심 대상은 향후 경로에 대한 연준의 시그널이었는데, 전체적으로 완화적인 톤을 전달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는 당초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연준은 가이던스를 위해 사용하는 FOMC 성명서 문구를 변경하였다. 3월 성명서에 비해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들을 삭제하거나 간접적인 표현으로 대체하였으며, 금리인상 누적에 따른 신용여건경색을 명확하게 표현하였는데,5) 이는 SVB 사태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파월 연준의장도 5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문구 수정이 의미있는 변화라고 인정함으로써 추가 통화긴축 압력이 낮아졌음을 시사하였고, 6월 FOMC에서는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향후 금리경로 결정요인에 대한 평가와 전망

 

 5월 FOMC의 기조가 완화적으로 변화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실물경기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6) SVB 사태의 여파가 상당 기간 추가적인 긴축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SVB 파산은 은행이 대차대조표 손실을 입게 되자 그로 인해 예금자들이 은행의 예금 지급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되어 집중적으로 예금을 인출하는 전형적인 뱅크런(bank run)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저명한 금융경제학자인 Darrell Duffie 교수에 따르면, 다수의 은행들이 SVB와 같이 장기물 채권 보유량이 많아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평가손실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러한 잠재적인 미실현 손실 규모는 6천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7)


 또한, Duffie 교수는 온라인뱅킹 및 모바일뱅킹의 증가와 관련 기술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이번 뱅크런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는점을 강조하는데,8) 실제로 그런 점에서 비은행권 부실에서 시작되어 MMF런 등으로 확산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전개양상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9) SVB 사태 이후 예금이 중소은행들에서 대형은행 및 MMF로 빠르게 이동하였고,10)  예금확보가 어려워진 일부 은행들은 대출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SVB 사태 이후의 금융여건 변화는 금융안정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금리인상 없이도 실물경기를 위축시키는 긴축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향후 연준 통화정책 경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빨리 목표수준으로 회귀하느냐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동향을 보면, 큰 틀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4월 기준 전년동월대비 CPI 상승률은 4.9%로 작년 6월 9.1%로 정점을 지난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고, PCE 상승률도 작년 6월 7.0%로 정점을 찍은 후 4월 4.4%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공급측면에서 인플레이션 급등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글로벌 공급망 압력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글로벌 공급망압력지수에 따르면 많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지속적인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어 지정학적 요인들에 의한 변동 가능성을 제외하면 추세적으로는 불안정한 시기를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접어든 후에도 강한 하방경직성을 나타내면서 기대만큼 빠른 하락 속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최근의 수치인 4월의 PCE 및 근원 PCE 상승률이 각각 시장예상을 상회하는 4.4%(3월 4.2%), 4.7%(3월 4.6%)를 기록하면서 재차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관련 연구들은 코로나19 이후 촉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이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총수요와 산업별 수요 충격의 영향, 산업별로 이질적인 가격경직성 및 임금탄력성을 비롯한 다양한 마찰요인(frictions)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증폭효과와 그 과정에 내재한 비선형성(non-linear effects)11)은 초기에 인플레이션 지속성에 대한 연준의 판단착오를 야기한 원인이 되었고, 감염병 관련 보건상황 개선에 의한 격리해제나 공급망 압력 완화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이 원래 수준으로 회귀하는 데 높은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첫째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재정지출과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개인저축의 급증은 인플레이션 급등의 주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2020~2021년 중 재정확대에 따른 초과저축이 코로나19 이전 기준 추세 대비 약 2.1조 달러에 달하였다고 추산하였다.12)

 불러드 총재에 따르면, 동 수치는 이후 4~5천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하였는데, 이는 분명히 향후 총수요 압력의 완화를 기대하게 하는 유의미한 변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초과저축이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의 예상치 못한 급등에는 이른바 서비스에서 재화로의 수요이동 충격(demand shift shock)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13)

 미국의 개인소비지출 중 재화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말 31%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서비스에 비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었는데, 동 비중이 2021년 중 35% 수준까지 급격히 상승 반전되었다.14) 15)  Ferrante, et al.(2023)의 연구는 이러한 수요이동 충격이 상품 섹터와 서비스섹터 간 고용비용 등 생산비용과 생산량 조절 능력의 차이를 통해 전체 물가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재화로의 수요이동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서비스 업권은 가격을 내리기보다 서비스 물량을 감소시키는 대응을 하게 되는 반면, 상품 섹터는 쉽게 생산량을 증가시키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동 논문은 모형 분석을 통해 이러한 수요이동 충격의 효과가 산업간 연관관계(input-output linkages)를 통해 증폭되는 것을 보였으며,16) 그로 인한 코로나19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효과가 3.5%p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17)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이번 인플레이션 상승이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비선형성이 존재함으로 인해 물가가 원래 수준으로 회귀하는 시점과 경로 및 소요기간 등을 파악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근원물가상승률 등 보다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를 나타내는 측도들을 보아도 이들 수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레벨이 높고 하락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중론이다.18)


 종합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향후 하락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하락속도가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관련 불확실성도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볼 때, 금년 중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점차 마무리 단계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인상이 중단되더라도 빠른 피봇(pivot)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된다. 따라서, 연방기금선물 가격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는 현 시장의 기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19)

 

국내 상황과 시사점

 

우리나라 또한 작년 중 통화긴축 가속화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하였으나, 금년 초부터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시경제 여건을 보면, 성장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주요 기관들의 금년 성장률 전망이 대폭 하향조정 되었고,20) 물가는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7%로 14개월 만에 3%대를 기록한 후 5월에 3.3%로 하락하면서 그간의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대내여건과 미국의 금리인상 마무리 가능성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며, 물가 및 미국 금리경로에 대한 베이스라인 전망에 큰 변동이 없다면 국내 시장금리도 하반기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경로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본 전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한미 금리차 확대에 의한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5월 금리인상의 결과로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폭은 역대 최대 수준인 1.75%p로 확대되어 있는 상황이며, 만약 그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순투자가 급감하는 국면이 전개될 경우 상당한 금리 상방 압력 및 금융 · 외환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단순 금리차보다 스왑시장에서 환율변동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스왑레이트까지 고려한 차익거래유인의 영향을 받는 측면이 크고,21) 그 외에도 거시펀더멘털의 차이, 글로벌 금융사이클 변동, 금융인프라 수준, 대외건전성, 투자주체별 목표투자시계(investment horizon) 및 투자목적 등 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학계나 시장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펀더멘털 및 금융안정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지난 세 차례의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사례들에서도22)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이 크지 않았으며, 오히려 유입되는 사례도 있었다는 점도 이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국내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을 보면, 연초 공공자금을 중심으로 상당규모의 채권자금 유출이 있었지만, 이후 다시 순유입 전환이 이루어지며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들도 존재한다. 현재의 한미 금리역전 국면은 과거의 사례들에 비해서도 역전폭이 크다. 또한, 전술한 대로 연내 미국 정책금리의 빠른 피봇의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하방경직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의 금리 역전폭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대내외 여건이 빠르게 경색되고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이러한 금리 역전 상태와 맞물려 외국인자금의 급격한 유출 전환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과거의 한미 금리역전기에는 경상수지가 상당규모의 흑자를 기록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현재의 경우 올해초부터 누적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대외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잠재적인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예컨대, 국내 경상수지 부진으로 지속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 기대가 형성되거나 작년과 유사한 신용경색 이벤트 발생으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또는 글로벌 은행권 불안 등으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경우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문헌을 통해 제기되는 비기축통화국 ‘원죄의 귀환(original sin redux)’ 이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대상국의 자국통화표시 국채를 보유하는 경우에도 달러상승기에 여전히 해당 국가의 국채가격 하락 및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 리스크가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23) 또한, 이 경우 해당 국가의 환율 상승 및 변동성 확대는 그러한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 통화당국은 시장에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조성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고 한미 간 금리역전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상방 압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국면이 전환될 경우 변동성 확대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통화당국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지난 2월부터 유지하고 있는 가이던스대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동결기조를 당분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24)

또한, 필요시 적절한 스무딩오퍼레이션 개입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시키고, 작년과 유사한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등 충분한 금리인하 여력이 확보될 때까지 금융안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최근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25) 및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국채통합계좌를 통한 외국인의 국채 투자 지원 등의 시장접근성 개선 노력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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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다수의 연구들에 의해 당시 연준의 판단착오 및 인플레이션 대응 실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실제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상승률(y.o.y)은 2020년말 1.5% → 2021년말 5% → 2022년말 4.6%의 진행경로를 보였지만, 2021년 9월에도 연준 경제전망요약(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SEP) 상에서는 2021년말 3.7% → 2022년말 2.3%의 현저히 낮은 경로로 예측되는 등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황 인식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연준의 대응 지연 및 관련 난맥상에 대한 비판은 Mickey Levy의 The Fed: Bad Forecasts and Misguided Monetary Policy, Hoover Institution, 2023.5.12를 참조하기 바란다.

2) 영국은 2021년 12월에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하였고, 유럽중앙은행(ECB)은 2022년 7월에 빅스텝 인상으로 11년 만의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였는데 , 당시 영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11월, y.o.y.), 유로존은 8.6%(6월, y.o.y.)까지 상승한 상황이었다.

3) 최근 유로존과 영국에 대해서도 통화완화의 기대가 강화되었지만,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각각 7.0%(4월), 10.1%(3월)에 달해 미국보다 금리인상의 여지가 더 남아있다는 예상이 우세하였다.

4) 5월 FOMC 직후의 CME FedWatch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내재된 확률분포를 보면, 이전에 비해 좌측으로 많이 이동하였고, 연내 금리인하 확률을 100%에 가깝게 나타내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월말 4월 PCE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상회한 후 (현재의 상단 5.25% 대비) 연내 금리인하 확률은 5월 31일 기준 약 51%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낮지 않은 수준이다.

5) 은행권 사태와 관련하여 3월 성명서의 “최근의 변화는 가계와 기업의 신용여건을 경색시키고 경제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의 문장이 “가계와 기업의 경색된 신용여건은 경제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음.”으로 변경되었음

6) 미국의 2023년 4월 OECD 경기선행지수는 98.44로 2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7) ‘Here's What to Know if You're Worried about Whether Your Money is Safe in the Bank’, Time, 2023.3.13

8) ‘SVB and Beyond: Regulating for liquidity’, Darrell Duffie, Hoover Institution, 2023.5.12

9)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의 뱅크런에 대한 자세한 이론과 설명은 Gertler·Kiyotaki·Prestipino의 ‘Wholesale Banking and Bank Runs in Macroeconomic Modeling of Financial Crises’, Chapter 16, Handbook of Macroeconomics, Volume 2B, 2016을 참조

10) ‘Money market funds swell by more than $286bn amid deposit flight’, Financial Times, 2023.3.27, ‘US Money Market Funds post bank turmoil’, IMF, 2023.5.17

11) 경제변수의 변동을 야기하는 다양한 충격 요인(shocks)과 해당 변수와의 관계가 단순한 선형적 결합 관계가 아닌 복잡한 비선형적 함수에 가까울수록 변동폭 및 변동을 야기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12) James Bullard, ‘The Monetary-Fiscal Policy Mixand Central Bank Strategy’, Hoover Institution at Stanford University 발표자료, 2023.5.12

13) Ferrante, Graves, and Iacoviello, ‘The Inflationary Effects of Sectoral Reallocation’, Federal ReserveBoard, 2023.2., diGiovanni, KalemliOzcan, Silva, and Yildirim, ‘Global Supply Chain Pressures, International Trade, and Inflation’, NBER Working Paper Series, 2022.7

14) 동 비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세적으로 하락해왔고, 2021년의 고점은 2000년대초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수요이동 충격에 해당하는 이례적인 변동폭으로 볼 수 있다.

15) 이러한 수요이동 충격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및 격리가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Ferrante, et al.(2023)은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재정지출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16) 동 논문에 따르면, 상품생산 산업 중에서도 예를 들어 최종소비재를 생산하거나 다른 산업에 있어 비중이 높은 중간재를 생산하는 섹터, 유연한 가격조정이 가능한 섹터의 경우 가격상승폭이 커지는데, 이들 섹터를 통해 본문에 서술한 수요이동 충격의 영향이 극대화된다.

17) 수요이동 충격 외에도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으로 인한 총노동공급 감소 충격 등 다른 요인들의 영향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이다.

18) 4월의 전년동월대비 근원 CPI 상승률과 근원 PCE 상승률은 각각 5.5%, 4.5%인데, 정점을 지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 하락 속도는 빠르지 않다. 근원 PCE 상승률을 예로 들면, 고점이었던 2022년 2월의 5.4%에 비해 불과 82bp 하락한 수치이고 인플레이션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던 2021년 3월의 2.0%에 비해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그 외 인플레이션 추세의 보수적인 측도로 알려진 클리블랜드 연은의 조정평균 CPI 물가상승률(trimmed-mean CPI)과 댈러스 연은의 조정평균 PCE 물가상승률도 각각 6.1%, 4.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 5월 17일 기준 CME FedWatch의 연말 금리 확률분포에서는 연내 인하 확률이 약 95%, 2회 이상 인하할 확률도 약 74%에 달하고 있다.

20) 금융연구원은 5월 9일 금년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하향조정하여 국내 주요기관들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하였고, IMF는 1.5%, 한국은행은 1.4%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전망들은 작년 성장률인 2.6%에 비해 대폭 낮아진 수치이다.

21) 통상적으로 스왑베이시스(통화스왑금리(CRS)-이자율스왑의 고정금리(IRS))의 마이너스폭이 크면 차익거래유인이 크다고 이해할 수 있다.

22)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의 기간들에 해당한다

23) 전통적인 비기축통화국의 원죄(original sin) 문제는 달러표시 부채 조달로 인한 자국통화표시 자산과의 통화불일치(currency mismatch)에서 기인한다. 이에 반해 ‘원죄의 귀환(original sin redux)’은 비기축통화국들이 자국통화표시 부채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전통적인 통화불일치 문제에서는 자유로워지지만 그 반대급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상승기에 해당 비기축통화국의 자국표시채권에 대한 위험회피가 높아질 수 있게 되는 문제를 의미한다. 동 문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Bertaut, Bruno, and Shin, ‘Original Sin Redux’, Working Paper, 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 2022.4.26, Onen, Shin, and von Peter, ‘Overcoming original sin: insights from a new dataset’, BIS Working Paper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23.2, 송민기, ‘환율의 예측 불가능성과 원죄의 귀환(original sin redux)’, 금융브리프, 한국금융연구원, 2023.5.13, 이아랑·나승호·채동우, ‘자본이동 및 환율 변동성에 대응한 통합적 정책체계 논의와 시사점’, 한국경제포럼, 2023 등을 참조하기 바란다.

24) 연합인포맥스 , ‘이창용 "금통위내 3.5% 동결 1명, 3.75% 가능성 열어둔 5명"(상보)’, 2023.2.23, 연합인포맥스, ‘이창용 "이창용 "금통위원, 시장 완화기대 과한 것으로 생각"(상보)’, 2023.4.11

25) 관계기관 합동,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20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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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2권 11호​](2023.6.9)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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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10일 11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10일 10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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