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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류, 50년 후에도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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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1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7일 10시23분

작성자

  • 강찬수
  • 중앙일보 국장,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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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후쿠시마 사고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것을 두고 국내에서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심각한 오염이 우려된다며 적극적으로 방류를 막으려는 쪽과 이에 맞서 일본의 방류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과학과 정치가 뒤엉킨 논쟁은 판단을 흐리게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한다.

이제는 어느 것이 옳고 어느 주장이 그른지를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과 정치를 분리해서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이 정부가 가진 딜레마도 해결할 수 있고, 제대로 이 문제에 대처할 수도 있다.


방류 기준의 10배 ‘오염수’


여러 논쟁 중에서 우선 처리수냐, 오염수냐 하는 시비부터 살펴보자. 후쿠시마 사고 현장 지하수에는 60여 가지가 넘는 방사성 핵종이 있고, 방사능 수치도 아주 높다. 이를 도쿄원전에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측에서는 ‘처리수’라고 한다. 하지만 그 처리한 물도 방사능 수치가 L당 62만 베크렐(Bq)에 이른다. 일본의 방류 허용기준 6만Bq의 10배가 넘는다. 이걸 그냥 방류하면 불법이다. 그래서 처리수가 아니라 오염수가 맞는 말이다. 한국 입장에서 이를 굳이 처리수라고 할 필요는 없다.

일본 측은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바닷물로 1500 Bq 아래로 희석해서 내보내겠다고 한다. 기준치보다 낮게 희석해서 방류하면 문제가 없을까. 비 올 때 공장에서 폐수를 내버리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 당연히 처벌된다. 환경오염 예방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임은 분명하다.

 

논쟁은 오염수를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로 번졌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초청한 ‘석학’이란 사람(영국 옥스퍼드대 웨이드 앨리슨 명예교수)은 이런저런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1L, 나아가서는 10L라도 마시겠다고 장담했다. 오염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물 권고기준인 1만Bq의 60배가 넘는다. 당장은 마셔도 탈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먹어도 된다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사실 삼중수소가 아닌 플루토늄-239라면 L당 1Bq만 넘어도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거다. 여당에서는 이런 앨리슨의 발언을 옹호했는데, 너무도 비과학적이었다. 그를 초청했던 원자력연구원조차 앨리슨의 말은 자신들의 입장이 아니라고 발을 뺐다.

 

후쿠시마 해역은 위험할 수도


다음은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하면 위험한가 하는 논쟁이다. 이것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 방류를 하는 후쿠시마 앞바다 상황과 한반도 주변 해역 상황은 다르다.

일단 일본 주장대로 삼중수소만 있고, 그 농도로 희석해서 방류한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려를 낳고 있는 것처럼 AL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그래서 오염수 속에 삼중수소 외에 다른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중국 쪽에서 나온 최근의 논문을 보면 후쿠시마 앞바다 물고기들에 생물농축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생물농축(Biomagnification)은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가면서 급격하게 체내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삼중수소 외에 세슘-137 등 다른 핵종이 있는 경우, 오염된 물고기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사람에게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중국 논문 내용이다. 이 때문에 ALPS가 고장 없이 잘 작동하는지, 후쿠시마 주변 생물에 대한 환경영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후쿠시마산(産) 수산물의 수입에 신중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 바다 영향은 미미


그렇다면 오염된 바닷물이 해류를 타고 한반도로 올까. 한반도 주변으로 오는 것은 맞다. 얼마 전 일본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바다로 배출된 세슘-134가 북태평양을 돌고 돌아서 10분의 1로 희석돼 홋카이도로 돌아온 게 확인됐다. 2012년 일본 동쪽 근해에서는 세슘이 L당 0.008~0.01 Bq이었고, 2015년 미국 서부 연안에서는 0.006 Bq까지 측정됐다. 알래스카 인근 베링 해에서는 2017년 0.0005~0.001 Bq, 2018~2020년에는 0.001~0.002 Bq로 측정됐다. 2020~2022년 홋카이도 남동쪽 도토 외해에서는 0.0007~0.0011 Bq로 나타났다. 베링 해에서 홋카이도로 접근하면서 약간 감소했다.

 

이와는 별도로 사고 이후 시간이 지난 다음 동해에서도 세슘-134가 검출됐다. 대마도를 지나는 아열대 쓰시마 난류에서 2018~2021년 사이 0.0005~0.0008 Bq/L 범위였다. 참고로 세슘은 반감기가 2.06년으로 짧아 후쿠시마 사고 때 방출된 것만 검출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대신 희석되고 이동하는 과정을 10년 이상 추적할 때는 반감기가 짧은 것을 계산에 반영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방사성 물질 농도가 아주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쿠시마에서 희석 방류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연안으로 온다고 해도 아주 농도가 낮을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약 1㎞ 앞바다에서 삼중수소를 매년 22조Bq씩 방류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해양과학기술원 등은 오염수 방류 개시 후 10년 뒤에 제주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바닷물 1L당 0.000001 Bq로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배경농도인 0.172Bq/L의 1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염 물고기 회유 여부는 조사 필요 


여기서 살펴봐야 할 것은 국내 원전에서 방출하는 삼중수소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발간한 ‘2021년 원자력발전소 주변 환경방사능 조사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원전에서 대기와 해양으로 배출한 방사성 물질은 방사능으로 따져 모두 402조1000억 Bq에 해당한다. 대기로 배출된 것이 171조5000억 Bq, 바다로 배출된 것이 230조6000억 Bq이다. 국내 원전이 바다로 배출한 양이 후쿠시마에서 매년 내보낼 양의 10배가 넘는다.

물론 원전에서는 해양으로 배출할 때 냉각수에 섞어 배출하는데, 원전별로는 L당 연평균 1.7 Bq(한빛)에서 10.5 Bq(월성) 수준으로 배출한다. 국내 방사성 물질 배출관리 기준인 4만 Bq/L보다는 훨씬 낮고, 후쿠시마 희석 방류수보다도 낮다. 이런 점에서 일본 후쿠시마 방류수가 국내 연안 생태계에 눈에 띄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부수적인 논쟁이 있다. 후쿠시마의 오염된 물고기가 한반도 해역으로 와서 우리 어부에게 잡힐 것이냐 문제다. 당연히 후쿠시마 물고기가 한반도 주변으로 올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 대해 정확한 연구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주변에서 오염된 물고기가 발견된 사례는 더러 있지만, 그 물고기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게 한반도까지 오는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오염된 물고기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물론 30년, 50년 계속 방류를 할 경우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해야 한다.

 

세포 내 삼중수소는 위험


그렇다고 삼중수소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가 방사성 원소인 세슘-137보다 더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했지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린피스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 생물학과의 티머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는 저(低)에너지여서 외부에서는 피부도 투과하지 못하지만, 생물 체내에 들어가면 고(高)에너지 감마선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삼중수소 원자는 보통의 수소 원자 대신 물 분자에 편입될 수 있고, 체내로도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는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등에 손상을 미치는 정도를 보여주는 생물학적 효과비(Relative Biological Effectiveness, RBE)가 세슘-137의 2~6배라는 점이 여러 문헌에서 확인된다는 것이다. 무쏘 교수의 논문은 미국 환경보호국(EPA) 문헌을 인용한 것이다. 따라서 삼중수소의 위험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유엔해양법협약 위반 가능성


그렇다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그냥 바라보면 되는 것일까.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환경오염 예방이라는 원칙에 비춰보면 방치하기 어렵다.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하게 된다면 이는 원자력 산업에서 전례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에 역행하는 사건이다.

원자력 사고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 원자력안전협약(CNS), 런던투기협약 및 그 의정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여러 협약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상충할 수 있다. UNCLOS 제1조는 ‘해양 오염’을 “해양 오염의 기존 및 신규 원인”으로 언급하고, 유해한 영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 또는 에너지를 포함한다. 이에 따르면 오염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협약 적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특히 194조에는 해양 환경오염에 직면할 때 당사국은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그러한 오염을 방지, 감소 및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당사국은 ‘최선의 실행 가능한 수단을 사용’하고, ‘능력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탱크에 저장한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5가지 정도의 옵션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싼 방법인 방류를 택한 일본 도쿄전력에 대해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의 딜레마


미국-일본과 가까워져야 하고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윤석열 정부로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문제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덮어둘 수 만은 없다. 바로 중국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가동 원전 규모에서 조만간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고, 현재 추세라면 세계 1위가 될 날도 멀지 않다. 원전 대부분은 산둥성을 포함한 동부 연안에 몰려있다. 만일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 가까운 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의 공기, 서해의 바닷물도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일본 후쿠시마 방류에 대해 원칙과 다르게 접근한 선례를 남긴다면 이후 중국 원전에서 벌어질 만일의 사태에서도 우리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후쿠시마 방류로 인한 해양오염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제법의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국제법에 근거한 대응과 병행해서, 국제법 대응을 무기 삼아서 일본을 압박해 오염수 방류에 한국 정부가 개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오염수 방류가 이뤄질 경우 향후 30년~50년 이어질 것이고,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ALPS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희석과 방류설비에 문제가 생길 것인지 알 수 없다. 해양오염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도 그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필요하면 강력하게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정부 내에도 후쿠시마 방류를 감독하는 ‘위원회’라는 게 있을 것이고, 적어도 그 위원회와 같은 수준의 자료를 우리 정부도 받아보고,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중 미세먼지 사례 짚어봐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중국 발(發) 미세먼지 사례다. 국내 오염이 더 중요하더라도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대기오염 물질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자국 내 대기오염 배출에 대해 한국이나 일본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했고, 지금도 탐탁찮게 생각한다. 우리는 중국에게 오염을 줄이라고 촉구하는 등 외교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세 나라 환경 장관이 만나 논의도 하고, 자료도 교환하고, 공동연구도 진행해왔다. 그 사이에도 중국이 늘 협조적인 것은 아니었다.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반대하기도 했다.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한국은 중국 도시의 대기오염도 자료를, 부문별 배출량 자료를 받아보고 있다.

 

지난번 후쿠시마 정부 시찰단 성과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처음부터 시찰단의 한계는 분명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시찰로 끝낼 수는 없다. 이번 시찰 때 발견한 문제점을 파고들어 일본에 개선을 요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ALPS 흡착재는 8000톤 처리할 때마다 교체한다면, 16일마다 흡착재를 교체하는 꼴인데, 이런 상황에서 처리한 오염수 속의 60여 개 방사성 핵종의 농도를 1년에 한 번만 측정해도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 최종 방류하기 전에 방류수에서 삼중수소 외에 세슘이나 탄소 등의 농도를 측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우리의 이러한 요구 사항이 제대로 개선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2차, 3차 시찰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필요하면 앞으로 30년, 50년 후까지도 매년 몇 차례씩 시찰단을 보낼 각오도 해야 한다.

 

정치와 과학의 조화가 필요


지금까지 과학적인 면에서 하나하나 따졌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 자체는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계획대로 희석 방류할 경우 바닷물이 한반도로 흘러와 한국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후쿠시마 물고기가 수입되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후쿠시마 물고기가 한반도로 오는 데 대해서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이제 다시 과학과 정치가 만나야 할 때다. 쓸데없는 논쟁이나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시민단체가 둘로 나뉘어 싸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야당·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정부·여당은 국제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 그래서 3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 그리고 후쿠시마 상황을 계속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 상호 비방을 할 때가 아니다. 정치와 과학의 조화, 여·야의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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