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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의 처분자유, 제한해야 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6월0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3일 12시13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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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헌법재판소는 유류분제도의 위헌성을 놓고 공개변론의 장을 열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특정 상속인이 보장받는 일정 비율의 상속재산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피상속인이 살아생전에 유언장을 통하여 상속재산을 상속인 중의 한 명에게 몰아준다든지, 모든 상속재산을 공익법인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미리 작성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일정 부분의 재산을 각각의 상속인에게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 제1112조는 상속인의 유류분에 대하여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남겨두라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속인이 어머니와 아들과 딸이 있다고 가정 해보자. 아버지는 유언장을 남겼는데 유언장 내용에는 자기의 상속재산을 아들에게 모두 상속하겠다는 내용을 적어 놓았다. 이 경우 유언장 내용대로 상속재산을 분배한다면 아들은 100%, 배우자와 딸은 0%를 상속 받게 된다. 이는 평생을 같이 살아온 배우자나 딸의 상속기대권에는 전혀 부응하지 않게 되어 불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민법의 유류분제도는 배우자와 딸에게 각각 법정상속분인 3/7과 2/7의 50%인 3/14, 2/14의 유류분을 남겨줌으로써 만약 아들이 아버지의 유언대로 상속재산을 전부 가져갔다면 배우자와 딸은 아들에게 유류분 반환소송을 통하여 유류분에 못 미치는 부분을 청구할 수 있다. 아버지의 의도는 아들에게 14/14, 배우자와 딸에게는 0/14의 상속재산을 분배하는 것이었지만 유류분제도는 아들에게서 5/14를 가져와 배우자와 딸에게 3/14과 2/14의 상속재산을 확보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아무리 배우자와 딸이라고 하더라도 피상속인의 재산을 피상속인의 의도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유류분이 보호하는 법익은 무엇인가? 현행 민법의 유류분은 1977년 도입된 제도로서 도입 취지는 공동 상속인들 간 편중된 상속재산의 분배를 막자는 것이었다.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의 시대 분위기는 출가한 딸에 대하여 ‘출가외인’이라는 명분으로 상속을 안 하려고 했고, 집안의 제사를 책임지던 장남에게 많은 상속재산을 남겨주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아들이 아닌 딸에게는 상속재산이 거의 분배되지 않았고 장남이 아닌 차남이나 삼남의 경우 장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속재산이 적게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법정 상속분의 1/2이라도 확보하게 해 주는 것은 상속인들간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라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가족 전체가 같이 농사를 지어 가족이 같이 모은 집안의 재산이라는 “가산” 개념이 받아들여져 가산의 형성에 같이 노력한 가족 구성원들의 상속지분을 피상속인이 마음대로 처분하는데 일정한 제약을 두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시대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이 되고 가족구성원들의 재산축적은 분가된 각 가장과 그 배우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핵가족하에서 형제들은 접촉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각각의 종사하는 직장의 위치에 따라 거주환경이 결정되어 가족 공동체의식도 많이 없어 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장남이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옅어졌으며 아들과 딸에 대한 차별도 일반적이지 않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면 피상속인의 의도대로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법에서 정한 대로 일정 부분의 상속재산의 처분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다. 이러한 것이 최근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위헌판단의 필요성에 대한 불을 지폈다.

 

 피상속인을 봉양하기는커녕 생전에 부모자식의 인연을 끊고 살았던 자식의 유류분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지, 피상속인이 생전에 모은 재산을 상속인이 아닌 공익법인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법이 참견을 해야 하는지, 이런 이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피상속인이 판단하기에 상속인들간의 재산분배를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후 국가가 이에 대한 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 될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국가의 유류분 제도에 대한 내용에 확연한 차이가 난다. 우리와 같이 강한 유류분제도는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의 특징이며 유류분제도의 존재 의미에 대하여 약하게 보고 있는 국가가 영미법계 국가이다. 

 

 어느 쪽 논리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시대 상황에 맞는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유류분제도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의 처분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상속인의 편중된 상속재산분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상속재산도 피상속인의 소유재산이라면 상속재산의 처분권에 대한 제한에 대하여 상속인의 생존권보호가 현재 시점에 특별한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유류분 위헌 판단의 요체는 민법 제1112조부터 제1118조에서 규정하는 유류분의 내용이 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 제23조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데 있다. 유족의 생존권보호라는 가치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처분권을 제한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유류분은 상속이라는 사회문화적 시스템 하에서 상속인 간 재산분할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결국 돈의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상충이 첨예하여 법 개정 방향에 대한 합의를 구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하지만 가족단위로 재산이 증식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기여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배우자는 별개로 하더라도 재산증식 기여의 개연성이 낮은 자식이나 형제자매에게 까지 유류분을 남겨두라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가족의 일에 정부가 지나친 개입을 하는 것이다. 상속재산도 피상속인의 소유권이라는 강력한 물권의 영역에 있는 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어떻게 처분할 것인 지에 대한 생각이지 현재의 상황에 맞지 않는 상속인의 생존권보호라는 가치가 아니다. 소유권자인 피상속인이 가지는 의도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유류분제도가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 위헌요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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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6월03일 12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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