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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가능화폐(Programmable Money)의 이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3월2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25일 11시53분

작성자

  • 이명활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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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 요약>

► 프로그램가능화폐는 스마트계약으로 불리는 사전에 합의 혹은 지정된 조건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 내에 프로그램화되어 조건 충족 시 계약 내용대로 자동적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디지털화폐를 의미함.

► 스마트계약이 탑재된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할 경우 개인,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들은 중개기관 없이도 각자의 사용 목적에 특화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화폐를 생성하여 거래당사자 간에 직접 P2P 방식으로 거래가 가능함. 

► 프로그램가능화폐가 실생활에 도입되면 에스크로 기능, 지역화폐 발행, 보조금의 효율적 지급 및 사용처 제한과 간접세의 직접 징수 등이 가능해지는 등 지급결제시스템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됨. 

► 향후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유력한 디지털화폐 후보로 현재 CBDC와 준(準)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거론되고 있음.

 - 프로그램가능화폐 구현이 가능하도록 스마트계약을 탑재한 CBDC 2.0에 대한 실험 및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차원에서 실제 도입ㆍ통용되기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전망임. 

 - 반면 민간이 발행하는 준(準)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주요국에서 발행 관련 규제체계가 정비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발행 및 유통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됨. 

►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은 P2P 특징과 스마트계약을 탑재한 프로그램 가능 디지털화폐로서 향후보다 진일보한 혁신적인 기능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민간 지급결제서비스사업자들이 다양하고 혁신적인 부가 기능을 접목시킬 경우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에 일대 변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

 

최근 경제 및 금융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 진전되면서, 향후 화폐의 디지털화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화폐 후보가 대두되고 있으나, 실생활에서 사용될 미래의 디지털화폐는 법정화폐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발행 준(準)화폐인 법정화폐담보형 스테이블코인1) 중심으로 재편ㆍ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전자화폐2)가 주로 발행기관에 집중화된 원장에 기반한 계정형 형태를 취하는 반면, 디지털화폐는 일반적으로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에 기반을 둔 토큰형 형태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되는 전자화폐 혹은 전자지급수단과 미래의 디지털화폐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프로그램 기능이 내재화된 프로그램가능화폐(programmable money)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프로그램가능화폐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존 전자화폐와는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차이점을 살펴보고, 프로그램가능화폐가 활용 가능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울러 향후 프로그램가능화폐의 도입 및 발전 전망과 시사점도 도출해 보고자 한다.


프로그램가능화폐의 정의

 

프로그램가능화폐는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으로 불리는 사전에 합의 혹은 지정된 조건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 내에 프로그램화되어 조건 충족 시 계약 내용대로 자동적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디지털화폐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상거래시 상품구매자인 송금인에 의해 사전에 설정된 ‘주문상품 도착’ 시 대금결제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면, 디지털화폐가 자동적으로 수취인에게 송금되어 지급결제가 완료되도록 하는 경우가 이와 같은 프로그램가능화폐 기능에 해당된다 하겠다.

 

그런데 이와 같은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기능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자화폐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차이점은 기존에는 이와 같은 기능을 은행 등과 같은 제3자인 중개기관을 통해 의뢰할 때만 이용 가능했던 반면,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경우에는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계약 탑재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하여 P2P 방식으로 직접 실시간으로 송금하는 것이 가능해져 거래의 효율성이 제고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기존 전자화폐의 경우와는 달리, 스마트계약이 탑재된 프로그램가능화폐 기능을 이용할 경우 개인,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들은 중개기관 없이도 각자의 사용 목적에 특화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화폐를 생성ㆍ사용할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램가능화폐의 작동 메커니즘

 

기존의 전통적 금융시스템 하에서 전자화폐는 발행기관에 집중화된 원장 혹은 데이터베이스와는 별도로 전자화폐 사용자에게 부가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이를 이용하여 ‘주문상품 도착’ 시 대금결제라는 특정 서비스를 요청할 경우 이를 반영하여 지급 및 결제 서비스를 완결하고 집중화된 원장에 최종 반영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왔다. 즉 집중화된 원장과 API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체화되어 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는 체제이며, 전자화폐 발행기관 혹은 중개기관이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이를 중간에서 연결하여 거래가 완결되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cryptocurrency) 시스템 하에서의 디지털화폐는 분산원장 내에 스마트계약 기능을 탑재할 수 있어, 제3자인 중개기관 없이도 사용자가 지정한 조건에 따라 거래당사자 간에 지급결제가 이루어지고 분산원장 내에 그 내용이 동시에 기록ㆍ보관되는 프로그램가능화폐 기능이 수행되는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 내에 스마트계약이 내재화되어 원장과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체화되어 있어, 전자화폐의 경우와는 달리 중개기관 없이도 거래당사자 간에 직접 P2P 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 전자화폐와 프로그램가능화폐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원장 데이터베이스와 스마트계약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있는 시스템인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고 범용성을 가진 화폐로 통용되면서 향후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디지털화폐의 유력한 후보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민간이 발행하는 준(準)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을 들 수 있다. CBDC는 법정화폐로서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발행되기때문에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화폐로 발행될 경우 프로그램가능화폐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準)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의 경우도 주요국에서 은행 등 예금수취 금융기관과 전자화폐발행기관 등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체계가 구축되는 추세여서 향후 민간 발행 프로그램가능화폐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여타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화폐로서의 범용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주요국 규제당국으로부터 발행 승인을 얻기 쉽지 않아 실생활에서 프로그램가능화폐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프로그램가능화폐의 활용 가능 사례

 

프로그램가능화폐는 향후 실생활에 도입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급결제시스템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 기업, 금융회사 등 각 경제주체들이 직접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하여 다양한 기능을 생성ㆍ사용하는 것이 가능한데, 활용 가능한 주요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활용 가능 사례로는 에스크로(escrow) 기능을 들 수 있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자금의 출금 및 입금이 완결되는 에스크로 기능의 경우 현재는 은행 등 제3자인 중개기관을 통해서만 이용 가능함에 따라, 거래 시마다 해당기관에 이를 의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반면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할 경우 자금의 출금 및 입금이 이루어지기 위한 스마트계약을 사전에 설정해 놓기만 하면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당사자 간에 직접 P2P 방식으로 동 기능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활용 가능 사례로는 지역화폐 발행을 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화폐의 발행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할 경우 일정 행정구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지역화폐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화폐라기보다는 일회성 사용에 그치는 선불충전카드 혹은 지급결제수단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 가능 디지털화폐를 이용할 경우 일회성 사용에 그치지 않고 일정 행정구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유통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지역화폐 발행이 가능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포용 차원에서는 보조금 지급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사용처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할 경우 일정 전제조건 하에서 다자간 입출금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다자간 결제(multi-party settlement) 기능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일정 조건을 설정해 놓으면 이를 충족하는 다수의 보조금 수취인에게 동시에 자동적으로 보조금을 입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이와 같은 보조금이 푸드스탬프의 경우처럼 식품 구입 등과 같이 일정 사용처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스마트계약을 설정할 경우 당초 보조금 지급의 목적에만 부합하게 사용되도록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프로그램가능화폐는 정부의 효율적 세금징수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할 경우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를 상거래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정부에 자동적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 부가가치세는 상거래시 상품 및 서비스 판매자들이 대리징수하여 추후 정부에 일괄 납부하는 체제를 취하고 있으나,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할 경우 상거래 단계에서 대금납부 시 상품가격은 판매자에게 간접세는 정부에게 직접 송금되도록 할 수 있어 탈세를 예방하는 등 세금 징수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이와 같이 프로그램가능화폐가 실생활에 도입될 경우 디지털 지급결제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한 단계 더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향후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유력한 디지털화폐 후보로 현재 CBDC와 준(準)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CBDC의 경우 현재 상당수의 국가에서 연구 및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도입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CBDC의 기본적인 발행 및 유통 체제 구축과 기술적 안정성 점검 등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향후에는 이와 같은 1세대 CBDC에서 더 나아가 프로그램가능화폐로 구현 가능하도록 스마트계약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CBDC인 CBDC 2.0에 대한 실험 및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 선진국의 경우 민간의 디지털 결제수단이 발달해 있어 법정 디지털화폐의 도입이 시급하지 않고, 국경간 거래 이슈 등으로 인해 CBDC가 글로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도입ㆍ통용되기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반면 민간이 발행하는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은 도입이 허용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실제 프로그램가능화폐로 발행 및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요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화폐처럼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은행과 같은 예금취급기관이나 전자화폐발행기관 혹은 자금이체업자 등과 같이 인가받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규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유럽 및 일본 등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법안 마련이 최근 완료되어 늦어도 2024년부터는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 도입ㆍ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단순 거래 및 송금 수단에 머물던 기존 전자화폐와는달리 P2P 특징과 스마트계약 기능을 탑재한 프로그램 가능 디지털화폐로서 보다 진일보한 혁신적인 기능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민간 지급결제서비스사업자(PSP: Payment Service Provider)들이 프로그램가능화폐에 다양하고 혁신적인 부가 기능을 접목시켜 새로운 디지털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에 일대 변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민간 은행들이 중심이 되어 은행예금을 토큰화한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이를 이용한 민간 PSP들의 혁신적인 디지털 지급결제수단 개발 및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한 실험이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도래할 프로그램 가능 디지털화폐 시대에 대비해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화폐 발행과 관련된 규제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새롭게 형성될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 하에서 경쟁력 및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결제서비스 및 기술 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겠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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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테이블코인의 유형은 크게 법정화폐담보형, 암호자산담보형, 무담보형(알고리듬 기반)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법정화폐와 특정비율로 가치를 갖고 교환ㆍ발행되는 법정화폐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교환의 매개, 가치저장 및 회계단위라는 화폐의 3대 기능뿐만 아니라 상거래

및 송금 등에서 통화의 가치를 묻지 않고 액면가로 거래되어야 한다는 NQA(No-Question-Asked)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향후 사용범위가 확대될 경우 실제 일상생활에서 범용성을 갖춘 민간 발행 準화폐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2) 전자화폐(electronic money)는 실물화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비실물화폐인 광의의 전자화폐와 발행기관에 집중화된 원장 혹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계정형 형태의 협의의 전자화폐로 구분해서 정의되기도 한다. 광의의 전자화폐가 디지털화폐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인 반면, 본고에서의 전자화폐의 개념은 디지털화폐가 배제된 협의의 전자화폐를 의미한다. 협의의 전자화폐의 대표적인 예로는 예금은행 통화와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이 있다.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행하는 [금융브리프 32권 05호](2023.3.18.)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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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3월25일 11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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