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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시 은행 자본규제 완화의 효과와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24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24일 10시48분

작성자

  • 권흥진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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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바젤 Ⅲ 규제에서 도입된 자기자본 버퍼 제도는 은행이 자산건전성 충격을 받을 시 버퍼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려는 목적을 가짐. 하지만 관련 문헌을 살펴보면 은행이 규제자본비율을 상회하는 자기자본비율 여유를 갖고자하는 유인이 크기 때문에 자발적인 버퍼 사용을 통한 경기순응성 완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신용확장기에 버퍼를 적극적으로 부과하고 위기 시 하향하는 방식으로 경기순응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음. ​


바젤 Ⅲ에서 도입된 자기자본 버퍼 제도는 규제자본비율을 높임으로써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고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목적을 가짐. 

 - 바젤 Ⅲ는 자본보전완충자본(capital conservation buffer),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대한 추가자본,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필라2 버퍼 등 자기자본 버퍼 제도를 도입하여 은행이 최소 자기자본비율(8%)을 초과하는 보통주자본을 추가로 적립하 도록 요구함. 
 - 이렇게 규제자본비율(최소자기자본비율 + 버퍼)이 높아지면 은행 자기자본비율이 전반적으 로 높아지면서 손실흡수 능력이 제고됨.
  * 자산건전성에 큰 충격을 받더라도 자기자본비율이 8%를 초과할 확률이 높아지며, 자기자본비율이 규제 자본비율을 하회하게 되면 배당, 자사주 매입, 성과보수 제한 등을 통해 버퍼를 다시 적립하게 함으로써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집중하게 함. 
 - 또한 버퍼 제도를 통해 은행의 신용공급이 신용확장기 때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고, 자산건전성 충격 시 지나치게 축소되지 않게 함으로써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고자 함.

버퍼 제도가 경기순응성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려면 은행이 자산건전성 충격을 받더라도 신용공급을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음으로써 때로는 자기자본비율을 규제자본비율보다 낮게 가지는 “버퍼 사용”이 나타나야 함. 

►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은행이 규제자본비율을 초과하는 여유자본(headroom)을 유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강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버퍼 사용을 통한 경기순응성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 자기자본비율이 규제자본비율을 하회하면 금융시장에서 부정적인 낙인(stigma)이 생길 수 있고, 배당 제한을 부과받기 때문에 은행은 각행 상황에 부합하게 규제자본비율을 초과하는 여유자본을 유지하고자하는 유인이 강함. 
 - Berrósp ide et al.(2021), Couaillier et al.(2022a), BIS(2022) 등은 은행의 여유자본이 적을수록 신용공급이 축소되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은행이 규제자본비율을 초과하는 여유자본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음을 의미함.1) 
 - BIS(2021)는 코로나19 때는 은행 여유자본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서 버퍼 사용 필요성이 낮았지만, 향후에도 낙인(stigma) 효과, 버퍼 재구축에 대한 불확실성, 감독 강화, 여타 규제의 준수 등을 고려하면 은행이 버퍼 사용을 주저할 요인이 있다고 지적함.2) 
 - 이러한 연구결과는 코로나19 시기에 국한된 분석이라는 한계점은 있지만, 버퍼 사용을 주저하게 하는 유인은 다른 위기에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자발적인 버퍼 사용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됨. 

► 한편, 코로나19 시기 자본규제 완화는 신용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위기 시 자본규제 완화가 경기순응성 완화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줌. 

 - 코로나19 시기 각국 금융당국은 위험자산 산정기준을 조정하여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거나,* 부과 중이던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규제자본비율을 낮추는 등 여유자본 (자기자본비율 – 규제자본비율)을 늘리는 정책을 도입함. 
* 국내 금융당국이 실시한 바젤 Ⅲ 신용리스크 평가방법 조기도입이 이에 해당함. 
 - Couaillier et al.(2022b)은 은행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감독당국 권고를 낮추는 일종의 구두개 입은 큰 효과가 없었지만 자본규제 개편안 조기도입과 경기대응완충자본 완화 등 규제자본비율을 구속력 있게 낮추는 정책개입은 신용공급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함.3) 

► 이러한 연구결과는 자본규제를 통해 경기순응성을 제어하려면 위기 시 완화할 수 있는(releasable) 버퍼가 필요하다는 점을 함의하므로 국내 금융당국은 향후 경기대응 완충자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평상시에 적정한 수준의 버퍼를 유지하고 위기 시 완화하는 방식으로 자본규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음. 
 
- 구두개입 등 구속력이 약한 방식으로 은행 자기자본을 평상시에 높게 유지하거나, 위기 시에 사용하도록 유인하는 정책개입은 Couaillier et al.(2022b)에서 나타났듯이 그 효과가 약할 뿐 아니라 은행의 버퍼 사용 유인을 더욱 줄임으로써 경기순응성 완화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 
 - 따라서 금융당국은 신용확장기 때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극적으로 부과하고, 위기 시 하향하여 자기자본비율과 규제자본비율 간 여유를 구속력 있는 방법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본규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음. 
 - 또한 호주, 네덜란드 등은 완화할 수 있는 버퍼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각각 경기대응완충자본의 기본 수준을 0%가 아닌 1% 및 2%로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으므로 이러한 해외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운영도 참고할 필요가 있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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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erróspide, Jose M., Arun Gupta, and Matthew P. Seay. 2021. “Un-Used Bank Capital Buffers and Credit Supply Shocks at SMEs during the Pandemic.” Finance and Economics Discussion Series 2021-043. Couaillier, Cyril, Marco Lo Duca, Alessio Reghezza, and Costanza Rodriguez d’Acri. 2022a. “Caution Do Not Cross! Capital Buffers and Lending in COVID-19 Times.” Working Paper.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22. “Buffer Usability and Cyclicality in the Basel Framework.” 2)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21. “Early Lessons from the Covid-19 Pandemic on the Basel Reforms.” 11 
3) Couaillier, Cyril, Alessio Reghezza, Costanza Rodriguez d’Acri, and Alessandro Scopelliti. 2022b. “How to Release Capital Require\-ments During a Pandemic? Evidence from Euro Area Banks.” Working Paper.
4) Australian Prudential Authority. 2021. “An Unquestionably Strong Framework for Bank Capital.” 
De Nederlandsche Bank. 2022. “Analytical framework for setting the 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in the Netherlands.”

 ※이 자료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하는 [금융브리프 32권 03호](2023.2.18.) ‘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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